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판매부터 언어 규제까지... 연간 2천450억 달러 경제 손실
간호사·변호사도 주 이동시 재시험... 자격증 인정 제도 미비
퀘벡주 프랑스어 보호법까지... 기업들 13개 규정 맞추기 진땀
캐나다에서는 주(州)마다 서로 다른 규제로 인해 연간 2천45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주간 무역장벽만 없애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다.
13개 주와 준주는 마치 작은 독립국처럼 각자의 규제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도로안전, 보건기준, 교육자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주류 판매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온타리오주 주류통제위원회(LCBO), 퀘벡주 주류공사(SAQ), 노바스코샤주 주류공사(NSLC)는 각각 다른 판매, 보관, 라벨링 규정을 적용한다. 그 결과 호주산 와인이 BC주 와인보다 더 쉽게 온타리오주에서 판매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8년 주간 협약으로 개인이 주 경계를 넘어 운반할 수 있는 주류의 양이 늘어났다. 맥주 6박스, 와인 2박스, 증류주 6리터까지 허용됐지만, 여전히 상업적 판매는 제한되고 있다.
식품 분야의 규제도 복잡하다. BC주는 주 닭고기위원회가 가격을 통제해 다른 주보다 닭고기 가격이 높다. 앨버타주와 사스카츄완주 경계에 위치한 로이드민스터시에서는 최근까지도 앨버타주에서 만든 샌드위치를 사스카츄완주 매장에서 판매하려면 별도 허가가 필요했다.
직업 자격증 문제도 심각하다. 온타리오주 간호사가 매니토바주에서 일하려면 추가 교육이 필요하고, 앨버타주 심리학자는 노바스코샤주에서 개업하기 위해 새로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퀘벡주 변호사는 자체 민법 체계로 인해 다른 주에서 활동할 수 없다.
건설 현장 시설 기준도 제각각이다. 온타리오주는 앞이 트인 변기 시트를 의무화하지만 앨버타주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메이플시럽의 등급 기준도 주마다 다르며, 같은 트럭이 BC주에서는 밤에만, 앨버타주에서는 낮에만 운행할 수 있다.
2017년 체결된 캐나다 자유무역협정(CFTA)에도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특히 퀘벡주는 프랑스어 보호를 위해 가장 많은 예외 조항을 확보했다. 영어권 기업이 퀘벡주에서 활동하려면 간판, 언어 사용 비율, 직원 의사소통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
서부 4개 주(BC주, 앨버타주, 사스카츄완주, 매니토바주)는 2010년 별도 협정을 맺어 노동력 이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무역장벽을 제거했다. 하지만 다른 주들 사이에는 여전히 수천 개의 규제가 존재해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