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ナミヤ雑貨店の奇蹟 390-392:4

“야, 목욕실에 수건 있을 거야. 몇 장 가져와” 남자가 말했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남자는 짜증이 난 듯 재촉했다. “빨리해. 수건! 꾸물거리지 말고.”    어둠 속에서, 당황한 듯이 어두운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누군가가 더 있는 듯하다.    하루미는 코로 거칠게 숨을 쉬었다. 여전히 심장은 심하게 뛰었지만, 조금씩 판단력이 되살아났다. 입을 틀어막은 것은 목장갑을 낀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였다. 또 다른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뒤 대각선 쪽이었다. “이러면 안 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말에 하루미를 붙잡고 있는 남자가 대꾸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보다 가방을 뒤져봐. 지갑이 있을지 몰라.”    뒤에서 하루미 가방을 뺏었다. 가방 속을 뒤지는 기척이 났다. 이윽고 “있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있어?”    “이삼만 엔쯤. 나머지는 이상한 카드만 잔뜩이야.”    하루미의 귓가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그것만이야? 아, 됐어. 현금만 빼. 카드는 쓸모가 없어.”    “지갑은? 명품인데.”    “낡은 것은 소용이 없어. 가방은 새것 같으니 가져가자.”    잠시 후 아까의 발소리가 돌아왔다. “이거면 돼?” 발소리 목소리도 젊다.    “좋아, 그걸로 눈을 가려. 느슨하지 않게 뒤에서 단단히 묶어.”    아주 잠깐 주저하는 기척이 나더니 곧 수건으로 하루미의 눈을 가렸다. 아주 희미하게 세제 향이 났다. 늘 쓰는 세제다.    머리 뒤에서 수건을 세게 묶었다. 어지간해서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어서 하루미를 식탁 의자에 앉히고 등받이 뒤로 양손을 묶었다. 그다음은 두 발목까지 의자 다리에 묶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목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지금부터 당신과 얘기할거야.” 하루미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리더인 듯한 남자가 말했다.   “입은 풀어주겠어. 단 큰 소리 내면 안 돼. 우리에겐 흉기가 있어. 소리지르면 죽일 거야. 사실은 우리도 이러고 싶지는 않아.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 해치지는 않을 테니,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    거역할 이유가 없다. 하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입에서 손을 뗐다.    “미안해.” 리더가 말했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우린 도둑이야. 오늘 밤 이 집이 빈집인 줄 알고 들어왔어. 당신이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지. 이렇게 당신을 묶을 계획도 없었어. 그러니까 나쁘게 생각 마.”    하루미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꼴을 당하게 해놓고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니, 그건 무리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이 남자들은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적만 이루면 금방 갈 거야. 목적이란 돈이 될만한 것을 받으면 돼. 그런데 지금 이대로는 나갈 수 없어. 즉 아직 돈이 될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는 거지. 자, 말해. 돈이 될만한 것은 어디 있지? 이 상황에서 욕심은 안 내. 뭐든 좋으니까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