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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놀이공원에서 일하는데, 괴물 중에 절반은 연기자가 아냐 05
내가 일하는 놀이공원의 연기자 중 절반은 실제 연기자가 아니다. 지난번엔 우리 매니저의 수상한 행동에 대해 거의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드디어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두 명의 다른 비연기자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꽤 흥미로운 뉴스도 있는데,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다.
내가 일하는 놀이공원의 할리우드 구역은 정말 솔직히 말하지면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구역이다. 롤러코스터들은 평범하고 딱히 눈에 띄는 디자인도 아니다. 영화에 나올 만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할리우드 구역 안의 모든 건 전부 반짝이고 글래머스럽다. 예뻐 보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공포 구역이나 서부 구역만큼 내게 딱 와닿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할리우드 구역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비연기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나이 든 디바.
그녀는 50년대나 60년대 느낌의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키 크고 늘씬한 여성이다. 그녀는 검은 실크 장갑을 늘 끼고 있고, 한 손에는 얇고 긴 담배를 들고 다닌다. 아마 디바는 이 놀이공원의 비연기자들 중 가장 말을 잘하는 괴물일 것이다. 실제로 문장을 만들어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디바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고맙다고 답할 때만 이 언어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한 말을 계속 되풀이한다. 디바의 말은 미리 녹음되어 있던 걸 재생하는 것처럼 들린다.
디바는 칭찬을 좋아한다.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녀는 굉장히 친절하다. 그렇지만 모욕을 들으면… 굉장히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몇 번 그런 일을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디바가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그녀 앞에서 대놓고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실수로 두어 번 그녀를 화나게 한 적이 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그날 나는 쉬는 시간에 놀이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상복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옆쪽에 디바가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내 괴물사냥꾼 복장을 입지 않고 있었으니 디바가 나를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어쨌든 말을 나눠본 적이 별로 없으니 가서 인사를 하기로 했다.
디바와 같이 다니는 연기자, 올리버랑은 이미 구면이었다. 올리버는 활발하고 착한 사람인데 내게 디바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디바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칭찬에 반응할 뿐이다,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당연히 나는 그녀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예의바르게 웃으며 디바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이제야 만나뵙게 되네요. 저는…” 말을 시작했지만 그녀는 내 말을 중간에 끊었다.
“고마워라! 같이 사진 찍어줄까요?” 디바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사실 저는…”
아뇨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밀려오자 나는 말끝을 흐렸다.
디바의 입꼬리가 먼저 처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는 그녀의 볼이 턱까지 흘러내린다. 아랫눈꺼풀이 아래로 점점 흘러내리고 눈알의 흰자도 녹아내렸다. 올리버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나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았다.
나는 방어적으로 손을 올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관람객 중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다시 디바에게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두피가 녹아내려 하얀 두개골이 드러난 게 보였다. 나는 발끝으로 일어나 이 광경을 지나가는 관람객이 볼 수 없도록 막으려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디바의 머리는 녹아내린 촛불 덩어리처럼 보였다. 올리버는 이걸 마지막 단계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떻게 이걸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폭발했다.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 공기 중에는 뭔가 반짝거리는 게 떠다녔다. 나중에 올리버는 이 일에 대해 내게 정말 정말 화를 냈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못된 애들이 돌아다니며 디바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예의를 차리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디바가 폭발한 적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가끔 관람객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데 그들은 마법쇼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무도 컴플레인을 건 적 없으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디바는 폭발한 뒤 할리우드 구역의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다행히도 디바는 지금은 나와 있었던 트러블을 전부 잊은 듯하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건 디바뿐이기 때문에 정말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을 때, 디바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먹구름이 낀 우중충한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폭풍이 올 것 같았다. 관람객은 아주 적었다.
올리버가 바쁜 틈을 타 나는 쉬는 시간에 할리우드 구역으로 디바를 보러 넘어갔다. 그녀는 광장 근처의 사람 없는 카페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 돌려봤는데, 내가 계속 중간중간 칭찬을 한다면 아마 디바랑 계속 대화를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돌이켜보면 멍청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디바에게 다가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너무 좋네요! 오늘도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디바도 나랑 똑같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런!” 그녀가 높고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어. “말도 예쁘게 하네! 여기 나랑 같이 앉지 않을래요?” 그녀는 테이블 건너편의 의자를 가리켰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너무 친절하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디바님만 대답해주실 수 있는 질문에 답을 해 주실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디바는 몸을 곧추세우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랬군요. 맘껏 물어봐요. 뭘 대답해 줄까요?”
“디바님 같은 미인은 도대체 어디서 오셨어요?”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아, 난 여기서 태어났답니다. 평생 여기 살았어요.” 디바는 과장된 몸짓으로 한숨을 쉬었다. “할리우드 생활이 내 운명이었던 것 같아.”
“그런 것 같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제가 디바님 시간을 뺏는 건 아닌가 싶지만, 혹시 그럼 다른 분들은 어디서 오셨는지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른 누구 말이죠?”
“그러니까… 디바님 같은 다른 이들이요.”
“다른 누구 말이죠?” 그녀는 방금 했던 말과 정확히 똑 같은 말투와 목소리로 반복했다.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 발레리나도 있고 스크래치도 있고요, 역마차도 있고 맨날 웃고 다니는 그 카우보이도…?”
디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카우보이? 그 흉하고 징그러운 녀석 말이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디바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아마 비연기자들로부터는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계속 시도를 해 보려고는 한다.
할리우드의 다른 비연기자는 첫눈에는 전혀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디바보다 조금 더 이상하다. 우리는 그를 피아니스트라고 부른다.
할리우드 구역에는 레스토랑과 아이스크림 가판대 같은 것들이 많다. 이 구역이 놀이공원의 입구에 가깝기 때문에 공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음식을 사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 중 가장 크고 예쁜 레스토랑에는 피아노가 딸려 있는 작은 무대가 있다. 피아니스트는 매일 이곳에 앉아 있다. 매일.
쉬지 않고 피아노만 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설탕요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피아니스트는 조금 더 격한 편이다.
설탕요정과 다르게 피아니스트는 밤에 가둘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중년 정도 나이의 신사이며 하얀색 턱시도를 입고 있다. 그는 늘 웃고 있으며 보통은 피아노에서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피아노 위에는 팁을 넣는 유리병이 있는데, 관람객이 통에 돈을 넣을 때 피아니스트는 유일하게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보고 웃으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피아니스트는 비밀에 싸여 있는 비연기자이다. 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위험하다.
피아니스트와 같이 일하는 연기자는 캐롤라인이다. 캐롤라인은 착하지만 나는 맥신이나 앤, 다리우스보다는 캐롤라인이랑 조금 덜 친한 편이다. 그녀의 복장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의 복장과 흡사하다. 피아니스트는 가두거나 감시할 필요가 없다 보니 그녀가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캐롤라인에게는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업무가 있다.
매일 오후 3시 정각에 캐롤라인은 피아니스트에게 가서 혹시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야 한다. 그러면 항상 피아니스트는 똑같은 대답을 한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대체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그 레스토랑에서 캐롤라인이랑 대화를 길게 해 본 후에야 나는 그녀가 왜 이렇게 이 업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는 뭘 필요로 해서 그런 건 아닌데,” 캐롤라인이 설명했다.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한 거야. 내가 여기서 처음 일 시작했을 때 데일이 나한테 죽어도 늦으면 안 된다고 했어. 피아니스트에게 아무도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공원에 있는 누군가가 죽는대.”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로?”
캐롤라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데일은 그렇게 말해. 그렇지만 진짠지 확인해 보지는 않을 거야. 데일이 그랬는데, 지난번에 누가 안 물어 봤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그녀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전에 일하던 사람이 한 번 까먹은 적이 있었대. 딱 5분 늦었을 뿐인데 그래도 이미 사고가 났었나 봐. 그 5분 사이에 어떤 롤러코스터를 타던 사람이 심장마비가 와서 죽었대. 그러고 나서 내 전임자는 잘렸고.”
나는 인상을 썼다. “우연 아닐까?”
“아니야. 그 전에도 두 번이나 그랬다고 했어. 피아니스트한테 붙은 연기자가 안 나타났을 때마다 그랬고, 항상 심장마비였대. 첫 번째는 관람차를 타던 여성이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과연 우연일까? 건강한 사람이라면 관람차처럼 평온한 놀이기구를 타면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지는 않아.”
나는 결국 납득해야만 했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여느 때처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며 나는 왠지 속이 비틀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피아니스트는 전처럼 무해해 보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뉴스가 있다고 초반에 얘기했는데,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제 데일이랑 그 대화를 한 이후로부터 나는 데일이 그 노트를 왜 이렇게 열심히 보호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하는 걸 보기 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놀이공원에 들어서며 나는 데일의 노트북을 손에 넣기로 결심했다.
데일의 사무실은 놀이공원 입구의 매표소 건물에 붙어있다. 데일이 하루종일 거기에 죽치고 있는 건 아니다. 밖을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지금처럼 공원에 사람이 없을 때도 그 버릇은 그대로인 듯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마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평소대로 스크래치에게 밥을 주고 놀아줬다. 양말인형은 나를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요즘 관람객이 없어 심심했던 모양이다. 나는 양말인형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비연기자들이나 아니면 우리 수상한 매니저가 나를 놀래키지 않도록 내내 경계를 하고 있었다.
유령의 집을 지날 때 앞에 간호사가 허공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게 보였다. 다리우스는 간호사를 관리하러 오는 거긴 한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얼마 후 우리는 역마차를 만났다. 네이선은 평소처럼 마차에 앉아 말들의 고삐를 잡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고 네이선은 내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마차가 지나간 후 나는 데일의 사무실을 찾아가기 전에 스크래치를 우리에 넣어 놓았다.
사무실로 가려면 할리우드 구역을 지나가야만 했다. 혼자서 그 구역을 돌아다니려니 조금 무서웠다. 데일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공원에 있다면 먼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데일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좀 깨끗해 보이는 창고에 가깝다. 공포 구역 휴게실보다 작고 창문도 하나밖에 없다. 일단 문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잠겨 있었다. 놀랍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나는 모퉁이를 돌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밖에서 열 수 없었지만, 가운데에 데일의 책상과 큰 옷장, 그리고 파일 서랍장이 보였다.
내가 아무 대책 없이 여길 왔다는 걸 깨달았다.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자리를 떠나려고 뒤로 돈 순간 누군가에게 정면으로 부딪혀 비명을 질렀다. 데일인 줄 알고 뒷걸음질을 쳤지만 자세히 보니 그는 내 상사가 아니었다.
웃는 카우보이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너구나.” 내가 헐떡거렸다. “아 깜짝아, 진짜 놀랐잖아. 왜 그렇게 몰래 다가온 거야?”
카우보이는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입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그의 검은 이빨이 보였다. 조금 당황한 채로 나도 똑같이 웃어주려 시도했지만 카우보이는 낄낄대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검은 침이 그의 입에서 뚝뚝 떨어졌다.
“여기서 뭐 하는데?” 내가 물었다. “심심해서 그래?”
카우보이의 웃음이 옅어졌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여기까지 와 있어? 너 할리우드는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설마 나 따라온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킥킥 웃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 입을 떼기 전에 그는 손을 올려 데일의 사무실을 가리키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말을 더듬었다.
“이상해 보이는 건 아는데 데일 사무실에… 아니 거기에 있는지는 사실 몰라. 그렇긴 한데… 데일한테 노트가 하나 있는데 한번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랬어. 뭘 부수려고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어…”
카우보이가 한 손을 올렸다. 나는 말을 멈췄다. 카우보이는 여기 있으라고 내게 신호를 보내려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뒤돌아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를 따라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이곳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후에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다시 텅 빈 거리에 울려퍼졌다.
카우보이는 한 손에는 모자를 들고 한 손에는 다른 걸 들고 내 쪽으로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오자 나는 다른 손에 들린 게 데일의 노트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카우보이는 신나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는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모자를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내 팔을 잡아 같이 질질 끌고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두 기념품 가게 사이에 있는 광장 옆의 골목에 숨었다. 카우보이는 내게 노트를 넘기고 빨리 하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를 다급하게 넘겨 보았다. 돌이켜 보면 사진을 좀 찍어 놨어야 되는데, 당시에는 너무 급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페이지에는 놀이공원의 재정과 관련된 것 같은 숫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몇몇 페이지는 특이했다. 그 중 한 페이지에는 몇백 년은 돼 보이는 어떤 문서의 스캔본이 풀로 붙여져 있었다. 충분히 읽을 시간은 없었지만 그 뒤 페이지들에 손으로 써 있는 글들도 이상했다.
정확히는 어떤 말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냥 아무 단어나 모아놓은 듯한 구조 없는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단 한 문장이 계속 반복해서 등장해 기억에 남는다.
‘이제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우리는 값을 알고 치르려 한다.’
잠시 후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 와 미친놈아!!” 데일의 목소리가 광장 어딘가로부터 들려왔다. “이젠 재미 없다!”
내 옆에서 망을 보던 카우보이는 노트를 낚아채더니 내 상사가 우리를 발견하기 전에 거리로 뛰어나갔다. 데일이 그에게 계속해서 소리지르는 게 한참 들렸다. 얼마 후 데일은 마지막으로 분노에 찬 신음을 한번 흘리더니 포기하고 떠났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나는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웃는 카우보이는 광장의 레스토랑 벽에 기대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카우보이의 도움 덕분에 적어도 데일이 그렇게 숨기려고 노력했던 게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데일은 카우보이가 장난을 쳤다고 생각하지, 내가 노트를 읽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웃는 카우보이에게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그는 한동안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국 고개를 젓고 내게 모자를 기울여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 모자 인사는 아마 “천만에.” 아니면 “안녕.” 이라는 의미겠지.
어찌 됐든 지금은 집에 와서 데일의 노트를 곱씹으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중이다.
‘이제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우리는 값을 알고 치르려 한다.’
첫댓글 재밌다 흥미진진해
이거 나 너무 재밋어서 어제 밤새서 다 읽음! 다시 또 읽어야지 재밋는거 가져와줘서 고마어!!
재밌어ㅜㅠㅠ 카우보이 뭐야 수상한데 도와주는데 수상하네
존잼
카우보이 모냐고~~아 개재밌어ㅜㅜ
카우보이 모야
재밌다ㅠㅠ
후... 넘 재밌다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