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문우의 면회를 다녀오다
회관 행사 때마다 카메라와 촬영 기기를 조작하고 관리해주던 이민우 군(광주대 문예창작학과)이 입대하고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학을 지방에서 다니면서도 행사 때면 늘 찾아와 열심히 참여하고 후배들을 격려해주던 민우를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오늘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8958부대에 다녀왔습니다. (파주에 군부대가 많습니다. 전쟁나면 서부전선을 방어하는 곳이죠..) 언제나 제자를 사랑해주시고 기억해주시는 큰선생님을 모시고 영한이형, 민우의 연인인 다현이, 그리고 저는 오전 10시에 충무로에서 만나 파주로 출발햇습니다. 3호선 대화행 열차를 타고 대곡역까지 간 후 경의선으로 환승하여 민우의 부대가 있는 문산에 도착했습니다. 옛날에는 경기도 파주시가 무척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십여 년 지나니까 이렇게 철도가 놓여져 한 시간 십 여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사는 이야기, 문학 이야기를 지하철 객실 안에서 하며 정말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건너갔습니다. 재작년에 제 친구가 파주 9사단 백마부대에서 복무하던 애가 있어서 이번과 같은 경로를 통해 면회를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가는 길이 피곤하고 지루했었죠. 이번에는 '돈이 안 들면서 즐거움을 동반하고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게' 대화를 오래 해서 그런지, 파주까지 가는 동안 내내 즐거웠습니다. 또 다행스럽게도 승객들이 얼마 없어서 편안히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대곡역에서 문산행 경의선으로 갈아타 이동하는 동안 우리들은 그간 읽은 인상깊은 책이나 시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소설가 백가흠의 <광어>를 이야기했는데, 저번 대학연구반이 야외수업으로 안면도에 갔을 때 횟감을 가지고 회를 치는 곳에서 기다렸던 때가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서 kg으로 횟감을 사서 회를 치면 그것을 들고 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먹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었죠. 회를 쳐주는 곳에선 네 사람이 서로 분업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요. 한 명은 횟감을 가지고 온 순서대로 정리하여 번호를 매기거나 호스로 물을 뿌려 물고기의 붉은 내장들을 씻어내고, 다른 한 사람은 고기를 칼등으로 때려 기절시키거나 머리 부분을 잘라 다른 곳으로 모아놓는 작업을 하고, 두 명은 가지런히 횟감을 놓아두고 사람들이 먹기 좋은 부위를 손질하여 정리한 후 포장하거나 접시에 올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문득 기억이 나 소설가 백가흠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광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 많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횟집에서 일하는 주인공과 술집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사이에 놓인 관계, 인간 내부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뜻모를 고독, 시퍼런 칼날이 뱃속을 훑어 내장을 흩어내듯이 마치 자기 뱃속에도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것 같다는 심경 등이 잘 표현된 단편입니다... 대화를 오래 하다보니 어느새 창밖으로는 가을 풍경들이 지나가고 우리는 문산역에 도착하여 택시로 민우의 부대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다현이가 신분증을 맡기고 면회신청을 하고 면회실에 들어가 우리는 민우를 위해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면회실은 생각과 다르게 무척 어둡고 노후했습니다. 옆에 딸린 화장실도 썩 좋지는 않았고요. 면회소는 사실 부대마다 많이 다른데, 이렇게 부대 안에 면회소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고, 부대가 소규모인 경우 면회소는 아예 없고 그냥 작은 잔디밭에 탁자 몇 개 갖다놓고 면회소라고 하는 곳도 있고요. 좋은 곳은 장교/부사관 독신자숙소(BEQ. BOQ)를 면회소로 활용하기도 한답니다. 민우네 부대는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되었죠.. 부대가 대대 규모인데도 무척 영내가 크더라고요. 민우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주한미군부대였다고 합니다.. 어쨌든, 민우를 기다리며 피자와 치킨 등 음식을 주문하고 바깥에 나와 기다렸습니다.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식사를 하면서 그간 사는 이야기나 근황을 먼저 이야기하고 민우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말했습니다. 군인들은 기름기가 좀 많은 피자나 치킨 같은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주한미군이 아닌 이상 아직 한국군 부식은 썩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훈련 도중 먹는 전투식량 맛 참 없습니다. 메뉴는 볶음밥도 있고 잡채밥도 있는데 줄을 당기면 저절로 가열되는 것 빼곤 좋은 건 없다더군요. 그냥 사회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 난답니다. 열량 소모가 많아 칼로리는 두 배로 만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딜 가든 잘 먹는 게 좋죠.. 그래도 민우가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하고 면회소 옆에 있는 PX(충성클럽)에 가서 민우네 생활관(내무반) 사람들 줄 것을 사서 맡기고 정문 위병소 앞에 펼쳐진 잔디밭으로 이동하여 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대 바깥으로 나오니 (불과 십 여 발자국 걸어왔지만) 민우 얼굴이 좀 펴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끼리 같이 노래도 불렀고요. 민우와 다현이에게 서로를 좋아하는 10가지 이유를 대라며 즐거워하기도 했지요. 사실 면회에 가면 사실 할 게 얼마 없습니다. 계급이 병사라다보니 영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대 바깥으로 나와 외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대화를 오래 하면서 마치 회관 야외수업에 간 것처럼 모든 대화가 자연스러웠습니다. 민우와의 면회는 약 4시경에 종료됐고요.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우리에게 민우는 위병소 앞에서 거수경례로 답례하며 복귀했습니다.
문산역에서 출발하여 디지털미디어시티(DMC라고도 하죠..영어로)역에서 내려 신촌 연세대학교까지 근 1시간을 걸어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사드려야할텐데...;
민우.. 참 괜찮은 녀석입니다. 일단 성실하고 착하고... 이런 진부한 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고요.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전문적인 소양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친구로서 배울 점들이었죠.. 고등학생으로 만났다가 대학생을 거쳐 군인으로 만나니까 얼굴이며 몸집이며 모든 것이 강건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일병인데,, 내년 봄에 다시 면회로 만나거나 2월 합격MT에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건강히 복무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을 통해서 큰선생님께선 회관 사람 누구에게나 애착이 깊다는 걸 느꼈습니다. 큰선생님을 모시고 가면 어떤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소중하게 얻어 지니게 되어 매번 영광입니다. 그 사랑의 깊이 만큼 한참 더 노력해야한다는 걸 내내 깨달앗습니다. 입특반 수업이 시작되어 선생님께서 몸도 무척 편찮으시고 무거우실 텐데 이렇게 제자 한 명을 위해 파주까지 걸음을 재촉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스승의 의미에 대해서도 스스로 깊이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선생님께서 더욱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민우도 군 복무 내내 별 탈 없이 지내기를 친구로서 내내 바라겠습니다 ^^
첫댓글 가고 싶었는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