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우리나라 역사 책을 즐겨 보곤 했습니다. 역사전집 야사가 있었는데 참 재밌는 책이 있었지요.
정중부 난이 기억이 납니다. 하도 어릴 때 보아 등장 인물의 이름은 좀 가물거리지만 기억은 생생합니다. 이 사건에는 권력과 간신..간신의 말로, 대쪽의 보상이 너무 잘 나와 흥미롭습니다.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사건은 너무 기억이 잘 나는 것을 보아 어릴 적 부터 권력과 간신 뭐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고려가 안정기에 들어서자 무신의 위상은 크게 축소됩니다. 무관이야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서 권력을 얻게 되는데 전쟁이 없으니 권력은 차츰 문신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급기야 무신은 왕을 호위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할일이 없는 끝발없는 신세가 됩니다. 이에 더하여 문신은 무신을 사사건건 괄시무시를 하여 무신의 불만은 하늘을 찌릅니다. 이 때 무신들의 뚜껑을 열리게 하는 두가지 사건이 벌어집니다.
문신의 아들로 막 벼슬길에 오른 새파란 새로운 문신..아버지가 엄청난 벼슬로 빽이 끝내주는 자였죠. (이름은 다 까먹었음) 하루는 밤 행사 도중에 정전이 되어 (앗 전기가 없는 시절이었는데 T T ) 서둘러 촛불을 켜게 됩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빽 많은 새파란 벼슬이 대장군의 길게 늘어진 수염을 보고 여기에 촛불을 슬쩍 댑니다. 장난 치고는 용서가 안되는 장난이죠. 지지직..수염이 타들어 가고 대장군은 깜짝놀라 소리를 지르며 수염을 비벼 불을 끕니다. 불을 끈 대장군은 자기 수염에 불을 붙인 놈에게 달려 들어 내동댕이를 칩니다. 당연한 일이죠. 감히 새파란 놈이 대장군의 수염에 불을 당기다니..그러나 그 새파란 놈은 아버지가 잘나가는 빽 있는 놈...왕과 조정은 이 사건을 두고 새파란 놈을 탓하기는 커녕 대장군을 졸라 깹니다. 이 소식을 들을 무신들은 비분강개..분노에 이를 갑니다. 하지만 권력을 모두 문신들에게 있고 자기들의 무력함에 치를 떨며 참을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 사건이 좀 조용해 질 즈음.......왕은 분위기도 쇄신할 겸 대신들을 이끌고 나들이를 갑니다. 말이 나들이지 무신들은 따까리를 하느라 바쁠 뿐입니다. 하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문신들의 방자함은 역시 하늘을 찌르고...이때 신하 하나가 수박히 놀이를 제안합니다. 수박히란 사람 둘이 마주보고 서서 서로 먼저 쓰러뜨리는 씨름 같은 게임입니다. 문신들이 놀고 즐기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죠. 놀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무신들..문신들의 노리게 거리 까지 된 것입니다. 이 때 흰머리가 성성한 늙은 무신하나가 놀이를 하다가 상대방 젊은이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고꾸라집니다. 왕은 대장수도 연세가 드니 옛날 같지 않구려..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뭐 여기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한뢰라는 간신배가 앞으로 냉큼 달려 나갑니다. 한뢰는 간신 중의 왕 간신으로 무신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는 자입니다. 한뢰는 당돌하게도 "네가 그러고도 나라의 녹을 먹는 장수냐?" 라며 늙은 대장수의 뺨을 칩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무신들...드뎌 뚜껑이 열려 버립니다. 우~~씨...무신들은 평소 존경하던 보스인 정중부..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형님, 우리가 참아야만 합니까?" "엎어버립시다" " 골똘이 생각을 하던 정중부는 입을 엽니다." "그래"
무신들은 문신들에게 덤벼들어 그들을 닥치는대로 칼로 쳐 죽입니다. 한뢰는 겁에 질려 임금의 곤룡포에 숨지만 무자비한 무신의 칼에 비명횡사를 합니다. 사고를 친 무신들..임금까지 볼모로 잡고 개경으로 들이닥칩니다. 궁궐로 들이닥쳐 문신이란 문신은 모조리 쳐 죽입니다. 문자 그대로 문신의 씨를 말려 버립니다. 문신들은 겁에 질려 도망을 가지만 분이 오를 대로 오를 무신의 칼을 피할 수 있는 자는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딱 한 사람의 문신이 혼자 칼을 들고 역적을에게 대항합니다. 그러나 백정같은 무신들을 당해낼 도리가 없습니다. 무신들은 이상하게 그는 죽이지 않습니다. 왜냐? 정중부가 명령을 내립니다. 김대쪽 (가명)은 살려줘라..김대쪽은 비록 문신이기는 하지만 평소에 바른말을 잘 하던 자이다. 그러니 그를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김대쪽은 간신들에게 동조하지 않고 평소에 직언을 아끼지 않던 자였었읍니다. (간신들이 판치는 자리에서 바른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같은 문신이었지만 간신배 한뢰는 단칼에 죽음을 당하였지만 평소에 바르게 살며 옳은 말을 하던 김대쪽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첫댓글 요즘 무인시대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정중부의 수염을 태운이는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입니다. 결국 감악산(경기도 파주소재)에서 정중부에 의해 척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