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www.moca.go.kr :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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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0월, 경복궁에서 개관된 이래 덕수궁 석조전을 거쳐 지난 1986년 8월에 지금의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국립현대미술관(이하 MOCA)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는 현재 MOCA에서 개최되고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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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과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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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관 전시장 내부
이번 전시는 리히터와 펭크(A.R.Penck)의 2인전이지만, 전시장은 두 거장의 개인전으로 보이도록 각각 독립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 G. 리히터의 전시장 입구와 그의 60년대 작품
퀘른을 중심으로 활돌하고 있는 리히터는 1932년, 구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동독의 미술아카데미 초기에 보수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배운 그는 베를린 장벽이 생기기 직전, 서독 여행 중에 접하게 된 추상표현주의에 강한 충격을 받고 뒤셀도르프로 이주, 1962년에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소재로한 유화 ‘책상’에 ‘1’이라는 번호를 붙여서 발표한 이후부터 그는 작품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뒤셀도르프에서 앵포르멜(Informal)의 오토 괴츠(Karl Otto Goetz)로부터 사사 받고, 시그마 폴케(S. Polke)와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등과 교우한다. 백남준으로 유명한 플러서스 운동과 팝아트(특히, 잭슨 폴록)의 영향을 받고, 자본주의 리얼리스트 그룹에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매체와 스타일을 구사해서 회화의 가능성을 추구해 나오고 있는 리히터의 작품은 사진과 관련이 깊다. 신문사진과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회화 ‘포토페인팅’을 비롯해서 사진과 관련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거울은 보다 완벽한 회화다’라고 말하는 그는 사진과 회화. 현실과 환상, 구상과 추상 등의 경계에 서서, 그 경계를 초월한 세계 – 시각예술의 근본인 ‘바라본다’ 라고 하는 행위의 의미를 묻는 작품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1962년 사진이미지에 기반을 둔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회화를 위해 사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재현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회화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그에게 있어서 사진은 그림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그림이야 말로 사진의 보조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회화양식은 단일하게 규정할 수 없이 다양하다. 1972년, 베니스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수많은 국제전에 참가해서 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 리히터 페인팅 작품 [올림피아, 1967] 와 루프의 작품
그는 1997년의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십 수년 간 세계 유명 예술잡지들이 연말에 뽑는 ‘가장 유명한 혹은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에서 늘 1위 아니면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리츠 케프텔게 초상, 1966 | 바다풍경(구름낀) 1969
▲ 해수욕장 사람들,1960 | 여섯 가지 색,1966 | 추상화,1991 | 촛대와 해골,1983 |
한 인터뷰에서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소개한다.
“모든 것을 더 잘 모사할 수 있는 사진 기술이 있고 이미 모든 것을 보여준 미술사가 있으며, 모든 것을 훨씬 더 시대에 맞게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비디오, 공연예술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즐거움은 분명 회화의 필연성에 대한 또 다른 증거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림을 마음대로 그리지요. 회화는 경탄할 만큼 아름다운 미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이 예술철학의 일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A. R. 펭크’의 본명은 랄프 빈클러(Ralf Winkler)이다. 그가 선사시대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저명한 빙하시대 연구가 알브레히트 펭크(Albrecht Penck)의 이름을 본떠 자신의 이름을 A. R. 펭크로 바꾼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 과거와의 투쟁은 미래에 일어난다 2, 1983 | 전시장
드레스덴 미술아카데미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독학으로 회화, 조각, 영화, 문학, 음악 등을 공부했다. 당시 분단된 조국 독일의 시대적 상황이 그의 작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기호들을 통해서 보편적인 소통을 위한 기호언어를 개발하고자 했고, 그와 관련해서 미술작품을 일종의 기호체계로 파악하는 슈탄다르트(Standart) 이론을 제시했다. 슈탄다르트는 ‘Stand’와 ‘Art’의 합성어로서, 미술을 표준적이며 보편적인 언어로 치환함으로써 미술관념을 정확히 반영하고 전달하고 객관성을 지닌 조형언어를 지향하는 조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