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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객토(客土) 사업
최 순 태
나의 어린 시절인 1968년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객토(客土)사업이 실시되었다. 그 당시 벼의 수확량이 급감하여 수확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력증진을 위하여 가을 추수가 끝난 논에 트럭을 이용하여 황토를 각 논에 부려놓고 땅을 파고 뒤집어 흙을 고루 섞었다.
객토란 “농지 또는 농지로 될 토지에 흙을 넣어서 토층의 성질을 개선하고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논에 모래와 황토를 골고루 혼합하여 농사에 적합한 땅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흙을 이용하여 동물, 식물 등 각종 모양을 만들 때 찰흙이 필요했다. 요즈음 학생들은 문방구점에서 찰흙을 구입하여 준비물을 학교에 가져가면 되는데 내가 살던 농촌에는 그러한 상점이 없어서 직접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우리 마을 옆 동네인 문산 마을과 경계를 이루는 개울가 옆에 검은 쪼대(찰흙의 일종)가 나는 곳이 있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호미를 들고 친구들과 함께 흙을 채취하여 등교했다. 쪼대는 질은 흙의 일종인데 도기나 자기를 만드는 고령토와 비슷한 종류라고 보면 된다.
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집으로 가져와 그늘에서 말려야 했다. 만약 양지에서 말리면 전부 갈라져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여 흉하게 되었다.
이처럼 흙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드는 훌륭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고대의 토기, 고려청자, 이조백자 등은 흙을 이용하여 모양을 만들고 가마에서 높은 열을 가하여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가정생활에 두루 쓰이는 옹기는 진흙으로 빚어 여러 가지 음식물을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흙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다. 고향의 우리 집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뒷밭이 나온다. 밭에 가기 전 친척집 전답에 누른 띠를 두른 흙이 보였다. 나는 이것을 유황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불을 붙여 보기도 했다. 김천 지방이 온천단지도 아니고 황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었음에도 잠시 착각을 한 것이다.
농촌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 전 쟁기로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여 평평하게 하여 놓고 아버지는 논 곳곳에 걸쳐 상당히 많은 수부(수렁)를 버드나무 가지로 표시해 놓아 모내기를 하는 아낙네들의 발이 빠지지 않도록 배려를 하였다.
만일 수렁인줄 모르고 일을 하다 허리까지 빠질 수도 있어서 매우 위험하였다. 때로는 일하는 소도 그 곳에 빠져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여 애를 먹는 것을 보기도 했다.
원래 농사가 잘되는 땅은 모래와 찰흙이 반반씩 섞인 참흙이 좋다. 배수가 잘되고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점토질로만 이루어진 토양은 비가 많이 오면 밭둑이 무너지고 수해를 입는 일이 허다하다.
지금 어머니가 살고 계신 고향집은 흙벽돌로 지어진 한옥이다. 이집은 1940년대에 건축된 오래된 건물이다. 옛날의 집들은 주로 동네 산에서 황토를 파와서 일정한 틀에서 찍어내어 말린다. 이때 황토에다 물을 섞고 작두로 썬 볏짚을 혼합한다. 그 당시 튼튼하게 만들어서 지금까지도 온전한 채로 남아있다.
흙으로 만든 한옥은 통풍이 잘 되어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비록 겨울에 외풍이 좀 심한 단점이 있으나, 거기서 생활하다 보면 곧 적응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황토로 만든 찜질방을 마련하여 심신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특히 볏짚과 황토는 스스로 숨을 쉬기 때문에 콘크리트 벽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구미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둘째 형님은 고향의 자기 밭에 한때 매실나무를 심은 적이 있었다. 그 땅은 모래와 암반으로 이루어진 마사토로 이루어져 나무가 잘 크지 않고 자꾸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형님은 죽은 매실나무를 베어내고 대신 자두나무를 심었다. 작년에는 자두의 작황이 좋아 김천 시내의 청과상회에서 팔아 많은 소득을 올렸다. 토양이 자두에 알맞은 탓이었다. 역시 땅에 맞는 작물을 심어야만 되는 것이다.
40년간 교직에 봉직하다 정년퇴직하신 큰 형님은 수시로 고향집에 들러 밭에 나가 비료를 시비하고 선산의 산소를 돌보면서 운동 삼아 농사를 지으신다. 한때는 야콘을 몇 그루 심었는데 뿌리가 번성하여 많은 수확을 하여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그 땅은 비옥하여 야콘의 생육에 알맞았다.
한해 농사가 잘 되려면 하늘이 도와주어야 한다. 토양조건이나 기상조건이 맞아야 된다는 말이다. 또 한 가지 농작물을 추수 때까지 안전하게 지키려면 농지 인근의 멧돼지, 비둘기, 고라니 등 야생동물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작년에 시인으로 등단한 큰 형님은 본인이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바를 시로 표현하였다. “생태계”란 시인데 그 내용을 보면 갑자기 개체가 늘어난 멧돼지 때문에 농작물의 피해가 심하여 농민들은 각종 펜스나 울타리를 치는 등 부산을 떠나 어느새 뚫고 들어온 녀석들 때문에 농민들은 낙담을 한다.
형님은 이러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사람이 많아도 멧돼지는 살 수 있지만 멧돼지가 많으면 사람은 살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야생동물과 공생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최근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사방에 초등학교, 중학교,고등학교로 둘러싸여 있는데 경북기계공고에서 자투리땅을 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에게 농사를 짓도록 무상으로 대여하였다.
주로 노인네들이 농사를 짓고 있으나, 일부 젊은이들도 농작물을 가꾸는 사람도 있다. 나도 퇴직 후 소일거리로 한번 해 보려고 했으나 한번 농사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농사일에 푹 빠져 나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상추, 고추, 가지, 마늘 등 각종 채소류를 재배하여 식사할 때 밥상에 올려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본인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먹으면 다른 사람이 재배한 작물보다 더 맛이 있다고 한다.
텃밭이 없는 사람들은 본인 집 옥상에 흙을 퍼 날라 농지를 만들어 작물을 심기도 하고 큰 화분에 농작물을 재배하여 제철에 나오는 싱싱한 채소를 마음껏 먹고, 만일 남으면 주위의 친지나 아는 분들께 나눠 주기도 한다.
처가의 윗동서도 직장에서 퇴직하여 대구 인근 옥포의 농지를 구입하여 온갖 채소와 유실수를 심어서 직접 시식하고 시골에서 지내는 등 소일하고 있다. 밭에 가면 좋은 공기도 마시고 도회지에서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쁨도 있으며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농토도 오래 작물을 심다보면 땅심(地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제까지 농부들은 지력증진을 위해 요소, 복합비료 등 화학비료를 주로 사용하였으나 지나친 비료 사용으로 땅이 산성으로 변하여 심각한 해를 끼치므로 앞으로는 유기질 비료를 뿌리거나 퇴비 등을 만들거나 객토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요즈음 대형마트에는 친환경채소 판매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채소는 일반 채소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그만큼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믿을 수 있고 수고한 농민들을 노고를 생각하면 비싼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 세상을 사람들 중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해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가 사는 땅은 결코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다. 인간들이 자기들의 이기심으로 토양을 훼손하면 환경이 오염되는 것이며, 또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정성껏 돌보면 자연은 그대로 우리에게 보답을 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러한 원칙을 거슬릴 때 자연은 노하여 재앙으로 우리들을 괴롭힐 것이다. 대대손손 물려줄 이 국토를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잘 물려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6.70년대 대대적인 객토사업이 떠오릅니다. 식량증산을 위해 객토사업과 더불어 퇴비증산 운동을 통해 지력증진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땅은 곧 생존이니 모든 전쟁도 알고보면 영토를 넓이기 위한 투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이 소중한 국토를 잘 까꾸고 보존하는 것이 후손들을 위한 우리들의 도리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람이 많아도 멧돼지는 살 수 있지만 멧돼지가 많으면 사람이 살기 어렵다"는 말은 요즘 우리 농촌의 실상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멧돼지 고라니 들의 출몰로 산자락의 논밭은 경작을 포기하고 황무지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젊었을 때 출장을 가면 밭에 붉은 흙(객토)이 듬성듬성 있는 것을 본 적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흙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글입니다.
사람도 사물도.. 흙까지도 정성을 들여 가꾸고 보살펴야 하나 봅니다. 땅심을 길러 주기 위해 객토를 해야 한다는 것을 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땅에 대한 해박하신 지식과 땅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숨어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땅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기에 소중히 간직해야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 옛날 시골에서 아버지께서 객토를 해야된다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모든 생활이 흙으로부터 이루어지던 농촌생활이 다시 떠오릅니다. 남편이 처음 농사를 지으려고 할때 극구 말렸는데 농사를 지은지도 13년이 되어옵니다. 본격적으로 한지는 10 년이고요 농사철이 다쳐오니 걱정입니다. 노력한 만큼 수확이 되니 욕심을 부릴 남편 또 얼마나 노력을 할까? 걱정이 됩니다.
소중한 흙. 이욭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체험을 통한 산지식이 글을 잘 쓰시는 토양이 되어 주신 것 같습니다. 농촌이 고향이셔서 부럽습니다. 잘 살게 되기 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 땅과 흙을 더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객토,흙에 대한 자세한 글을 통하여 흙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흙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고 정신적으로 영원한 고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농촌의 실상과 흙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 입니다. 땅심을 붇돋우기 위하여 객토사업이 중요한 의미를 같습니다. 객토사업을 통한 지력 향상 ,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기여등도 함깨 피력해주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