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사용성분을 표시하도록 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2008년 10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부작용 발생 시 원인규명을 쉽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규로, 제조자로 하여금 보다 안전한 원료를 사용하도록 촉구하여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현재 시행된 지 한 달여가 된 시점에서 각 화장품 제조사 및 수입사들 사이에 그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 따른 효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았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의 의미
화장품법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화장품 전성분 표시 의무제가 시행되었다. 글자 크기는 5포인트 이상으로 하고, 함량이 많은 성분부터 기재하며, 혼합 원료는 혼합된 개별성분의 명칭을 기재한다 등의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의심없이 믿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기능성화장품에 대해서는 기능성심사를 면제하여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였으며,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화장품 개발에 발맞추어 화장품의 유형을 어린이용, 목욕용, 인체세정용 제품류 등 11개로 분류하여 체계적 관리를 도모하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화장품에 대한 품질확보는 물론 다양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우수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
미국은 1976년, EU는 1997년, 일본은 2001년에 전성분 표시제를 도입하였는데, 그 동안 화장품 성분에 대하여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성분 표시제’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화장품을 잘못 구입하여 알레르기와 같은 부작용 등이 줄어들 것으로 여겨져, 소비자의 안전과 알권리가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본인의 피부타입과 체질에 어떤 성분이 맞지 않는지를 확인한 뒤, 성분을 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또한 광고에서 강조한 문구에 들어간 성분이 얼마만큼 함유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여, 타제품에 비해 우위를 가지고 있는지 바로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과대광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제조사는 모든 성분을 그대로 표시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의 질을 높일 수 밖에 없어, 이는 모두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이제 광고문구가 아닌, 제품의 라벨에 부착된 성분과 함량을 보고 스스로 제품을 판단하여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진정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
소비자들의 위와 같은 환영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정부의 ‘전성분 표시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허점들이 보인다.
첫째, “화장품 표시제는 법 시행 후 최초로 사업자가 출하하거나 수입자가 수입신고를 하는 화장품부터 적용된다.” 즉, 이미 기존에 수입되어 판매 중이거나, 법 시행 전 출하된 제품들에 대해서는 ‘전성분 표시제’의 제도망에서 벗어나 있다. 아마 ‘전성분 표시제’ 시행 후 한 달이 지났는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화장품 전문점에서 왜 아직도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기존에 유통된 제품들은 제조사들이 모두 회수하거나 소비되지 않는 한 시장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6개월 혹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전성분을 표시한다는 것은 제조사의 생산 노하우가 그대로 담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원료가 얼만큼 배합되어 있는지를 표시해야 하는 것은 제조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 제품이 출시되면 곧 이어 비슷한 ‘미투’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화장품 성분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기업들의 R&D 투자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셋째, 원료가 그대로 노출되면 각 제조사들은 타회사에서 절대 따라할 수 없는 특수 원료를 사용하거나 고가의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의 차별화를 이루어내려고 할 것이다. 이는 결국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을 고가의 특수원료를 이용하여 차별성을 가지고 가려는 제조사들의 목적과 맞물리면서 제품의 질은 그대로이면서 가격상승만 가져올 수도 있는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품의 안전성과 질에 대한 보장은 이루어지겠지만 소비자의 실질적인 이익에는 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용업계의 반응
작년 10월 17일부 화장품 전성분 표시 의무제를 시행을 앞두고 제조(수입)업체의 포장재 교체 등을 고려하여 1년간의 유예(준비)기간을 두었었는데, 현재 시행된 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 업체들은 과연 제대로 모든 준비를 마쳤을지 궁금해졌다. 각 미용관련 업체에 공문을 보내 확인한 결과,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맞춘 회사는 불과 몇 곳밖에 안되었으며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80% 이상이었다. 미용업계가 아직 준비가 미흡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업체들은 이미 1년 전부터 차분히 준비를 해왔으며, 이미 생산을 마치고 출하를 준비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하여 라벨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제품에 따라 라벨 크기도 모두 달라야하며 부착하는 방식 또한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가 많은 회사일수록 라벨 교체에 따른 제작비용과 인력보강으로 인한 비용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히 식품의약품 안전청의 지시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으며, 소비자에 대한 책임 증대 및 제품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등 새로 바뀐 제도를 수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또한 이번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등 우려의 목소리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
첫째로 미용업계의 경우 주로 살롱에 유통하는 특성 상, 제품교육에 필수적으로 성분교육을 추가로 해야 할 것이다. 화장품 전성분표시제를 시행을 위하여 대한화장품협회에서는 ‘화장품 성분 사전’을 발간하였는데, 살롱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에 포함된 성분에 대한 정확한 교육과 정보전달을 통하여 소비자가 올바로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위반조치에 대한 세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성분표시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각 조항별로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세부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제조사들이 올바로 표시를 했음을 그대로 소비자들은 믿고 구매할 수 밖에 없어 제도적 허점이 있다.
셋째로 전성분에 대한 정보 알리기. 일반 소비자들은 어떤 성분이 인체에 해로우며, 특히 본인에게 어떤 물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전성분 표시를 즉시 알 수 있도록 책자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소비자가 알고자 하면 언제든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는 제조자와 판매자는 성분에 대한 정확한 숙지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또한 제품을 구매하기 전 유해물질 성분에 대해 충분히 숙지를 한 뒤 구매를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이미 표시가 된 상태에서 소비자가 알고 구매를 한 것이기 때문에, 설사 제품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 할지라도 그 책임을 모두 제조사에게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자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책임을 나누어 갖게 된 셈이라 볼 수 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성분에 대하여 책임의식을 갖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에디터·김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