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방향
이승애
먼 산등성이로
해가 넘어간다
일찍 집을 나선 새벽이 그 사이 늙어
서쪽하늘에 붉은 발자국을 찍으며
집으로 가고 있다
지친 몸을 흔들리는 허공에 묶고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폰에 코를 박고 앉거나 서 있어도
참,좋구나 저녁이란 말
퇴근이란 말
각자의 아침을 매고 나온 사람들
빌딩 숲 어디쯤 짐을 부려놓고 오는 것일까
미로를 헤매고 먼 길에 절뚝이며
출구를 찾던 하루가 묵묵히 마스크 속에
입을 숨기고 말을 삼켜도
집이 다가올수록, 숨이 트인다
차창을 넘어온 금속성의 날카로운 바퀴소리도 귀에 걸치고
금세 겉잠이 드는 도시의 유목민들
따끈한 밥상과
어딘가에 발을 뻗고 잘 방 한 칸이 있기에
모두 연어 떼가 되어
오던 길 거슬러 가는 중이다
이내 멀어지거나 우르르 다가오는 낯선 얼굴들
저녁에 승차해서 모두 한 방향으로 달린다
역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어둠이 짙어진다
멀거나 가깝거나
모든 저녁은 기다림을 향해 저물어 간다
---애지 여름호에서
경북 청도 출생
시집으로 [둥근방] [소쇄원을 거닐다] 있음
1985년 경상북도 도지사 수기 대상
2019년 제14회 충북여성문학상수상
2022년 제16회 동서문학상 동시부문수상
2023년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당선
사임당문학, 딩아돌하,청주문협,여백회, 문학저널 뒷목문학회, 충북동시문학회등에서 활동 중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임당.율곡장학재단이사
(사)조은술세종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