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푸른 생울타리 정원수
▶자연성을 회복하는 삶
이 땅에는 넓고 넓은 바다가 있다. 바다보다 더 넓은 하늘이 있는데 하늘보다 더 넓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그러나 한 생각 돌이키지 못하면 바늘 하나 꼽을 틈새도 없이 비좁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 그것은 뭇 생명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이니 우리가 이러할 때 유정 무정 무명창생들과 더불어 내가 행복할 것이다. 이것이 곧 자연성 회복의 삶이라 할 수 있다.
나만이 살아 남기 위해 생명체 지구를 위협하는 엄청난 살상용 유해물질을 계속 생산해 내고 있는 한 변종바이러스virus들도 창궐할 것이며 이들의 대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도 살아 남기 위해서 광우병, 사스, 조류독감들과 같은 병원체로 변이해 이땅의 인간들을 휩쓸어 버릴지도 모른다.
“대지를 잘 돌보라. 우리는 대지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 「인디언 격언」“우리 인디언들의 삶은 지구전체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어머니인 대지와 아버지 하늘, 네 방향의 할아버지 바람, 할머니 달, 그리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씨앗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인디언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은 전통적인 인간의 가치관이다. 이것은 곧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카로니악타티:인디언 모호크족」
“어떠한 형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우주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배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천막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무릎을 꿇고 만물을 지으신 정령에게 ‘저를 용서하소서’하며 기도하라고.” 「루벤스네이크:인디언 위네바고족」
“누구나 발을 딛고 사는 대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 시냇물 웅덩이 우물과 호수 옥수수와 열매 약초와 나무숲 양식과 가죽옷을 제공하는 짐승들에게, 큰 바람 작은 바람 천둥번개에게, 위대한 전사 태양 달에게, 하늘 저편에 머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는 생명의 근원이신 위대한 정령의 심부름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런 다음 비로소 우리 오논다가족들은 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 「인디언 헌법:오논다가족」
위의 글들은 류시화 시인이 쓴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 刊, 2003」에서 간추렸다. 「인디언」그들은 이 지구상에서 자연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였다. 그들의 연설문 모두는 자연에게 바치는 한편의 연정시와 같다. 그들은 조상 누대로 이 땅 대지를 어머니라 불렀다. 그리고 그 후손들도 변함없이 어머니로 섬겨갈 것이다. 인디언족과 같은 자연에 대한 연민의 정이 없는 인간들이라면 이 땅에 발 딛고 뭇생명들과 함께 살 가치가없고 사람은 만물의 영장靈長이 아니라 만물의 공적公敵이될 뿐인 것을.
▶사철푸른 변함없는 나무
변함없는 나무 사철나무는 이름처럼 사철 푸른 나무다. 노박덩굴과에 속하며 키는 3m 정도로 자라는 상록 활엽수관목. 잔가지와 줄기는 녹색을 띤다. 잎은 마주나는데 잎 앞면은 윤기가 나는 짙은 녹색이나 뒷면은 황록색이며 잎 가장자리에 무딘 톱니들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잎겨드랑이에서 피는 꽃들은 암술1개를 가운데 두고 수술 4개가 사방으로 배열되며 그 사이로 녹백색 꽃잎 4장이 마주보며 우산 꼴로 무리 지어 피어난다. 그러나 꽃밥이 진 노랑색이어서 꽃 전체는 황록색같이 보인다. 가을에 익어 가는 열매는 겨울까지 매달려 있으며 노박덩굴열매와 비슷하고 그 모습도 아주 특이하다. 주홍빛으로 열매가 익어 가면 오렌지색 껍질이 네 갈래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맑고 고운 진적황색의 씨앗이 진록의 잎새와 어울려 매우 아름답다. 더욱이 겨울 흰눈이 내리면 흰눈사이로 푸른 잎과 붉은 열매가 참으로 조화롭다. 그래서 우리들 정원에는 으례 사철나무 한 포기를 심었는가 싶다.
사철나무는 반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고 바닷바람이나 공해에도 강하다. 이 땅에는 해풍이 몰아치는 제주도 해변에서부터 비롯하여 저 북쪽 황해도까지 분포하여 자생하고 있다. 아시아 온대 원산지인 사철나무는 중국 한반도 일본으로 이어져 살고 있어서 「우리나무 백가지」를 쓴 이유미님은 이 사철나무를 ‘아시아의 상록수’로 일컫고 있다. 경계표시와 생울타리용으로 널리 심겨져 있는 사철나무의 종류에는 잎이 길쭉한 긴 잎사철, 줄기에서 흡착뿌리를 내려 담쟁이덩굴처럼 기어오르며 자라는 줄사철나무가 있고 개량된 원예종으로는 잎에 흰줄무늬가 있는 은테사철, 노란 줄무늬 금테사철, 잎에 흰 반점이 있는 은사철, 노란 반점 금사철, 황색과 녹색반점 황록 사철나무들이 있다.
▶약보다는 생울타리 정원수
사철나무는 약성보다는 늘 푸르면서 맹아력이 아주 강해 새순을 많이 냄으로 가지치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래서 수형을 원하는 대로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어 정원수로 널리 심어 왔다.
사철나무는 한방에서 한문이름 화두충, 왜두충이라 하여 당두충과 구별하며 겨울에도 푸름으로 동청목冬靑木이라 한다. 민간에서는 사철나무, 겨우살이나무, 무른 나무라 부른다.
한방에서 특별히 조경초調經草로 이름 지을 만큼 부인병과 생리조절에 효험이 있는 활혈거어약으로 분류된다. 약용으로는 이 나무의 껍질과 뿌리를 쓰는데 약성에서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순하다. 효능은 조경화어調經化瘀-여성의 경을 고르게 조절하며 피가 탁해져 순하게 돌지 못하고 한곳에 뭉쳐 생기는 여러 가지 병증을 풀어주어 조화롭게 한다. 그리고 강장, 이뇨, 진통작용이 있다. 적용질환은 부인병, 생리통, 요통, 생리불순, 신체허약, 장조증-여성의 신경질, 소변불통들에 약용한다. 이 약초의 성분으로 friedelin, flavonoid, epifriedelanol들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초채취는 봄 여름철 껍질 벗기기 쉬울 때 모아서 잘게 썰고 말려 보관하여 두고 쓴다. 하루 쓰는 양은 말린 약재 10g 내외를 물로 달여서 나누어 복용한다.
사철나무는 아무래도 약초라기보다는 늘푸른잎 알맞은 키 흰 눈 속에 오렌지빛 열매로 운치가 있어 곁에 두고 가꾸어 보고픈 정원수로 이름이 높다. 사철나무를 생울타리 용도가 아닌 관상목으로 키울 때는 뿌리에서 계속 돋아나는 잔순들을 제거하고 외줄기로 만들어 둥치가 굵어지면 작은 나무이면서 아주 고태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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