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파티마에 형형색색 한복을 입은 한국 신자들의 한국어 기도가 울려 퍼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성모 마리아의 파티마 마지막 발현일 10월 13일과 그 전날인 12일 파티마 현지에서 미사와 전례를 주례했다. 이번 행사는 포르투갈 레이리아-파티마 교구장 안토니오 마르토(Antonio Marto) 추기경이 파티마 성모발현일을 기념, 염 추기경을 초청해 이루어졌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1베드 2,10)”를 주제성구로 하는 이번 파티마 성모발현 기념행사는 성지 발현 경당(Chapel of Apparitions)에서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개막 전례로 시작됐다. 레이리아-파티마 교구장 안토니오 마르토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에서 온 순례객들을 환영했다.
△ 파티마 성지 발현경당에서 12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부터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묵주기도가 봉헌됐다.(사진제공: 파티마 성지)
이어 초 축복과 묵주기도 후 행렬이 진행됐다. 오후 10시 30분(현지시간)부터는 염 추기경이 주례하는 ‘로사리오의 모후 대성전 봉헌 기념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북한의 천주교 실태를 설명하고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이지만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무신론자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다”며 “100여 년 전에 발현하신 파티마의 성모님께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하시는 것”이라고 전했다. 파티마에 모인 순례자들에게 “성모님의 말씀을 빌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부탁드린다“며 당부의 말도 전했다.
△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파티마 성모발현 기념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파티마 성모상에 분향하고 있다.(사진제공: 파티마 성지)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에 염 추기경이 주례하는 ‘파티마 성모발현 기념미사’가 거행됐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서 “1917년 오늘, 이곳에서 ‘태양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우리보다 더 큰 고통으로, 우리 구원을 위해 애쓰시고 전구해주시는 어머니 마리아가 계심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또 “포르투갈에서 2022년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것을 축하드린다”며 “평화의 사도가 될 청년들의 움직임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 12일 파티마 성지 기자회견장에서 포르투갈 현지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염수정 추기경, 포르투갈 레이리아-파티마 교구장 안토니오 마르토 추기경, 파티마 성지담당 까를로스 까베싱뉴스 신부.(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편, 12일 개막 전례에 앞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레이리아-파티마 교구장 안토니오 마르토 추기경과 파티마 성지 담당 까를로스 까베싱뉴스(Carlos Cabecinhos) 신부와 함께 포르투갈 현지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파티마 성모발현 미사를 주례하는 의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반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신앙 안에서 서로 연대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우리 신앙인 각자가 회심하고 하느님이 원하는 뜻대로 살아가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또 “인류 공동체가 한 형제를 이루고, 하느님 백성으로 순례하면서 하느님 나라로 향해가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다”고 덧붙였다.
○ 명동대성당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반야루카 교구도 함께 기도
명동대성당에서는 염 추기경의 파티마 성지 미사 봉헌에 맞춰 12일(토) 오후 8시 성모동산에서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 주례로 ‘세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또 2017년 평양교구와 영적 자매결연을 맺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반야루카교구도 13일(현지시간) 한국과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 한국 순례단 이모저모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는 이번 ‘파티마 성모 발현지 순례’를 기념하고자 세 가지 코스로 약 80여 명의 순례팀을 구성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포르투갈 성지 순례팀에 합류해 일정을 함께했다. 한국 순례팀은 12일, 13일 파티마에 모여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함께 참여했다.
순례에 참여해 13일 파티마 성지 미사 전 로사리오 때 위성일(프란치스코, 72), 송여필(데레사, 77) 부부가 대표로 한국어 묵주기도 한 단을 주송했다. 위성일 씨는 “우리 부부가 살아온 동안 성모님 발현날인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며 “오늘(13일)이 우리 부부의 생일인데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딸과 함께 온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신경숙(수산나, 65) 씨는 “축복과 은총이 가득한 하루”라며 “미사 중에 102년 전 성모발현 당일처럼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리는 장면을 보고 정말 성모님이 오신 것 같았다”며 울먹였다.
수원교구 흥덕본당 원순애(안나, 67) 씨는 “20년 동안 봉사를 해오면서 봉사자로서, 또 한 가정의 엄마로서 항상 ‘주는’ 입장이어서 위로받을 곳이 없었다”며 “순례를 통해 성모님께서 나를 안아주고 계셨음을 알게 됐고,일상으로 돌아가 더 봉사하며 더 주는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최연소 참가자인 청주교구 서청주본당 이준서(마태오, 13) 군은 직접 어머니에게 제안해 성지순례에 함께 왔다. “순례에 오기 전에 어머니와 54일 동안 묵주기도를 했다”며 “산티아고 순례길 100km를 5일 동안 걷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감격스러웠다”고 언급했다. 또 “각 순례지에서의 매일미사에서 신부님을 도와 복사(服事)를 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각별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