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기행 4]
ㅡ점입가경ㅡ
여행 3일째, 마지막 일정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벌써'ㆍ '어느새' 라는 부사 단어가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 즐거움의 연속이기에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다. 여행은 즐거움보다 일행과 함께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식은 아침 식단에 제격인 수복정의 쫄복국이다. 여행 중에 요리가 겹치지 않아 입이 즐거워진다. 여행사의 배려에 고마울 따름이다.
여행 첫날부터 동행한 비는 여전히 우산을 펴게 한다. 가뭄에 단비로 여기니 불편함을 의식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한다. 평소 거리를 두고 걷던 부부가 우산 속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니 정겹다.
마지막 여행을 의미있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고 서둘지 않아야 한다. 상경길에 진주 촉석루로 향한다. 세찬 비바람은 멈출 기세가 아니다.
진주성 촉석루矗石樓는 고려말 공민왕 때 건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논개가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안고 낙화한 남강 의암을 보기 위해 폭우도 감내한다.
조선 개국 공신 하륜河崙(진주 하씨)이 지은 누기樓記가 후대에도 읽혀진다. 그가 어린 시절 놀던 곳인데, 말년에 촉석루기를 지어 걸었다. 누기 일부를 요약해본다. "촉석루의 규모는 매우 크고 시야가 탁 트이는 맛이 있고, 남강을 굽어보면 긴 강이 그 아래로 흐르면서 여러 봉우리가 바깥쪽에 벌려있다."(하략)
고려 말기에 담암談菴 백문보 선생이 말하기를 "강 가운데 돌이 뾰족한 까닭에 누대의 이름을 촉석이라 하였다" 고 한다. 왜구에 의해 잿더미로 변한 촉석루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재건한 누각이다. 강 건너편에서 감상하면 제격이다. 소나기는 바짓가랑이를 연신 적신다.
진주성과 인접한 맛집 하연옥이 있다. 냉면과 육전의 맛이 으뜸이다. 여행 때마다 찾아간 음식점인데 이번엔 지나쳐야 한다. 잠실에 입점해 있어 자주 찾는 편이다.
버스는 산청 동의보감촌을 향해 달린다. 동의보감촌 불로문不老門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지형에서 정기精氣가 느껴진다. 전통 한방 휴양지로는 비할바 없다. 박물관과 부대 시설이 잘 갖추어진 쉼터이다. 비구름 가득한 산세에 반한다. 깊은 계곡의 풍부한 물로 인해 수목이 울창하다.
세계전통의약항노화 엑스포가 9월 15일부터 35일간 동의보감촌에서 열린다. 온실에서 1백여종의 약초가 재배중인데 관람할 시간 여유가 없다.
국새國璽를 만드는 전각전篆刻殿 안에 암수 가마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동의전 뒤편 대형 귀감석은 거북을 닮았다. 기를 충전하는 장소이다. 오링 테스트 체험을 해보니 입증이 된다. 복석정 바위에 동전을 세운 전용한 작가는 행운이다. 기를 듬뿍 받은 듯하다.
평소 기운을 허비하며 충전에 소홀했다. 여행으로 재충전하는 기회를 맞는다. 주역에서 가르침을 주는 문장을 읽어본다. "겸손은 더 보탬을 받고, 교만은 덜어냄을 부른다(겸수익ㆍ만초손 謙受益, 滿招損)"고 한다.
애써 기운을 채우기보다 매사에 겸손함으로 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침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선인들의 습정習靜을 마음에 되새긴다. 산만하지 않게 조심操心을 길들이는 습관이 중요하다.
'약초와 버섯골'이 여행 마지막 오찬장소이다. 보약재인 야채를 함께 먹으니 기가 솟는다. 산청에서의 머무는 시간이 짧아 여정을 접어야 한다.
예전에는 배편으로 이어지던 다도해의 섬들이 다리가 놓여져 편리해졌다. 서로의 마음이 다리처럼 이어지라는 교훈으로 새긴다. 명인들이 태어난 땅에서 그들의 기를 받고 돌아서니 피로감도 사라진다. 3일 동안 '여행공감' 지인들과 이심전심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행복하다. 혹시라도 경거망동하지 않았나 다시 돌아보며 서울로 달린다.
2023.08.30.
첫댓글 진주. 산청까지 제대로 경남을 돌아보고 오셨군요.
다음 여행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