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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23
S#1. 마당
허준...마당에서서 약재를 썰어
이를 약탕관에 집어넣고 있는데...
단지를 한 손가락에 감은 천에
피가 흥건히 적셔져있는데...
허준...고통스러운지...인상을 찌푸린다...
그때...방에서 나오는 돌쇠...
허준앞에 무릎을 꿇는다...
허준 내가 할테니 들어가 어머니를 돌보게.
그러나 돌쇠...대답없이 자기 옷을 찢어서...
허준의 손을 잡고...단지한 손에 감는다...
돌쇠...계속 눈물을 흘리는데...
허준 됐네...병자가 위급한데...달리 손 쓸 방도가 없어...정성을 보인
것 뿐일세.
돌쇠 (울면서)지가...지가 죽일 놈이여유...
허준 ...
돌쇠 ...의원님같은 분한테...지가...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구만요.
아무도...사람대접 안해주는...우리같은 것들을...
처음으로...사람처럼...위해주셨는데...지는...낫을 들고...
허준 됐네. 자네 심정을 이해하니...상심하지 말게...
돌쇠 이 은혜를...어찌 갚아요...이 은혜를...어찌 갚아요...
돌쇠...고개를 풀썩 숙이고...
기어이...꺽꺽대며...울기 시작하는데...
(시간경과)
화롯불 위에 약탕관을 올려놓고...
약을 다리는 허준.
그 옆에 돌쇠가 있고...
허준 자네 어머니의 병은 소음병이라 하는 것으로 처음 심한
추위를 몸에 맞아 생긴 병이네...처음엔 작은 약으로 치유가
가능했던 가벼운 증상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큰 병으로
번진걸세...
돌쇠 엄니가...본래부터...약골이셨어요...10년전 쯤 숯을 굽는
아버지를따라 숯굴에서 살면서...그때부터 시름시름
했구만요...
허준 ...
돌쇠 가난이 원수지요...아프다구...의원가는게
미안시러서...참구...참구 한게...
허준 내가 적어준 처방을 잘 간직했다가 돈이 생기면 어머니의
수족에 온기가 돌아올때까지 가르쳐준 대로 약을 다려
드리게...
돌쇠 명심하겠습니다요.
허준 토혈은 목안이 헌게 원인이니 엉겅퀴의 생즙을 짜서 먹이는
것 잊지말게.
돌쇠 예...
허준 곧 약을 짜서 들어갈 터이니...어머니 자넨 어머니 수족이나
주물러 드리게...
돌쇠가 방안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들어 서산을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허준(마음의 소리)모레...사시까지...2백 60리...
오늘밤과...내일을 따져...이제...꼬박...이틀이 남았다...
하루에...130리씩...이틀...지금 가야한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늦는다...
허준...불안하고 초조하지만...
선뜻...일어나지 못하는데...
허준(마음의 소리)허나...이 약엔...독성이 있는...부자가
섞여있으니...신중을 기해...약을 쓰지
않으면...병자가...죽을지도 모르는데...
허준...심한 갈등을 하고...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자신에게 노잣돈을 건내주던...
다희의 모습...그리고...
예진의 서찰...등이...스쳐지나간다...
허준(마음의 소리)가야한다...지금 떠나지 못하면...과거를
포기해야해...이번 기회를 놓치면 기약도 없어...
나만 바라보고 있을 어머니...다희...겸이를 위해서라도
털고 일어서야 해...
허준...갈등을 하는데...
화로위에서...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약탕관을보며...차마...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허준...
그러나...이내...결심을 굳힌 듯...방앞으로 가는데...
허준이 방앞에 서면... 방안에선...
쿨럭이며 고통스럽게 기침하는 돌쇠모의 소리...
돌쇠 (소리)엄니...조그만 참아봐요 .
의원님이...엄닐 살릴려고 약을 달이고 있으니까...
이제 좀만 참으면 괜찮을껴...없이 사느라 의원 문턱에도
못가 본 한을. 저...의원님이 풀어주시는구만. 이제는
살았으니까...조금만...조금만...더 참아봐요...
쿨럭 거리는 노파의 기침소리가 들리고...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인다.
허준...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다시...돌아서서...약탕관앞으로 온다.
S#2. 돌쇠의 집 외경(밤)
S#3. 돌쇠의 방
돌쇠모에게 탕약을 먹이고 있는 허준.
돌쇠...약을 먹는 어머니의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보고...허준...탕약을
다 마신 돌쇠모를 자리에 눕히는데.
수건으로 탕약이 흘러 있는
노파의 입가를 정성스럽게 닦아준다.
허준 (돌쇠를 보고)내 말 잘 듣게...자네 어머니께서 지금 드신
약에는 부자라는 독성이 강한 약재가 들어있어...
그 양을 조절 못하고 함부로 먹으면...눈이 멀거나...죽을 수도
있는있네...
돌쇠 ...
허준 ...반드시...내가 처방한대로 약을 써야 되네...
돌쇠 알겠습니다요.
허준 (허리춤에서...엽전 몇냥을 꺼내서 돌쇠에게 내민다)...
돌쇠 (의아한 얼굴로 허준을 보고)...이게...무슨 돈입니까요?
허준 ...이처럼 독성이 강한 약을 쓸때는...기력이 있어야
하는데...지금 어머니께선...너무 허하시네. 고기근이라도
끊어...드시게 하게...
돌쇠 (감격하고)...의원님...
허준 하면...난 이만...가봐야겠네.
허준...한쪽에 있는 봇짐을 챙기는데...
그런...허준을 보는 돌쇠...안스럽고...
돌쇠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는 듯...망설이다)...의원님...
허준 ...
돌쇠 과거에 늦은건 아니십니까요?
허준, 애써 미소를 띠면서
허준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가면...시간에 맞춰서...과장에 당도할 수
있을 듯 하니 너무 걱정말게...
돌쇠 허지만 벌써 나흘째 한숨도 못주무지시 않으셨습니까요?
허준 (미소띠면서) 나 소시적부터...어머니께서...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있네. 죽으면 실컷 잘 잠인데...살았을때...학문에
정진하라셨지. 일생에 중차대한 일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며칠 잠 못잔다고. 별일이야 있겠나. 그럼 이만
가보겠네.
허준이 자리에서 일어날려는데...
돌쇠 저...혹시...말을 탈 줄 아십니까?
허준 (놀란 얼굴로 돌쇠를 본다)...말이라니?
돌쇠 의원님께서...말을 탈 줄 아신다면...
저 때문에 이리 됐으니...소인이 말 한필을 구해볼까 해서요.
허준 ...그...그게 정말 가능하겠나?.
돌쇠 (결연한)은인이신데...그만한 일도 못하겠습니까?
잠시 기다리시면...소인이 구해 오겠습니다요.
허준 (희망에 찬)...정말 그럴 수 있다면...
빌릴 수만 있다면... 돌아올 때 반드시 돌려주겠네...
말만 있으면 시간에 맞춰 한양에 당도할 수가 있어...
돌쇠 알았습니다요. 소인 다녀올것이니...잠시 눈이라도 붙이고
계십시오...
돌쇠...방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허준 ...(혼잣말로)됐다...이젠 됐어...
허준...기대에 찬 얼굴인데...
S#4. 주막 방안(밤)
도지가 의서를 앞에 두고...열중하고 있고...
오근이 그 옆에서 도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근 무언가 도지에게 할 말이 있는 듯 한데...
오근 ...도련님...
도지 (시선은 의서에 둔채)...피곤하면 먼저 주무시오.
오근 저...그게 아니라...도련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요.
도지...고개를 들고 오근을 보면...
오근 (선뜻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말씀드리기 민망하오나...
도지 괜히 시간끌지 말고...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오근 저도...오늘...시권을 교부 받았습니다.
도지 (다소 놀란 얼굴로)뭐요?
도지의 얼굴에 냉소가 떠오르고...
도지 ...시권을 받았다면...과거를 볼 작정이요?
오근 저도...의업에 종사한지...벌써 십수년이 됐습니다.
기왕...한양까지 왔으니...내의원 문턱이라도 넘어보고
싶습니다요.
도지 (웃으면서)...과거를 어찌 치르는지 알기나 한게요?
오근 저...그거야...혹시라도...요행히 제가 아는 시제가 나온다면.
몇자 적어 볼순 있지 않겠습니까?
도지 요행? 과거가...소 뒷발에 쥐잡듯이...요행으로 치루는건지
아시오? 쓸데 없는 생각말고...그만 잠이나 자시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난 찬물에 소세나 하고 오리다.
도지...방밖으로 나가면...
오근 (입이 닷발로 나오면서)소 뒷발에 쥐잡는다니.?
싸가지 없이...어따대고 막말을 하는거야!!
S#5. 돌쇠의 집 마당, 새벽
허준이 초조한 얼굴로 마당에 서서 기다리는데...
이때 멀리서...홰를 쳐 목청을 뽑는
닭울음소리가 거푸 들려오는 가운데...
허준 (마음의소리)왜 이리 안오는게야.
하기는...그자가 어찌 그 귀한 말을 구해 오겠는가?
내가 헛된 기대를 한거야.
허준...초조한 얼굴로 계속 서성이는데...
허준 ...(소리).하지만...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하루 반나절에...걸어서...어찌 이백 육십리길을 간단말인가...
헛된 기대라도...지금은 그 길 밖에 없다.
말을 구해 오길 ...기원하는 수 밖에 없어...
허준...초조한 얼굴로...
사립문밖을 바라보는데...
S#6. 산음 허준의 집 전경(새벽)
아직...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신새벽의 전경이 펼쳐지고...
S#7. 허준의 방
다희와 겸이가 잠들어 있는데..
다희가 잠에서 깨고...일어난다.
다희...머리와 옷맵시를 만지고...
잠들어 있는 겸이를 본다...
다희 겸아...아버진...지금쯤 한양에 당도하셨을 것이야.
신새벽부터 일어나셔서.내일 있을 과거에 시제를 가늠하고
계시겠지. 어쩌면 겸이 니 생각을 하실지도 몰라.
널 위해서...반드시...과거에 입격을 하시겠다고...마음을 다잡고
계실게다. 난 아버지를 믿는다. 의지가 굳은 분이시니...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실게야.
S#8. 허준의 집 마당(새벽)
다희...방문을 열고 나와...부엌으로 들어간다.
다희...사발에 정화수를 담아서.
마당 한켠에 있는 소반에 놓고...
그 앞에서...빌기 시작하는데...
이때 손씨의 방에서...
손씨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손씨 (소리)애...애비야...준아.
다희, 놀라서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S#9. 방안
방안으로 들어온 다희...손씨를 보면...
악몽을 꾸는지...진땀을 흘리면서
자고 있는데 헛소리를 한다...
손씨 안된다...안돼...애비야.
다희...그런 손씨를 보고...
손씨를 깨운다...
다희 어머니...
손씨가 눈을 뜬다.
손씨...자리에서 일어나 멍한 얼굴로...
두리번 거리는데...
다희 어머니...
손씨 (휴하고 한숨을 쉬는데)...
다희 악몽을 꾸신 모양입니다...
손씨 꿈에 애비를 봤소.
다희 ...
손씨 애비가...큰불이 난 집으로 들어가는걸...
내가 아무리 말려도...괜찮다고...들어갑디다.
애비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게 아닌지...
다희 꿈에 불이 보이는건...흉몽이 아니라 길몽이라 들었습니다.
필시 좋은 징조일 것이니...너무 심려마십시오...
손씨 ...그래야 될텐데...그래야지...
손씨 근심스러운 얼굴이고...
다희도...그런 손씨를 안스러운
눈빛으로 보는데...
S#10. 돌쇠의 집 앞(이른 아침)...
여전히 초조하게 집 앞을 서성거리는 허준...
자꾸만 길쪽을 향해 보는데...
그러나...인적은 커녕...쥐죽은 듯이
고요한 정적만이 감돈다...
그때...허준의 등뒤에서 기척이 들리고...
허준...반가운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그곳엔...돌쇠가 오라에 묶인채...
관졸 세사람에게 끌려오고 있다.
놀라는 허준.이때 관원 중 하나가...
관원 저 놈을 잡아라...
관원들...허준에게 달려들어.
허준의 목에 팔을 감아 쓰러뜨리고
팔을 꺽고 손을 묶기 시작하는데...
허준 (저항하는)왜 이러시오...이거 놓으시오.
허준이 거칠게 저항을 하자.
관원 하나가...육모방망이로 허준을 내치린다...
허준...쓰러지고...그런 허준을
방망이로 내리치는데...
돌쇠...오라에 묶인 몸으로...
관졸들 앞을 막아서는데...
돌쇠 (울며 사정하는)그러지 마세요...그분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관원 (만석을 후려치며)닥쳐.뭣들 하는가. 어서 이자를 묶어.
허준 (일어나며)대체 왜 이러시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요!
관원 (다시 육모방망이로 허준을 후려치고)입닥치고 있어!!
허준이 쓰러지면...
돌쇠 (울먹이면서)의원님...!!
관원들 쓰러진 허준을 일으켜세우면서...
오라를 묶는데. 허준의 얼굴이
터져서 피가 흐른다...
관원 니가 이놈한테 말을 훔쳐오라고 시키지 않았느냐?
허준 ....!
돌쇠 이분이 시킨게 아니라 제가 한 일이예요.나만 잡아가세요.
나만요!
허준...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허준 나는 그런적 없소...말을 훔쳐오라 시키지 않았소.
관원 잡아떼도 소용없어. 이놈이 한양갈 의원 때문에 말을
훔쳤다고 했어. 네놈이 그 의원이 아니냐!
돌쇠 아녀요...그분은 아무것도 몰라요.나혼자 한 일이예요.
허준 ...이보시오...난 지금...한양으로 가 과거를 봐야 됩니다.
제발..풀어주시오.
관원 긴 할 것 없다. 모든 건 사또께 가서 고하면 될 것이야.
(옆에 관원에게)어서 이놈들을 끌고 가게.
관원들 예
허준 풀어주시오.난 죄를 짓지 않았소...
그러나...관졸들...
막무가내로 허준을 잡아 끌고
이때 방문이 열리고...노파가 나온다...
노파 돌쇠야... 이...이게 뭔일이여.
돌쇠 (울면서)엄니...
노파 왜 들이려요? 우리 돌쇠가 뭔 잘 못을 했어유?
관원 빨리 끌고가...
관원들 돌쇠와 허준을 잡고 갈려고 하면...
허준 (격하게 뿌리치며 절규한다) 지금 가지 않으면 과거를 볼
수가 없어! 놔...!! 이거 놓으란 말야!!
S#11. 한양 주막 마당
마당 한켠에 영달이
약탕관에 약을 다리고 있다.
이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오근이 그런 영달을 보고...
오근 ...뭐하는게야?
영달 보면 모르십니까? 약 다리는 중입니다요.
오근 무슨 약? 누가 아픈데?
영달 ...보약입니다요.
산음서 길떠날때...마님께서...과거 하루전에 도련님
다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총명탕이라나...뭐라나... 머리를
맑게하고 총기 있게 해주는 보약이랍니다요...
오근 (빈정거린다)...젠장...온갖 좋다는 보약 처먹고... 금덩이까지
들이 밀었으니...그만하면...나라도 합격하겠다.
영달 ...금덩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오근 ...(아차싶고)...니놈은 알것없으니...약이나 다려! 도련님은
뭐하시냐?
영달 의원님들 하고...식사중이십니다.
S#12. 방안
방안에 도지와 우공보...정상구가
상을 앞에 두고...밥을 먹고 있다.
우공보는 술병을 들고...술을 한잔 따르고...
도지와...정상구에게...
우공보 한잔들 하시겠소?
도지 됐소.
정상구 과거를 목전에 두고...술이 넘어갑니까?
공보 (허허 웃으면서)반주삼아 한잔 하는게지...
오늘도...안나타 나는걸 보니...허의원은 틀린 것 같소...
상구 한양에 주막이 여기만 있는것도 아닌데...
어디 다른곳에가 짐을 풀지 않았겠소...
공보 (술잔을 들이키고)그랬으면 오죽 다행이겠소만...
상구 허의원한테야 미안한 소리지만 우리한테는...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공보 ...(상구를 보면).
상구 (농담처럼)...솔직히...유의원이나...우의원 모두...나같은 생각
하는거 아뇨? 허의원같이 실력있는 이가 과거를 포기하면
그만큼 우리한테 내의원에 등재할 기회가 오는 거 아니겠소.
상구가 웃으면...
도지 (자존심이 상한듯...인상을 붉히면서)...농이라도...그런 소리
마시오... 허준이 그 자하고 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내일 과장이 모일 의원들 실력이...모두 허준이만 하다면...
나는 수석으로 등재하는 것도 문제 없을게요.
도지...화난 얼굴로 방밖으로 나가면...
상구 허참...난...농으로 한번 해본 소리구만...
허의원하고 무슨 원한이라도 진 것 같구만...
S#13. 진천관아 전경
S#14. 진천관아 옥사 안
옥사안에 갇혀있는 허준...
여기저기 맞아 핏자국으로 얼룩진 얼굴에...
머리는 모두 헝클어져 있는데...
한쪽엔...돌쇠가...흐니끼고 있다.
허준...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듯...
허망한 눈빛으로...멍하니 있는데...
그런 허준의 얼굴에 언뜻 눈물이 비치고...
돌쇠 (울면서)의원님...이제 어떻해요?
허준 ...
돌쇠 지는 정말 이리 될 줄은 몰랐습니다요...
군졸들이...왜 말을 훔치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다가...
정말...이리 될 줄은 몰랐습니다.
허준 (착잡한 얼굴로 돌쇠를 보다가)...지은 죄가 없으니 풀려날
걸세...
돌쇠 풀려나면 뭐합니까...과거가 내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가서 어느 천년에 한양까지 갑니까요...
절 죽여주십시요...소인이 의원님을 모셔오지만 않았어도...
의원님...죽여주십시오...
허준...울고 있는 돌쇠를 보는데...
허준 (마음의 소리)후회하지 말자.후회하지 말자.
나는...의원의 길을 택한 것 뿐이다.
병자를 고치고...병자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의원의 길을 간 것 뿐이야...
허준...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데...
이때...옥사앞으로 관원이 오고...
옥사 문을 여는데...
관원 ...허준이 나오게.
허준...관원을 보는데...
돌쇠 (관원을 보고 매달리면서)나으리...이분을 풀어주세요...
이분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저를 죽이고...의원님을
풀어주세요.
관원 (돌쇠를 거칠게 밀치고)...입닥치고...있어.
(허준을 보고)뭐하느냐...빨리 나오라니까.
허준...자리에서 일어나 관원을 따라 나간다.
S#15. 동헌일각
허준이 관원에게 이끌려 동헌으로 나오면...
동헌 일각에...고을 현감과...허준이
치료를 했던 버느네 고을 사람들이...
십수명 모여있다...그들중엔
촌로와 초가 주인부부도 있고...
돌쇠의 모친도 있는데...
허준, 그들을 보고 놀라고...
버드네 사람들도 허준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놀라는데...
촌로 의원님...
초가주인 의원님...
다들...안타까운 얼굴로 허준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돌쇠모 아이구...이게 어찌된 일이래요.
사람 목숨까정 살려준 분한테...이 무슨 해괴한 일이래요...
촌로가 현감앞에 무릎을 꿇는다.
촌로 나으리 이분이 바로 그 의원입니다.
저희같이...헐벗고 굶주린 것들을 위해서
과거까지 늦춰가며...의술을 베풀어준 분입니다.
이때 초가 주인이
현감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초가주인 나으리...
하면...다른 버드네 사람들도...
모두 현감에게 무릎을 꿇는다...
사람들 나으리...
초가주인 의원님이 말을 훔쳤을 리가 없습니다요... 나으리.
촌로 나으리...의원님을 풀어주십시오.
죄라면...저분을 붙잡은 저희들한테 있으니...
허의원님을 풀어주시고...저흴 벌해주십시오...
사람들 사또 나으리...의원님을 풀어주십시오.
허준이 그들을 보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말없이 허준과 버드네 사람들을 보던
현감이...관원에게
현감 저자의 오라를 풀라.
허준.이 현감을 본다
현감 (이방에게)저 의원을 동헌 협실로 모셔라.
이방 예. .
현감이 한쪽으로 가면...
관원이 허준의 오라를 풀고...
버드네 사람들이 허준의 주위를 감싼다...
촌로 의원님...
허준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어찌 된 일입니까?
초가주인 의원님이 변을 당했단 소식을 듣고...모두 달려왔습니다요.
촌로 허의원님을 풀어주지 않으면...우리 모두 옥사를
쳐부술...각오로왔소...의원님같은 분한테 ...이런 험한 꼴을
보이다니...면목이 없습니다...
다들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허준을 보면...
허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허준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S#16. 동헌 협실
주안상이 차려진 방안에...
진천 현감과 아전 두어명이 앉아있는데.
현감의 옆에는 기생이 있고.
현감 (기생에게)허의원한테...새옷은 내 주었느냐?
기생 예...
그때...밖에서 관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관원(소리) 나리...허의원이 왔습니다.
현감 어서 안으로 들라하라...
허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예를 표한다.
현감 앉거라...
허준...현감의 앞에...앉으면...
현감...허준을 잠시...바라보다가...
현감 자...우선...이 술부터 한잔 받거라...
허준...상에 놓여진
술잔을 들어 술을 받는다.
현감 ...부민들의 얘길 듣고...세상에 아직도 그런 의인이
있는가...여겼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일 줄은 몰랐네.
허준 ...
현감 자네가 요 며칠 내 관내에서 무슨 일을 치렀는가는
부민들로부터 소상히 들었네. 갈길이 바쁜 사람이란 사연도
들었으니 오랜 잡지 않을걸세...
자...들게...
허준 ...그 말씀은 소인을...풀어주신단 말씀이십니까...?
현감 당연한 얘기 아닌가...공은 있되 허물이 없는 자넬 어찌
잡아두겠나... 자...어서 들라니까...
허준...현감의 말에...
고개를 돌려...술을 마시는데...
현감 ...부민들의 억울한 일을 살펴주는 건 나의 소임이로되...
헐벗고 병든 백성을 돌봐주는 건...의원이 할 일.
그걸 부내의 의원들이 외면하던 터에...
타지에서 온 자네가...스스로 달려가 인술을 베풀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일세.
허준 ...과찬의 말씀 송구스럽습니다...
현감 아니야...명리가 없는 곳에는...너도나도 피해가는 것이
세상인심인데... 그런 일을 해내다니...정말 가상하네...허준이라
했던가...? 내 자네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야...
현감...술잔을 들어...입에 털어넣고...
현감 과거가 내일이라는 말을 들었네...내 자네한테 말을 한필
내어 줄테니 그걸 타고 가도록 하게.늦었지만...말을
타고...밤새 바삐 가면...과장에는 시간에 맞춰...당도할 수
있을것이야...그간 한숨도 못잤다니...잠시 눈을
붙인뒤...떠나도록 하게...
허준 (감격한)...나리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현감 (웃으며)덕은 외롭지 않고...친구는 곳곳에 있는 법이지.
이방 말을 타고 가자면...역참에서...기찰군관들이 검문을 할터이니.
이 마적부와 사또께서 쓰신 서찰을 보여주도록 하게...
허준 (받으면서)고맙습니다...
허준의 얼굴에...다시금 희망이 번지는데...
S#17. 동헌일각
마부가...손질이 잘된 황갈색 말의 고삐를
허준에게 건네준다...허준...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바라보고...안심시키려는 듯...
말 등을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말위에 올라타는데...달리기 시작한다...
S#18. 들판일각...(낮)...
들판길을 ...바람처럼 달려가는 허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에...
거푸 채찍질을 가하는데...
S#19. 산길...
말을 달리는 허준...
S#20. 들판일각(밤)...
밤이 이슥한 데도 계속 말을 달리는 허준...
견딜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지만...
참고 견디는 허준...
S#21. 역참일각
역참에서 기찰포교들의 검문을 받는 허준.
진천에서 받아온 진천현감의 서찰과
마적부는 보여주자...무사히 통과되는데...
쉼없이 달려온 길에...지쳤는지...
말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허준...말에서 내려...끌어보지만...꼼작도 않고...
허준...마치 사람을 대하듯...
애원과 애정을 담아 말을 타이르는데...
허준 제발...조금만 더 힘을 내다오...광주만 지나면 쉬게 해주마.
허준...말에 다시 올라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S#22. 길가일각(새벽)...
여명이 터오는 신새벽...
말을 타고 달리는 허준...
허준 (마음의 소리)...광주에서 한양은...50리 길...
광주까지만 간다면...한시각안에 한양에 당도할 수 있다.
동이 트기 전에...광주까지만...
이럇...하는 기합소리와 함께...결연한 얼굴로...
말에 박차를 가하는 허준.
순간...말이 돌연 앞다리를 꿇으며...
말위에 올라탄 허준의 몸뚱이가
허공을 날아가 땅바닥에 굴러떨어지는데...
...몇번을 굴러...멈추는 허준...잠시동안...
미동조차 없고...쓰러져있던 허준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듯 하더니...이내...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려...안간힘을 다하는 허준.
허준...상체를 간신히 일으켜 보면...한쪽에선
드센 콧김을 뿜으며 서성이는 말이 보이는데...
허준...돌쩌귀를 잡고...온힘을 다해...일어나려 애쓴다...
그러나...천근만근으로...무겁기만 한...허준의 몸...
후들거리는 다리에...겨우 힘을 주어...
허준...비틀거리며...일어선다.
그러나...겨우 한걸음 내딛으려는 순간...
그대로 땅바닥에 턱을 처박으려 혼절하고 만다.
S#23. 주막전경(이른 아침)
S#24. 방안(아침)
의관을 정제하고 자리에 앉아있는 도지.
결연한 그 표정엔...비장함마져 느껴지고...
도지(마음의 소리)지난 수년간...오로지...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어. 이번엔 기필코 내의원 등재의 소망을
이룰것이다. 첩지를 받아들지 않고서는 결코 산음땅을 밟지
않을 것이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오근이...들어온다...
오근 도련님...그만 가시지요.
도지 알았소...
도지와 오근 방밖으로 나간다.
S#25. 내의원앞
수십명의 노복과 의원들이...내의원앞에 있고...
속속 내의원으로 들어가는 의원들...
도지와...영달...오근도 내의원 앞으로 오는데.
오근 신중을 기해 잘 치르십시오.
영달 소인도...도련님의 입격을 빌겠습니다요.
도지 비장한...얼굴로...궐 안으로 들어가는데...
오근과 영달이 한쪽으로 가면...
한쪽에 우공보가...두리번거리면서...있다...
오근 안들어가고 뭐하시오?
공보 ...(혼잣말로)끝내 안나타 나는구만...
공보...내의원안으로 들어간다.
영달 누구 말입니까?
오근 ...누구긴 누구야. 허준이 말이지.
영달 헌데 형님은 시권까지 받고서 안보십니까?
혹...소 뒷발에 쥐잡게 될지 누가 압니까?.
오근 (그런 영달의 뒷통수를 후려치면서)소 뒷발에 쥐잡다니...
이것들이...누구 염장 지를라고 입이라도 맞췄나...
영달 ...(뒷통수를 만지면서 의아한 얼굴로...오근을 보면)...
오근 ...난...육의전 구경이나 하고 올테니...넌 예서 기다리고 있어.
오근 한쪽으로 가는데...영달...떨떠름...
S#26. 과장안
과장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은 의원들의 모습...
아직...과거가 시작되지 않은 듯...
산만함이 느껴지는데...그 속에 앉아...
눈을 감고...시제를 가늠해보는 도지의 모습.
S#27. 길가일각
길가 한켠에 쓰러져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허준...의 위로 강렬한 햇살이 비춰진다...
한쪽에선. 허준이 타고온 말이 마른 풀을 뜯어먹고 있는데...
어디선가...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말이...운다...
이때 허준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을 씰룩이는데...
허준...눈을 번쩍 뜬다...그리고...상체를 튕겨 일으키는데...
잠에서 깬 허준...문득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지 못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무슨 일이...벌어졌는지...깨닫고...절망스런 얼굴이 되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면...이미...중천에 걸린 해...
절망적인 얼굴이 되고...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허준의 눈...
허준 이대로 끝낼순 없어...가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가야해.
허준...한쪽으로 가서...말을 잡고...
다시 말에 올라탄다...
다시 말을 달리는 허준...
S#28. 한양거리일각
도성안에 당도한 허준.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내의원의 위치를 묻는다.
허준 내의원이 어디쯤입니까...?
행인 예문관 서쪽으로 가보시오...
허준. 행인이 가리킨 쪽으로 정신없이 내달린다.
S#29. 과장앞
숨을 헐떡이며...
내의원 정문앞에 다다르는 허준.
내의원의 현판이 눈에 뜨이자...
허준의 가슴은 뛰고...정문앞에는
의원들의 노복이 과거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삼삼오오...모여...한가로이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이는데...
달려가는 허준...노복 하나를 잡고...
허준 (다짜고짜).과거는 어찌됐소?
노복 ...?
허준 나...난 과거를 보러온 의원이요...어디로 가면 되오?
노복 (의아한 얼굴로)과거 시작한지가 벌써 두식경이 지났소
이제 곧 끝나서 다들 나올 시각인데 지금 뭔 소릴하는 거요?
허준 ....(암담하고)...
그때...한쪽에서 다른 무리들과
잡담을 나누던 영달이.
허준을 발견하는데....
놀라 다가오는 영달
영달 (기막히다)자네 지금 도착하는 길인가?
허준...그러나 영달을 무시하고...
내의원 정문으로 달려가서...
굳게 닫힌 문을 부드린다.
허준 이보시오...문좀 열어 주시오 문 좀 열어주시오!.
정문앞에 모여있던
노복들이 모두들 무슨 일인가 싶어...
허준의 뒤로 몰려들고...
영달 (그런 허준에게)자네 미쳤나?
그만 물러나게. 이러다 포졸들한테 경을 칠려고 그래...
허준 (제 정신이 아닌 듯 그런 영달을 뿌리치고)...
문 좀 열어주시오...제발 문 좀 열어주시오.
그때 문이 열리고...
포졸 두어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포졸을 본 영달.
겁먹은 얼굴로 뒤로 물러나고...
포졸 웬 소란이냐?
허준 경상도 산음에서 과거를 보러 온 사람입니다
중도에 피치 못할 연유로 지금에야 당도했으니
안으로 들어가...과거를 치를 수 있게 해주십시요.
다급한 허준의 말에...
포졸들 기가막히다는 얼굴로...
피식 웃고...로 마주보며...
기막히다는 웃음을 흘리는데
포졸 미친놈 아냐...? 과거 끝날 시간에 와서 무슨 헛소리야!!
허준 지금이라도 좋습니다. 남은 시간껏 응시코자 하니 시권을
교부해주시오.
포졸 이거 돌아도...단단히 한 놈일세 그려...
야 이놈아 여기가 동네 사랑방인 줄 아느냐? 썩 물러가!!
허준 (매달린다) 제발...들어가게 해주시오...
과거를 치르고자...800리길을 달려왔소...제발...들어가게
해주시오...
포졸 이자가...썩 물러가라니까!!
포졸...거칠게 허준을 밀치면...
허준...뒤로 내동댕이 쳐지고...
포졸들...궐문을 닺는다
허준...다시...궐문을 두드리면서...
허준 이보시요... 문 좀 열어주시오. 이보시오...
뒤에서 그런 허준을 안스럽게 보는 영달...
이때...오근이 그런 영달에게로 오고...
오근 뭐야? 뭔일인가?
영달 허준이가 지금 나타나서...과거를 치르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습니다요.
오근 (놀란 얼굴로 허준을 보면)...
허준이 궐문을 두드리면서 절규하고 있다.
S#30. 과장안
과거를 치르고 있는 도지의 진중한 모습.
도지...거침없이 시제를 써내려가는데.
S#31. 한양일각
도성안 개울가 다리위에 서서...
망연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는 허준의 모습...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자신을 배웅하던...다희의 모습...
그리고...진정 심의가 될 것을 기원한다는 예진의 서찰...
그리고...버드네에서 진료를 하던. 모습과...
관아에 잡혀 갔을 때... 현감에게...
무릎을 꿇고 허준의 석방을 간청하던
버느네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S#32. 내의원일각
내의원 문앞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는
의원들...그들중에 도지가 있고...
문앞에 서 있는 이공기가
이공기 다음...
하면...이공기와 도지가 내의원안으로 들어간다...
S#33. 내의원
양예수를 위시하여 김응택...정작...송학규등이 있는데...
이공기가 도지와 함께...들어오고...
이공기 ...산음사는 유도집니다.
도지가 양예수 앞으로 가서 서면...
김응택과 송학규가 그런 도지를
의미있는 시선으로 보고
이때...도지가 양예수 앞에...무릎을 꿇는다.
순간...놀라는 양예수...김응택과 송학규도 놀라고...
응택 뭐하는 짓인가?.
양예수는 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
도지 영감 ...소인을 기억 못하십니까?.
예수 (도지를 빤히 보는데)...
도지 ...소인...아비의 함자가...의자 태자 이옵니다.
예수 ...(도지를 보다가)...유의태의 자식...생각난다...지난번 의과에
응시했었지...
도지 소인의 아비가 지난날...영감께 지은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양예수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김응택과 송학규의 당혹스러운 얼굴...
송학규 자네 지금 뭐하는겐가? 어서 일어나라니까!
(이공기를 보고)이 자를 끌어내게...
예수 (단호하게)놔두라.
김응택과 송학규가...예수를 본다...
도지 (그런 양예수의 반응에 자신을 얻은 듯)...소인...영감마님께
백배 사죄를 드린다 해도...지난날 소인의 아비가 저지른
과오를 돌이킬 수 없음을 잘알고 있사옵니다.
허나...소인...영감마님의 노여움이 풀리는 길이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소인의 아비 또한 젊은 날 허명에
눈이 멀어...객기를 부린것이라...뉘우치고 있다 하였으니...
소인...혼신을 다해 영감마님을 모실수 있도록 이제 그만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양예수...굳은 얼굴로 도지를 바라본다...
S#34. 내의원 일각
양예수와 김응택 송학규...그리고 정작이 있다.
노기띤 얼굴로 김응택...송학규를보는 양예수...
예수 대체...저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겐가?
김응택과 송학규...
선뜻 말하지 못하고 쩔쩔매는데...
양예수 내 이제야 기억이 난다. 지난번 의과에도 저자의 답안은
입격이 되고도 남을 만큼 출중했어... 헌데 낙방이 된 이유가
뭔가. 저자가 내 앞에 와 고한 말들의 진위는 뭐야.
김응택 ...저희는...영감의 심중을 헤아려...
양예수 (기가 막히고 버럭)뭐야...!
송학규 저자는 영감의 얼굴에 먹칠을 한 유의태의 자식입니다...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다 한들 어찌 그런 자를 내의원에 들일
것이며... 또 영감께서도...
양예수 닥치게!!
움찔하는 송학규...
양예수 자네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
그 따위 시덥잖은 짓으로 나를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공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소인배로 전락시켰어.
김응택 ...
양예수 어찌 그리도 못났는가. 어찌 그리 모자라!!
김응택과 송학규...어쩔줄 모르고...
양예수 (정작을 보고)...난 사사로운 감정이 없으니...
냉정히...답안을 검토하여...실력이 된다면...입격시키도록
하게...
정작 예...
양예수가 성난 얼굴로 한쪽으로 가면...
김응택과 송학규...착잡한 얼굴인데...
김응택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더니...보통놈이 아니야...
S#35. 내의원 밖 일각
십수명의 의원들과 노복들이...초조한 얼굴로...
내의원 합격자 명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후...내의원 궐문이 열리고 관원 두명과...
이공기가...내의원밖으로 나와...
한쪽 담벼락에...명단을 붙인다...
사람들이 몰려들고...이때...
한쪽에서...오는 도지와 오근...영달...
오근이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
명단을 살펴보는데...입격한 총 일곱명의 명단...
두번째 자리에...도지의 이름이 적혀 있다...
오근 합격이다...합격이야...
오근이 돌아서서...도지를 보고...
오근 도련님...합격입니다...합격입니다...
도지 말없이...자신의 눈으로 명단을 확인하고...
명단에서 유도지란 이름을 확인하는데...
감격스러운 얼굴이다.
오근 도련님...감축드립니다...
영달 감축드립니다...
도지...벅차오르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이때...한쪽에서...우공보와 정상구가 도지쪽으로 온다.
우공보와 정상구는 낙방을 한 듯 표정이 어두운데...
공보 유의원...감축하오...
상구 감축하오...
도지 (벅차서)고맙소.
도지...감격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글썽해질 듯 한데...
S#36. 주막봉노방...
허름한 봉노방 한켠에 허준이
작은 소반으로 된 술상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침울하면서도 담담한 얼굴로...
술잔을 비우는 허준...다른 한쪽에는
상인들과 행인들로 왁자지껄한데...
허준...허망한 느낌으로 술잔을 비워나가고...
이때 방문을 열고 방안을 살피는 오근...
두리번 거리면서 허준을 찾고...
한쪽에 있는 허준을 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허준의 옆으로 오는 오근...
오근 ...여보게 준이...
허준 (오근을 보고 인사를 하고)오셨습니까?
오근...그런 허준을 보고 안쓰러운데...
오근 자네 일은 안됐네.
허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는데)...
오근 자...내 술 한잔 받게...
오근이 허준에게 술을 따라준다...
오근 기왕지사 이리된거 너무 상심말게...
허준 ...
오근 내 한때는 자네한테 섭섭한 마음도 있었네만...
자네 이런 모습을 보니...내 마음도 편치 않구만...
그때...스승님께...창령 성대감의 서찰 얘길 꺼내질 않았으면...
지금쯤 자네도 당당하게 입격이 됐을것이 아닌가...미안하네...
허준 그일이라면...잊은 지 오랩니다.
모든게 제 잘못이니...그 일은 마음에 담아주지 마십시오.
헌데...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오근 실은 도지 도련님이 자네한테 전하라는 말이 있어 왔는데...
아무래도 그만둬야겠네.자넨 먼저 산음으로 떠났다고
해야겠어...
허준 ...?
오근 자네...도지 도련님이 입격한 소식은 들었나?
허준 (놀라나 내색은 않고)...그...그랬군요...
오근 자넬 위로 하고 싶다면서...불러 오라는구만...
이마 떠났다 하면 되니...내키지 않으면 그만두게...
가봐야...자네 앞에서 시건방이나 떨고 싶은 속셈이겠지...
허준 아닙니다.가겠습니다...
오근 ...자네 괜찮겠나?
허준 (입가에 미소를 띠고)...가서...감축해 드려야지요.
허준을 보는 오근의 안스러운 시선.
S#37. 기방
기방에 도지가 앉아있고...
그 옆으로 두어명의 기생들...
한쪽에 영달이 있는데...
도지 자...영달이 너도...들거라...그동안 수발드느라 애 많이 썼다.
영달 (신났다)...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요...
이때 밖에서 들리는 오근의 목소리...
오근 (소리)도련님...오근입니다.허준이를 데려왔습니다...
도지 어서 드시오...
방문이 열리고 오근과 허준이 들어온다...
허준이 도지에게 눈인사를 하면...
도지 (여유있는 미소를 띠고)어서 오게...앉지...
허준과 오근이 자리에 앉으면...
허준 내의원에 입격하셨다고 들었습니다...늦게나마...감축드립니다...
도지 (웃으면서)고맙네...자...내 술 한잔 받게...
허준...잔을 들면...
도지...그잔에 술을 따르는데...
도지 이렇게 여기 있으니...몇해전 일이 생각나는군...자네
기억나는가?
허준 ...
도지 그때도 이 기방이였네...과거에 낙방하고...몇날 며칠을 여기
처박혀...분루를 삼켰지...내 실력이 모자라 떨어진 것이
아니였기에... 더 더욱 견딜수 없었어...
허준 ...
도지 아마... 지금 자네의 심정도 그때 나와 비슷할거라 짐작하네...
허준 ...(어색한 미소)...
도지 팔백리길을 달려와 과장에조차...들어오지 못하고...
낙방을 한 그 심정을 어느 누가 가늠이나 하겠는가...
반드시 입격하리란 보장이 없었다해도 자네 아쉬움이
클것일세.
허준 ....
도지 자네가 진천에서 병자들을 돌보고자...남은 일이며...
그때문에 과장에 늦게 도착해...과거를 치르지 못했단
소문을...나도 들었네...자네 딴에는...그것이...의원의
소임이라...여겨... 그 일을 자처한 것이겠으나... ...내생각은
다르네.
허준 ...
도지 매사에...작은일에 얽매이다 보면...큰일을 그르치기 쉬운
법이지. 자네가 바로 그런 실수를 한것일세.
허준 ....
도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일전에...낙심하던 나를 자네가 위로했줬듯이...나도 자네를
위로 할까 하는데...
허준 ...
도지 내일 양화나루에서 이번에 등재한 의원들이 모여...
뱃놀이를 하면서 연회를 벌이기로 했네......나와 같이가 진탕
마시고 취해보세... 그러다 마음이 진정되면...우리와 같이
산음으로 내려가지...
허준 말씀은 고맙지만...저는 오늘 한양을 떠날 생각입니다...
오근 그러지말고 도련님 말씀대로 하게...마시고...즐기다
보면...괴로운 심사를 털어내겠지.
허준 아닙니다...도련님을 뵙고...감축을 드렸으니...이제 그만
떠나겠습니다.
도지 ...자네 뜻이 정히 그러하다면 어쩔수 없지.자...들게...
도지...여유있는 미소를 띠고...
허준을 바라보는데...허준...어딘지...
착잡하고 굳은 얼굴로 화답하면서...
술잔을 들어 마신다...
S#38. 산음고을 전경
S#39. 유의태의 방
방에 의태와 삼적이 있는데...
이때 방문이 열리고...예진이...
차를 담은 상을 내온다...
예진이 두사람 사이에 찻상을 내려놓으면...
삼적 떠날 채비는 했느냐?
예진 예...말씀하신 약재를 모두...챙겨두었습니다.
삼적 (의태를 보고)삼적사에 시주하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약재까지 신세를 져 미안하네...
의태 그런 소리말게... 난 자네일이...남에 일이라도 여긴적 없어...
내가 못하는일을 대신하는 자네가 고마울 뿐이지.
삼적 (차를 마시고)...지금쯤은 내의원 과거 결과가 났겠구만...
의태 ...
삼적 어떤가? 도지는 입격할만 하던가?
의태 ...모르지...
삼적 자네도 내심은 도지의 입격을 바라고 있는게 아닌가?
의태 (말없이 미소를 띤다)...
삼적 허준이는 어찌됐나 모르겠구만.
한쪽에 앉아있는 예진의 표정.
S#40. 주막거리
평상에 차려진 술상앞에 구일서와 양태가 있고...
그 앞에 마을 사내 서너명이 있다.
사내 (다소 흥분해서)...나라 안서 수천명씩 몰리는 내의원
과거라는데... 둘이 다 된다는 기대는 과분한
기고...아무래도...도지도령이 안되겠나?
구일서 (더 흥분하고)...나 이런...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둘 중 하나가 된다면...허준이지...
사내 야이 문디 자슥아...니는 의리도 없나...그동안 유의원댁
약묵고...별탈없이 지냈으면서...타관서 흘러온 허준이가 뭐꼬?
내는 여편네를 걸으라캐도...도지 도령쪽이다.
양태 아아...형님 여편네야...거저 내놓는다해도...관심없고...
우리...그러지 말고...내기를 겁시다...내기.
구일서 좋아...난...허준이...쪽에...닷푼걸지...
사내 좋다...내는 도지도령쪽에...건다.
S#41. 구일서의 방
한쪽에...함안댁이...바느질을 하고 있고...
구일서와 양태가 있는데...
구일서 가만있자...의원댁 꺽쇠 장쇠가...닷푼에다...
두시골...만석이가...닷푼...
양태 ...주막거리...한천이도 서푼에다...
한진사댁...명석이놈도...닷푼입니다요.
함안댁...바느질을 하다말고...
의아한 얼굴로 구일서와 양태를 보는데...
구일서 (낄낄거린다)야...이러다...우리 떼부자 되겠다...떼부자 되겠어...
함안댁 그게 뭔소리야?
구일서 ...응...우리가 말이야...이번 내의원 과거보러간 도지도령하고
준이 형님을 두고...내기를 했지...만일...준이형님이...합격만
하며는... 자그마치...서냥...닷푼이 내 손안에 들어온다
이거야...
함안댁 아니...집안 말아먹을 일 있어?...그러다...도지도령이 합격하면
어쩔려고!!
양태 에이...틀림없이 준이 형님이니...걱정을 마십쇼...형수님...
함안댁 (속이 터지고)어이구...이 화상들 하고 입씨름하는 내가
매친년이지...매친년이야...
함안댁...일서와 양태를 노려보면...
구일서와 양태...찔끔해서
시선을 피하는데...
S#42. 유의원집 앞
손씨가...유의원의 집 앞에서...서성거리고 있다...
그때 한쪽에서 장쇠와 꺽쇄가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들을 보고...다가가는 손씨...
손씨 이보시오...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소...?
장쇠 ...(퉁명스럽게)없소.
손씨 부탁이오...아는게 있으면 말 좀 해주시오.
장쇠 (버럭)거 정말 답답하네...허준이 소식을 왜 날마다 여기와서
묻는 게요? 그리 궁금하면 한양으로 찾아나서던지...
꺽쇄 ...지금 우리 도련님한테도 아무런 기별이 없어...의원이
초상집 같소... 예서 이러다...공연히 마님 눈에 띄면 경을
칠지도 모르니...그만 집에 가시오...
꺽쇠와 장쇠가 들어가면...
손씨...초조하고 걱정스런 마음이고...
S#43. 오씨의 방
도지에 대한 걱정에...
좌불안석의 심정인 오씨.
집사 (소리)마님...한상입니다요...
오씨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집사가 들어온다...
오씨 그래...어찌 되었는가. 한양에서 온 파발로부터 무슨 소식이
있다던가?
집사 관아 형방 말이...각도의 관찰사에게 중대한 관령을 전하는
파발이라... 대과라면 모를까...잡과인 내의원 과거 소식은
파발에 없답니다요. 며칠 더 기다리시면...
오씨 (말을 자르면)과거 끝난지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데체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이러다 내 속이 터져
죽겠네.
집사 ...
오씨 ...이대론 안되겠네...사람을 사...한양으로 보내야지...
자네 이길로 나가...사람 좀 알아보게...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발빠르게 한양갈 사람이나
구해봐...
집사 예...마님...
S#44. 허준의 집
다희...마당 멍석에서 시레기를 손질하고 있는데...
이때 한껏 풀이 죽은 손씨가
터덜터덜...마당안으로 걸어들어온다.
그런 손씨를 보는 다희...
손씨...마당 한켠 툇돌에 앉으며...
휴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다희 또 의원에 다녀오십니까?
손씨 (힘없이 고개 끄덕이는) 한달이 넘도록...아무 소식이
없으니...무슨 변고가 생긴게 아니겠소...?
다희 ...너무 심려 마십시오. 의원댁 도지 도령한테도 아무런
기별이 없다지 않습니까...
손씨 내...아범이...합격하여 돌아오기만을 바랬는데...이젠 아니오.
제발 별탈없이. 무사히 돌아만 온다면...더 바랄 것이 없겠소...
다희...걱정스럽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씨를 보는데...
그때...마당안으로 동네아낙하나가 들어온다...
아낙 ...지금 빨리 고을 어귀로 나가봐요...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농악대를 앞세우고 들어온답디다...
순간...다희와 손씨의 놀라는 표정...
S#45. 유의원 집 마당
방문을 열고...마루로 나오는 오씨...
오씨 (정신이 없다)어딘가? 지금 어디 있다는게야...
마루엔 집사와 침모...유월이 있는데...
꽃신을 신자마자...황급히 마당을 빠져나가는데...
집사와 유월...침모가 따른다...
S#46. 마을일각
농악대가 울리는 풍악이...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내의원 관복에 첩지를 앞세운 도지가...
마을로 들어오는데...그 옆에는 연실...
싱글벙글한 영달과 오근의 모습이 보이고...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운집하여 저희들끼리 수근대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때 한쪽에서 달려오는 구일서와 양태...함안댁...
구일서.가까이 와서 그 모습을 보면 놀라고...
구일서 이...이게 어찌 된 일이야...
양태도 도지를 보고 놀라는데...
함안댁 (구일서를 보고 빈정대는데)자알한다...잘했어...
구일서 그런 함안댁을 무시하고...
한쪽에 영달을 잡는다.
구일서 야...영달아...우리 준이 성님은 어찌 됐냐?
영달 ...낙방했수...
일서 그...그럴리가...그럴 리가 있나...
순간.기가막힌 구일서와 양태의 표정...
그 사이...도지 일행은 의원쪽으로가는데...
이때...한쪽에서...손씨와 다희가 달려오고...
두사람...구일서와 양태쪽으로 오는데...
손씨 어찌 됐는가? 우리 준이는?
구일서와 양태...착잡한 얼굴로 말이 없는데...
다희 (답답한 얼굴로)...서방님은 어찌 되셨습니까?
양태 낙방하신 모양입니다...
양태의 말에...손씨와 다희...암담하는데...
손씨 하면...애비는 지금 어디있는겐가?.어디로 간게야?.
일서 과거 끝난뒤로...종적을 감췄다는데...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답니다.
그말에...손씨...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데...
다희 어머님!!!!
양태 마님!!
다희와 양태...손씨를 부축하는데...
S#47. 의원앞...
농악대를 앞세운 도지 일행이...
의원앞쪽으로 다가오는데...
의원앞에는 의태와 오씨...
그리고 의원 식솔들이 죄다 나와서 서 있다...
도지 일행이 다가오면...
오씨...내의원 관복을 입고...
첩지를 든 도지의 모습을 보고
감격하는데...눈물이 그렁해져서...
오씨 도지야. 도지야...
도지...말에서 내려...
의태와 오씨 앞으로 다가간다...
도지 (감격스런 얼굴로)아버님...어머님...
오씨 (감격에 겨워 울면서)해냈구나...해냈어...
의태 ...(도지를 보고)...애썼다...
식솔들 다들 흐뭇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는데...
동네 사람들도...구름같이 몰려오고...
S#48. 유의태의 방
유의태와 오씨가 앉아있고...
한쪽 옆으론 오근이 있고...
도지가 의태를 향해...큰절을 올린다...
도지의 뒤로는 집사와...
영달...꺽쇠.장쇠등이 있고...
의태 ...장하다...
도지 ...
도지...의태의 입에서...
뜻밖의 칭찬이 나오자...놀라 보는데...
의태 ...니 선대의 어르신들도...당신 자손이...내의원 의원이
됐다는걸 아시면...기뻐하실게다...
오씨 그러믄요...그러믄요...
의태 ...네 증조부께서는 굶주림을 면키위해...의원에 중노미로
들어갔다. 의술을 익혀...의원이 되셨다...허나...눈대중으로
익힌 의술일뿐...문식을 겸비하지 못하여...눈을 감으시는
날까지 그 일을 통탄히 여기셨지...
도지 ...
의태 ...의업을 이어받는 네 조부께선...비록 명성은 없었으니...
유가 고약을 만들어...병자들을 이롭게 하셨다...
당신께서도...글을 깨치지 못하여...내가 내의원의과에 합격해
가문을 빛내주길 소원하셨어...헌데 너도 알다시피...난 불효를
했다... 오늘 네가 그 소원을 이루어 드렸으니...나 또한
한량없이 기쁘다...
도지 ...아버님...
의태 허나...네가 잊어서는 안될 게 있다...
네 증조부와 조부께선...그 어떤 내의원 의원보다...훌륭한
분들이셨다. 누구보다도 병자를 긍휼히 여기고...병자의
아픔을 당신들의 아픔으로 여기며 살다가신 분들이야.
도지 ...
의태 금상왕의 환후를 돌보는 어의가 되는 일이나...
멸시당하는 가난한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나...
의원에겐...경중을 가릴 수 없는 똑같이...소중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의원의 길을...제 한몸을 세우기 위한...영달의
수단으로 삼지 않도록...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병자를 돌보는 의원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자신을 경계하고...또 경계해야 한다...
도지 소자...명심하겠습니다.
의태 (흐뭇한 얼굴로 도지를 보다가 오근에게)...허준이는 어찌
됐느냐? 혹 그 아이 소식을 알더냐?
순간...얼굴이 굳어지는 도지...
오근과 영달도 당황하는데...
오근 저...허준이는...과장에도 못들어가보고 낙방했습니다요.
순간...의아한 의태의 얼굴.
S#49. 버드네 마을전경
S#50. 버드네 초가마당...
십수명의 병자들이 멍석에 누워있는데...
정신없이 다니면서...병자를 보는 허준...
그런 허준을 돕고 있는 촌로와 초가주인...
돌쇠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런 허준의 진중한 모습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