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갇힌 파리… 연금개혁 반대 파업 몸살
노조 파업 장기화… 쓰레기 수거 안돼
佛방송 “쥐들을 위한 뷔페” 한숨
14일 프랑스 파리 개선문 인근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올해 초부터 계속 파업을 벌이면서 파리 곳곳이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소 7000t이 넘는 쓰레기가 미수거 상태라고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8번째 파업 및 시위에 나서면서 프랑스 전역이 ‘쓰레기와의 전쟁’에 직면했다.
교통, 물류, 정유 등 주요 산업 노조가 모두 멈춘 데다 쓰레기 처리 직원 노조까지 연일 파업에 나서면서 파리에서만 최소 7000t의 쓰레기가 미수거 상태인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유럽1’ 라디오의 해설자는 이 쓰레기를 두고 “파리 내 600만 마리의 쥐를 위한 ‘무한리필 뷔페’”라고 자조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해결될 기미 또한 보이지 않는다. 파리의 쓰레기 처리 노조는 14일 “최소 20일까지 파업을 계속한다”고 결정했다.
쓰레기 더미를 둘러싼 여론은 엇갈린다. 연금개혁 반대 여론이 많은 만큼 미수거 쓰레기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쓰레기가 길가마다 넘쳐나자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 또한 생겨나고 있다. 파업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 파업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도시의 안전’은 작은 ‘정치적 계산’보다 우선한다”며 시민들이 더 이상의 불편을 감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정권은 고령화, 재정적자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늦추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행되면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연금 납입액을 내야 하는 기간 또한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증가한다.
프랑스 상·하원은 15일 양원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양원 동수 위원회(CMP)’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원 의원 7명, 상원 의원 7명 등 14명으로 이뤄진 이 CMP가 최종안 마련에 합의하면 16일 양원에서 각각 표결이 실시된다.
CMP가 합의하지 못하거나 합의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면 양원이 다시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 양원은 이달 26일까지 표결을 마쳐야 한다. 이 안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가 헌법 49조 3항에 의거해 의회 표결 없이 법 시행을 강행할 수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