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인과 짝을 이루는 ‘이것’
다이슨·콘란, 아이디어·R&D에 주력…신제품이 아니라 발명품 수준
<첨단 연구·개발(R&D)이 새로운 디자인과 제대로 만나면 ‘신제품’이 아니라 ‘발명품’이 탄생한다. 이런 상황은 ‘디자인 강국’ 영국에서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디자인과 R&D의 융합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영국의 두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한다.>
□ 다이슨과 제임스 다이슨 회장
다이슨의 제품은 발명품에 가깝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등 혁신 상품으로 유명한 다이슨은 이제 소음 없는 헤어드라이어도 만들었다.
다이슨은 영국 특허청에 ‘방음 흡입구를 탑재한 헤어드라이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 기술로 기존 제품보다 소음을 크게 줄인 드라이어를 만들고 ‘헤어블레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헤어드라이어의 흡입구로 유입된 공기가 손잡이 부분의 튜브를 통하도록 만들면 작은 팬만으로도 공기의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품이다.
상식을 깨는 다이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청소기는 기존 진공청소기와 빨아들이는 방식은 같되 원뿔형 장치 속에서 바람이 회오리치게 만들어 먼지만 원심력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먼지봉투가 필요없다. 신형 손수레를 만들면서 거래처의 청소장치를 눈여겨본 것이 회오리 구조의 해법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슨의 R&D 경쟁력의 비결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5216전 5217기’에 성공한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영국 왕립예술대학 출신의 디자이너다. 수륙 양용차와 정원용 수레 디자인으로 각종 디자인상을 휩쓴 다이슨은 1979년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10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돼온 진공청소기는 봉투에 먼지를 빨아들인 뒤 그 봉투째 버리는 방식이었다. 다이슨은 청소기가 자꾸 막히고 흡입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먼지봉투가 막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첫 제품은 디자인 전문 잡지의 표지에 소개될 만큼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이슨은 매년 이익의 30%를 R&D에 투자해왔으며 작년에는 1년 내내 매주 300만 파운드를 R&D에 쏟아 부었다. 2010~2014년에 채용한 엔지니어도 1000명에 달했다. 다이슨의 투자는 올해 들어 더욱 늘었다.
다이슨의 최종 목표는 대학과 공동으로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다이슨은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로봇 제조를 목표로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에 위치한 로봇연구소에 500만 파운드를 투자하는 등 지난 2005년부터 이 대학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이슨이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가정 로봇이며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청소기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 ‘기사’ 작위까지 받은 세바스찬 콘란과 콘란숍
세바스찬 콘란은 런던예술대학을 졸업한 디자이너, 가구 제작자, 레스토랑 운영자, 상품 판매업자다. 1952년 디자이너로 데뷔해 1956년에는 콘란디자인그룹을 설립했다. 1964년에는 참신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숍 체인인 ‘해비탯’ 1호점을 런던에 열었고 1973년에는 ‘콘란숍’ 1호점을 역시 런던에 오픈했다. 이처럼 계속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1983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콘란은 또한 소매업과 레스토랑 사업의 모회사인 콘란홀딩스의 회장이자 건축, 디자인 회사인 콘란앤파트너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콘란앤파트너스는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주택과 상업용 건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콘란에 따르면 디자인은 삶에 가치를 더해주며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영국적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콘란의 업적과 행보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삶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역할과 어떤 행동규범을 택할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해비탯’을 통해 콘란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1960년대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공으로 소득과 구매력이 향상되고 예술과 문화, 각종 소비욕구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패션에서 기성복 시스템이 정착하고 소비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나 패션과 달리 가구 디자인은 여전히 보수적이어서 신흥 소비층이 원하는 모던한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비탯’은 젊은 소비층의 이같은 동경과 트렌드를 읽어내고 밝고 현대적이며 양질의 디자인을 좋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폭발적 호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해비탯’의 등장은 집에 대한 영국인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물론 영국인에게 현대적이고 심플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 최초의 라이프스타일숍이 됐다.
‘해비탯’ 이후 ‘콘란숍’이나 ‘힐스’ 등을 통해 영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이면에는 디자이너이자 안목 있는 구매자인 콘란이 있었다. 그는 유럽은 물론 동남아와 인도, 극동에서 선별한 양질의 제품을 자신의 고유 디자인과 조화시킴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삶의 스타일이 영국인의 모던한 삶에 새롭게 통합시켰다. 소비자가 콘란의 상품을 선뜻 구매한 것도 그 상품에서 동경할 만한 새로운 스타일, 즐길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