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가 지난 12일 동국대 불교대학원(원장 보광스님)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에 초청받아 특강을 했다. 조목사는 이 특강에서 “불교와 기독교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지만 서로의 차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조 목사는 수강생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은퇴 후 해외 종교 활동과 함께 종교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강연내용과 일문일답 요약이다.
불교집안서 태어나 기독교와 인연 맺고 목사돼
남의 종교 이해해야 나의 종교 이해 폭도 넓어져
저는 원래 기독교와는 상관없는 불교문화권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주 불국사, 양산 통도사 등이 가까이 있는 경상남도 울주군이 제 고향입니다. 집 근처에도 사찰이 있어 절의 종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할머니는 양산 통도사에서 ‘극락화’라는 법명을 받은 독실한 불교신자입니다. 아버지 또한 평생을 선불교를 공부하신 분입니다.
어릴 적 참선을 자주했던 저는 아버지로부터 “심시불(心是佛) 즉 깨닫고 나면 내 마음에 부처가 있다. 또한 개유불성(皆有佛性)이기 때문에 벌레 하나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다 부산에 피난 중에 폐병에 걸려 병원에 가니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피난살이에 병까지 걸려 죽을 고생을 하던 중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누님친구의 권유로 성경을 읽고 기독교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과의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목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소망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성경은 교리, 율법, 계명은 뒤에 오고 기독교의 계율과 예수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대중 불교를 주창한 원효대사의 사상과 일치합니다. 교리와 계율보다 부처님을 믿기만 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 역시 목회 일을 시작한 것이 소망에서 비롯된 것처럼 종교가 소망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계율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소망을 전달하는 것이 종교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제가 지난 74년 허허벌판이었던 여의도에 교회를 세우려고 했을 때 많은 신도들이 반대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설득하고 희망을 심어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는 여의도에 70만 신도가 다니는 큰 교회가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망과 꿈을 갖고 시작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불교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 목사로 인연을 맺고 목회 일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불교와 기독교의 가르침이 지향하는 사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던 심시불, 개유불성 등은 기독교에서도 적용됩니다. 예수님 역시 우리의 마음에 있고 천국은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적용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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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에서 ‘조용기 목사 초청특강’을 마친 조용기 목사가 스님들과 인사를 교환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계율과 율법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부처님과 예수님을 따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계율과 율법은 자동적으로 지키게 됩니다. 때문에 저는 믿음을 강조한 원효대사의 사상을 좋아합니다.
또한 저는 불교텔레비젼을 자주 봅니다. 불교를 친정집같이 생각하고 저는 강의를 들으면 마음속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불교의 교리를 쉽게 설명한 정병조 교수님의 강의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가끔 어려운 설명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강의를 들을 때는 ‘이래서 중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불교의 강의를 들으므로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내 종교는 내가 그 속에 있어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불교 강의를 듣고 나의 종교와 비교해볼 때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종교 간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종교 간의 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불교, 기독교, 가톨릭 등 대화를 통해 서로 깊이 이해하고 협동해야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