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드레서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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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많은 나날을 쓰레기통만 뒤지며 살아야한대도, 내 엄마 송강숙과
그 여자에게 발목 잡힌 어떤 모자란 남자가 사는 집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거다.

"송은조 학생?"






첫만남



"등받이에 등 기대고 편히 가. 불편해 보인다. 가방도 옆에 내려놓고. 졸리면 편하게 졸아도 되고."


"화장실 갈래."

"응?"

"화장실."

"잠깐만 서보라고!"














-손 갖다 대 언니! 꼭지 밑에 손 대면 물 나와.







"야. 반갑다 너?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일로와 한 잔 할래? 손님 있을 때 빼고는 사랑채가 텅 비거든."



"와 봐."

"나한테 뜯어먹을 거 있어?"

"어? 뜯어먹어?"

"왜 웃어? 뜯어먹혀줄 거 없으니까 웃지마."

"넌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니? 야 난 듣다듣다 그런 소린 난생 처음 듣는다.
웃겨서 웃고, 흐뭇해서 웃고, 반가워서 웃고, 좋아서 웃고. 웃을 이유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왜 하필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는다는 거니?"

"지금은 왜 웃어?"

"어?"

"웃겨? 흐뭇해? 좋아? 반가워? 뭐 때문에 웃냐고 그럼 지금."

"내가..웃어 지금?"


"허..사람 민망하게 하네."

"꿇었다면서?..요. 뭐라고 불러? 그냥 이름 불러? 아니면..언니?"

"부르지마."


"언니!"

"효선아, 그냥 가자."
"왜! 언니랑 같이 갈래."


"누구 말을 들을 애가 절대 아니야."







"선생님이라고 불러."

"설명해봐가 아니라 설명해주세요. 혹은 가르쳐주세요.
빨리 해봐. 얼른."










"갑자기 존경심이 생겨서는 아니구요 선생님. 제법 잘 가르치는 거..아니. 몹시 잘 가르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선생 바꿔달라하기도 귀찮고. 난 별로 시간도 없..전 별로 시간도 없기 때문에,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
인수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말투가 상당히 거슬리긴하지만. 그래도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게 무슨 말이지?"


"응?"



"이거 다시 설명해."



"....요."



"그래. 다시 설명할테니까 잘 들어."




"애가 머리에 볼펜을 꽂고 다니더라고요."

"가끔 젓가락도 꽂더라고요."

"젓가락?"







마음속으로 짐을 백번도 더 쌌다.




짐을 싸고 떠나는 상상을 하는 은조




"한참 찾았잖아. 가자."

"어디가 제일 멀어?"

"응?"

"남미가 스페인보다 더 멀지. 그 중에서 어디가 제일 먼 끝이냐구."

"남미에서 제일 먼 데는 아르헨티나 남쪽 끝 우수아이아라는 데야."

"여기가 바로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내가 휴학하자마자 배낭 메고 미국거쳐 멕시코 지나 여기까지 내려왔을땐
돈도 다 떨어지고 거름뱅이처럼.."

"얼마나 걸려?"


"....."

"넌 사람 말을 좀 끝까지.."

"가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 돈은 얼마나 들고."

"가려고? 우수아이아에 가고 싶은 거야? 왜 가고 싶은 건데."

"됐어. 공부해."






왔다.


웃는다.

"은조야."

은조야..하고, 불렀다.

"이리 좀 와."

은조야..하고 불렀다.



"..자식이.."

"또 말 안 듣고.."

은조야..하고 불렀다.







"..은조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쪼끄만 것들이."

"하..글씨하고는."


술 익을 때 나는 거품 터지는 소리를 듣는 은조

잘못했다는 말 하기 싫어서 입 꾹 다물고 버티다가 새아버지한테 회초리로 아주 많이 맞았긔

"맞지마라. 맞더래도 도망쳐. 너 도망 선수잖아."

"한번만 더..똥고집 피웠다간..정말 죽는다 너."


"은조야."


"대답 좀 해주지?"


"은조야."

"응."

"아프지."

"어."

처음으로 아플 때 아프다고 얘기한 은조


"어제 강가에서 까불던 그 여자 누구야?"

"뭐?"

"자꾸 물어보기 쑥같으니까 뭐뭐 하고 되묻지말고 대답하란 말야. 어제 강가에서 까불던 그 여자 누구냐고."




"뭐야? 뭐 뜯어먹을게 있다고 웃어?"

"그거 물어보려고 아침댓바람부터 찾아왔어?"


"궁금해서 밤새 한잠도 못잤어? 그래?"









"임마. 넌. 넌 동수 그 자식이랑 정말 사귈거냐?"


"저게 진짜..쪼끄만게 까불고 있어."

나는 딱 한 사람한테만 칭찬받고싶었을 뿐이다.



저기로 오라고 손가락 콕콕



"이게 여기였어? 어딘지 몰라서 한참 찾았.."





"잘했어."


"너 정말 잘했다."

"너 정말 진짜 진짜 잘했다 은조야. 기특한 것."

"선물 줄게. 따라와."


"봤지? 이거 이렇게 푸는 거다."

"아주 오래된 거야. 아마 너보다도 나이가 많을걸?"


"내가 아주 잘 길들여놨어. 너한테 주려니까 아까워서 손이 좀 부들부들 떨리긴하는데.




대신 네가 이걸로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고."

"그렇게 손에 쥘 때마다. 날 생각해라."





"..김새네."

"효선아. 이거 좀 은조한테 전해줄래?"




네가 좋다 은조야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해
내가 너랑 잠깐 헤어져야 한다면
바로 이런 편지를 쓰고 싶었어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사랑한다 은조야..하고
가슴 두근대며 기다릴 수 있는 편지를 정말 쓰고 싶었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하는 나는
비겁하게 너한테 기다려달란 말이 아니라
날 좀 붙잡아 달라고 말해야한다

날 잡아줄래?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못우는 바보 홍기훈같은 은조야..
네가 잡아주면 여기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차에 타기 전에 잡아줘 은조야


기훈이도 사연 많은 캐릭터긔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숨겨둔 아들이라 집안사람들한테 견제 오지게 당하긔
은조랑 있을땐 다정한 조력자인데 집안에만 불려가면 의지할 데 없는 외톨이가 되고 얼굴엔 경멸만 가득해지긔
그런 이러저러한 집안사정으로 일찍 군대가게 됐긔
이 편지는 8년뒤에야 전해지게 되긔..또륵
은조가 나중에 편지 읽으면서 기훈이도 자기처럼 잡아줄 사람이 없었구나 하면서 울긔



뒤늦게 떠난거 알게된 은조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 뻐꾹 울듯이
따오기가 따옥 따옥 울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왜 이렇게 아련하고 슬프냐
여기까지가 최고였다 ... 씨발 갑자기 누룩인지 막걸린지 술을 왜 쳐 만들고 자빠졌어
본격 효모드라마 전의 이야기 너무 좋아 ㅠㅠ
4화까지 진짜 최고였어 난 끝까지봤지만 ㅎㅎ
마지막 문단 너무 좋다 ㅠㅠ 그사람이 부르던 그 톤으로 계속 은조야 은조야 했을거 아니야 ㅠㅠㅠㅠㅠ 가슴아퍼 ㅠㅠㅠ
초반 분위기 믿고 끝까지 봤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1-4가 너무 레전드라 기억에 남는 에피도 다 저거ㅋㅋㅋㅋㅋ1화에 도망간다고 반찬이랑 김치랑 다 해놓는거 진짜 침샘어택ㅠㅠㅠㅠ
ㅠ 은조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