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50315. 편 가르기
민구시기
편가르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습성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어느 부족이나 어느 민족이나 이익과 관련하여 적대감을 가지는 것은 본능처럼 여긴다. 더 큰 적을 만나기 전에는 작은 것들끼리 싸운다. 그 때마다 편을 만들어 뭉친다
편이 되면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않는다. 무조건 어느 한 편, 내가 속한 편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만들어 합리화해야 한다
충청도에 살다가 경상도에 와서 살아보니 지역적인 특징을 깨닫게 되었다.
경상도 사람 둘이 싸우고 있다. 목소리도 크고 삿대질하면서 싸우는 것을 보았다. 내 생각으로는 저 정도면 두 사람은 원수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점심 시간이 되었는데 둘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다. 으잉?
전라도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한 것 같다. 초록은 동색인 것이다. 색깔이 없으면 죽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충청도에서는 색깔이 있으면 죽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왜 그럴까?
아주 오래전부터 충청도 지역은 신라, 백제, 고구려가 번갈아 가며 침범하는 곳이었다. 그러므로 통치자가 자주 바뀌므로 언제 어느 편에 죽음을 당할 지 모르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눈치가 빠르고 말은 느리다. 상대가 어느 편인지 알기 전까지는 예의를 갖추고 나의 색깔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충청도 말에서는 중립이나 지연의 의미, 불확실성의 언어가 발달하였다. ‘글쎄유~’ 하는 말의 의미는 전라도의 ‘거시기’ 와 같은 맥락의 의미가 있다. <글쎄>는 부정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충청도에서는 한 동네에 살아도 그 속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중하고 느리게, 그리고 확정적인 말을 삼가하면서 눈치를 살핀다. 편이 갈라서 있지만 표면으로 돌출하는 경우는 적다. 형제가 많은 집안의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나오는 힘(?)을 믿고 설친다. 그렇게 다혈질이 되었다가 언젠가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암시가 숨어있어 법도를 중요시하고 인륜이나 삼강오륜이 어떻고 하는 나름의 이유를 붙여서 양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나라의 시끄러운 고함소리들은 이런 맥락에 기인한다고 본다. 편견이거나 이익 추구이거나 이유 없이도 편을 들어야 하는 속성은 지리적 환경에도 기인한다. 좀더 냉철하게, 편견을 버리고 거시적이고 전지적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힘을 합하여 나라 밖으로 시선을 뻗쳐서 국가가 이익이 되는 쪽을 생각해야 한다. 누가 무엇이 되던 누가 무엇을 하던 다 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라 꼬라지가 영 불편하다. 우리의 편은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