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온 뒤 바로 코앞에 있는 aT센터에 방문했다.
2019년농업기술박람회에 참관했다.
유기농약에 관한 부스(booth)에서 농업전문가한테 문의했다.
나는 텃밭농사를 짓는데 무농약, 무제초제이기에 작물재배에 실패가 많다. 얼마 전 시골 텃밭에서 몇 개의 식물(화초)를 삽으로 떠서 서울 가져왔는데 서울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약하거나 죽는다. 아파트 안이라서 햇볕도 안 들고, 수돗물만 주니 화분 속은 습기가 가득 찼다. 물 적게 주면 화분 흙이 메마르고, 조금 더 주면 화분 흙이 질퍽거린다.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치지 않는다. 제초제, 제충제를 전혀 뿌리지 않는 100% 자연농법으로 농사 짓기에 벌레한테 져서.. 늘 실패하는 건달농사꾼이다. 예컨대 배추 모종 150개를 심으면 얼마 뒤에 배추벌레가 다 갉아먹고, 진딧물이 끼고.. 늦가을에서야 날씨가 추워서 벌레가 죽으면 그때서야 배추 속잎이 조금 나온다고 실패담을 고백했다.
농업기술관이 조언했다.
유기농이라서 해서 100% 농약을 안 치면 안 된다. 친환경에 적합한 농약이 많이 나왔다. 흙속에는 많은 균이 살아 있기에 햇볕에 말려야 병균 발생이 줄어든다. 시골에서 퍼 온 흙이 어떤 흙인지를 검사해야 한다. 지방 농업기술원에서 토양검사를 해야 한다. 요즘은 시중에 화분용 흙이 많이 보급되니 사서 활용해야 한다.
저독성농약을 살포해야 된다. 100% 유기농법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실에 맞는 처방이다.
나는 늘 실패하는 건달농사꾼, 엉터리농사꾼이기에 이 조언에 100% 수긍한다.
박람회에서 전시한 화초를 들여다보고, 흙도 살폈다.
일반 밭흙이 아니다. 살충살균처리를 한 흙이기에 작물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어제 농업체험을 하면서 인삼 세 뿌리를 작은 포트에 심었는데 포트 속의 흙 재료가 무척이나 부드럽다.
또 보리싹이 트기 시작한 작은 포트도 얻었다.
오늘 보리싹을 큰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핀세트로 조심스럽게 싹을 뽑았더니 실뿌리가 아주 깊게 박혔다.
그만큼 흙이 부드럽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내 아파트 베란다/발코니에는 화분 90개가 있다. 크고 작은 화분에서는 벌레가 엄청나게 많다.
맨 땅에서 퍼 온 흙속에 벌레와 벌레알이 들어 있었다는 증거이다.
농업기술관은 화분 속의 흙은 뜨겁게 달궈야 하며 또는 햇볕에 말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아파트 안에서 무슨 재미로 흙을 뜨겁게 데울 수도 없고, 햇볕에 말릴 수도 없다. 수돗물이나 질퍽하게 주기에 화분 속의 흙은 늘 눅눅하고, 습기 찬 흙에서는 작은 벌레가 무척이나 많다. 특히나 민달팽이가 자주 눈에 뜨인다.
나는 날마다 밤중에 여러 차례 베란다/발코니에서 화분 속을 들여다보면서 민달팽이를 잡아낸다.
꽃삽으로 조심스럽게 뜬 뒤에 티수푼(쇠로 됨)으로 탕탕 내리쳐서 내장을 터뜨린 다음에 하수도 구멍에 밀어넣고는 물을 흘러내린다.
민달팽이한테는 내가 저승사자일 게다.
날마다 잡아내니 이제는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전혀 없는 게 아니라 지난 봄철보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어제 저녁 때이다.
화분에 든 제라늄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왜 갑자기?
화분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다가 청색 애벌레를 발견했다. 싱싱한 잎을 엄청난 속도로 사각사각 갉아 먹고 있었다. 똥 색깔은 새까맣다. 손으로 집어낸 뒤에 꽃삽 위에 올려놓고는 땅땅 세게 내리렸다. 잎을 살피다가 또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애벌레 두 마리가 잎을 먹어치운 흔적이 무척이나 뚜렷했다. 대단한 먹성이다.
내가 날마다 여러 차례 관찰하는데 애벌레가 순식간에 잎을 갉아먹을 줄이야 예상도 못했다.
지난 6월 8일에 시골에서 가져온 애기원추리는 요즈음에는 꽃이 다 졌다.
꽃 피우려고 전력을 다한 탓일까, 뿌리 세력이 약해진 탓일까? 줄기가 시원찮하게 약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줄기에 작은 흰점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고, 작은 흰점은 날벌레가 되었다.
하도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기에 오늘은 모기약을 애기원추리 잎줄기에 처음으로 품었다. 작은 날벌레는 죽을 터. 아쉽게도 식물줄기도 덩달아 죽을까 걱정된다.
1.
어떤 글을 보았다.
개정된 한글 맞춤법 가운데 띄어쓰기에 관한 내용이기에 나는 고마워 하면서 댓글 달았다.
덧글이 올랐다.
'우리 글은 알면 알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그저 편안하게 쓰고, 뜻이 전달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이에 나는 수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발하는 듯한 재댓글을 달았다.
글쎄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붕 위에 멧돌 호박'
문구를 해석하면 두 가지의 뜻이 있지요.
1)지붕 위에 멧돌과 호박이 있다.
2) 지붕 위에 멧돌호박이 있다.
'멧돌 호박'은 틀렸지요.
혹시 모르겠군요. 지붕 위에 멧돌을 올려놓았는지...
'멧돌호박'이라고 붙여서 써야 맞지요.
긴 글(소설, 수필 등)에서는 글 전체의 내용을 알기에 오탈자가 있어도 오해는 적지요.
그러나 시는 그 짧은 글에서 띄어쓰기, 맞춤법, 심지어는 단어조차도 틀리면?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요.
시는 더욱 세심하게 다듬었으면 합니다.
요즈음 나는 답답하게 산다.
농사꾼이 농사를 포기한 채 서울에서만 갇혀 사니 만사가 짜증이며, 성깔은 송곳처럼 뽀죡하다.
함께 살던 어머니 돌아가신 뒤부터 시골집은 텅 비었고, 덩달아 텃밭 세 자리는 잡목 잡초들의 세상이 되었다.
전정시기를 놓친 과일나무들은 제멋대로 웃자랐고, 풀속에 갇힌 키 작은 화초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
마당에 내놓은 작은 화분 속의 화초들은 뜨겁게 작열하는 땡볕에 수분부족으로 많이도 죽었을 게다.
식물은 화분 크기만큼만 보답하기에...
서울에서 머무니 할 짓이 없어서 개인카페에서 노닥거린다.
남의 詩를 읽고, 또 내 잡글을 올리면서 덩달아 글쓰기 공부도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詩가 무척이나 많다. 詩는 그렇게 잘못되고, 어색하고, 틀리게 써야만 감흥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고 잘못된 글자와 문구는 당연히 지적해서 고쳐야 한다는 논리이다.
남의 글, 댓글에 꼬챙이질이나 하기에 나는 늘 미움이나 받는다.
자정이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화분을 들여다보아야겠다.
민달팽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레 내장이 터지면서 풍기는 비린내가 역겹기에...
첫댓글 농업 지식 정보와
글쓰기 작문법 지식
등 다양한 읽을거리
잘 보았습니다.
행복한 아침이 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하지(2019. 6. 22.)를 보낸 요즘에는 땡볕입니다.
어제 오후에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호에서 조금 걷다가 지하전철역으로 향했지요.
수변 주변의 키 큰 가로수들이 무성하대요.
오늘은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이 열리는 날이지요.
5일장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초여름에 수학한 하지감자 , 오이 등이 많이 나왔을 겁니다.
다육식물도 나왔을 터.
재래시장의 농산물, 꽃가게를 얼쩡거리면서 시골 내려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습니다.
댓글 거듭 고맙습니다.
민달팽이나 벌레들 내장을 터트려 죽이지말고
바깥의 화단이나 풀숲에 놓아주면 안될까요?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리......
멧돌호박은 당연히 붙여 써야 맞습니다.
박 선생님은 농사 전혀 짓지 않지요?
벌레 한 마리가 번식하면... 새끼가 곧 성충이 되고, 그 성충이 또 새끼를 치고.
벌레의 알은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전혀 그럴 의도가 없지요.
그들의 피해가 어떻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