제작 노트
10년간의 프로젝트 <캔디> 드디어 영화화!
<캔디>는 호주의 ‘루크 데이비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1997년 프로듀서인 ‘마가렛 핑크’는 소설 <캔디>를 읽자마자 원작자인 ‘루크’와 함께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영화 <나의 화려한 인생>, TV 시리즈 <이든스 로스트>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명성을 쌓은 ‘마가렛 핑크’는 ‘루크’에게 <캔디>를 다른 장르의 영화로 제작해 볼 것을 건의했고, 그는 다소 심각한 원작을 발랄한 뮤지컬 코미디로 제작해 볼 것을 제안하게 된다. 이 아이디어에 ‘닐 암필드’ 감독이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캔디>의 영화제작이 본격적으로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마가렛’은 ‘닐 암필드’ 감독을 대본 편집자로 초청하게 되는데 이때 이미 원작자 ‘루크’는 사전 각색작업에 대한 구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둘은 공동작가로 때론 진짜 배우가 된 것처럼 대사를 연기하면서 공동회의를 통해 섬세하게 대본을 완성해 갔다. ‘마가렛’은 대본의 편집자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의 작가 ‘존 콜리’를 소개했다. ‘존’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소설의 이야기를 전개방식에 적합하게 변형하였다.
‘닐’은 중독자체보다 중독의 주변에 있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침묵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캔디’의 부모는 딸을 사랑하고 보호하려 하면서도 ‘캔디’의 과거를 가지고 그녀를 억압하고 고통을 준 장본인들로, 딸을 망친 인물들임과 동시에 보호하려는 이중성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캔디’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은 단순하지 않은 역동성을 가지게 되는데, ‘댄’과 ‘캔디’ 못지 않게 중요한 또 한 명의 인물 ‘캐스퍼’는 마약 중독자이자 성격 이상의 교수로 ‘댄’과 ‘캔디’가 처절하게 마약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는 장본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애비 코니쉬는 너무 어리고,
히스 레저 연기는 마음에 안 들어…
‘루크’가 생각하는 여주인공 ‘캔디’는 강하면서도 여린 면이 복합된 캐릭터로 사랑스럽지만 때론 거칠고 극한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물로 뛰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었다. 프로듀서인 ‘마가렛’은 ‘캔디’역에 호주 드라마 <와일드 사이드>의 ‘애비 코니쉬’를 떠올렸지만, 1997년 당시 그녀는 겨우 14세로 ‘캔디’(헤로인)와 사랑에 중독된 여주인공을 연기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러나 ‘애비’는 <아찔한 십대>를 통해 호주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캔디>의 제작 준비가 완료되어 가던 2004년엔 중량감 있는 배우로 성장해있었고, 그녀는 마침내 <캔디>의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닐 암필드’ 감독은 ‘애비 코니쉬’와 ‘히스 레저’가 함께 테스트를 받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에너지의 차이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기억한다. ‘애비’와 ‘히스’는 매우 성실하며 능력 있는 배우로 둘 다 맡은 배역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다. 하지만 원작자인 닐은 <몬스터 볼>에서 ‘히스 레저’의 인상적이지 못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던 차에 ‘히스 레저’가 ‘댄’ 역에 선정된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생각하던 ‘댄’은 ‘캔디’에 중독됨과 동시에 굴욕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본질적으로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대담하고 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인물이어야 했다. 하지만 ‘히스 레저’가 <그림 형제>에서 보여준 입체적인 인물해석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댄’ 역을 그에게 주는 데 동의하게 된다. ‘캔디’와 ‘댄’이 어렵게 캐스팅된 데 반해 ‘캐스퍼’ 역의 ‘제프리 러쉬’는 <캔디>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하면서 ‘캐스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많이 제안하고, 그 결과 ‘캐스퍼’의 슬픔, 마약을 하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동적인 기질의 장난꾸러기 소년과 같은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천국에서 지옥을 오가다
프로듀서 ‘마가렛 핑크’는 <캔디>의 재정지원과 영화를 개발할 공동제작자를 4년 동안 물색했다. <토끼 울타리>를 제작한 셔먼 픽쳐스의 ‘에밀 셔먼’이 <캔디>의 제작에 참여하게 되고, <배터 댄 섹스>를 촬영했던 ‘게리 필립스’, <퀸 오브 뱀파이어>의 ‘대니 쿠퍼’가 편집자로 참가하면서 실력 있는 스탭들이 참가하면서 <캔디>의 제작에 힘이 실리게 된다.
1997년 프로듀서 ‘마가렛 핑크’가 처음 소설 <캔디>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한 뒤 8년 만인 2005년 3월 17일 <캔디>는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을 시작해 7주 뒤 멜버른에서 촬영을 마친다. <캔디>의 원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루크 데이비스’는 영화 <캔디>에서 동 트기 전 젊은 연인에게 공짜 우유를 건네는 남자로 깜짝 출연하는 등 제작초기부터 <캔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함께 작업해 왔다.
‘닐 암필드’ 감독은 <캔디>를 작업하면서 원작자 ‘루크’와 함께 시적인 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칭 시인인 ‘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를 보면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과도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비단 도입부뿐만이 아니라 <캔디>는 ‘댄’과 ‘캔디’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천국’,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지옥’ 등 세개의 단란으로 구성된 작품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부분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씨네21 리뷰
첫맛은 달콤했다. 캔디를 입에 넣은 댄(히스 레저)은 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캔디’는 헤로인을 뜻하는 속어이자, 그의 연인(애비 코니시) 이름이다. 댄과 캔디가 서로에게 가진 사랑의 열정은 곧 헤로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해사한 얼굴의 미술학도였던 캔디는 댄을 향한 사랑으로 그가 놓아주는 헤로인 주사를 기꺼이 맞는다. 영화의 첫 장면, 원심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중에 띄워놓는 놀이기구를 탄 두 남녀는 미친 듯이 웃으며 키스한다. 아마도 헤로인을 흡입한 그들은 그렇게 천상의 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입 안의 달콤함이 가시기도 전에 지옥을 경험한다. 캔디는 임신을 하지만 뱃속의 아기는 약에 중독된 엄마의 몸 안에서 사산되고, 물건을 팔아 약값을 벌려던 캔디는 급기야 매춘을 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삶과 천상의 맛을 동시에 꿈꾸는 그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의 세계로 치닫는다.
<캔디>는 소설가 루크 데이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천상, 지상, 지옥 등 3가지 챕터로 나뉜 영화는 <트레인스포팅>과 <바스켓볼 다이어리> <레퀴엠> 등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밟은 마약중독자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마약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지만, 약에서 깨어나면 다시 현실이다. 그들은 또다시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걸을 해야 하고, 점점 더 약에 중독된다. “항상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지은 죄는 쌓여만 갔다”는 댄의 내레이션처럼 멈출 수 없는 마약중독의 악순환이다. 하지만 <캔디>를 연출한 닐 암필드 감독은 대니 보일과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그랬듯이 마약중독의 몽환적인 세계를 새로운 영상으로 체감케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는 ‘마약중독=사랑’이란 등식에 주목한다. 댄과 캔디의 지독한 연애담은 곧 그들의 마약중독 갱생기다. 마약중독에 빠져 사랑을 나누던 이들의 관계는 댄이 새로운 인생을 꿈꾸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온 두 남녀는 헤어진다. 물론 <캔디>가 묘사하는 마약중독의 세계는 익히 여러 영화에서 보았던 마약중독자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히스 레저와 애비 코니시의 연기 또한 이미 손에 쥐어진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는 모습. 영화의 프로듀서인 마거릿 핑크는 처음 원작을 읽었을 당시 발랄한 뮤지컬코미디를 구상했다는데, 그녀의 생각대로 만들어졌다면 지금 히스 레저를 추억하는 관객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을지 모른다. 글 강병진 2008-04-16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