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이하 HDD)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1개의 HDD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 프로그램이나 데이터가 워낙 빠르게 커져서 그것들을 모두 담아낼 저장 용량만이 사용자들에게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저장용량 1TB를 자랑하는 삼성의 HDD
새로운 저장장치 SSD의 출현
하지만 드디어 HDD의 일반적인 개념을 탈피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바로 'SSD'가 그것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드 디스크(Hard Disk)’를 HDD라고 부르는 것처럼 SSD 또한 'Solid-State Disk'의 줄임말이다(우리말로 하면 '고체 소자 디스크'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겉으로 보기에 크기 외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일반 HDD와 SSD는 뭐가 다른 걸까? 일반 HDD는 원형의 철판 디스크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하지만(이 때문에 HDD는 '디지털 세계 최후의 아날로그 장치'란 소리도 듣는다) SSD는 메모리를 사용하여 저장한다. 흔히 사용하는 USB 메모리나 플래시 메모리를 HDD처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정확히는 SRAM 또는 DRAM을 사용한다).
인텔 X25-M G2 MainStream SATA SSD 80GB
PQI사의 SSD
이처럼 디스크가 아닌 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다 보니 여러 장점이 있다.
일단 내부에서 디스크가 회전하거나 헤드가 움직이는 동작이 아예 없다. 일반 HDD에 충격이 가해지면(예를 들어 HDD를 떨어뜨린다거나) 그로 인해 헤드가 디스크 표면에 닿아 긁혀버리고 긁힌 위치에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는 손상을 입게 된다. 이에 비해 SSD는 디스크도, 회전도, 헤드도 없어 HDD에 비해 충격에 강하다.
또한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디스크가 없으니 소음도 전혀 없다('적다'가 아니고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드르르르르륵...'하는 HDD 작동 소리가 들릴 때가 많은데, SSD를 사용하면 이런 소음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저장 장치로 메모리를 사용하다 보니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HDD에 비해 매우 빠르다. 그 동안 USB 메모리나 플래시 메모리는 USB 포트에 연결하여 사용했지만, SSD는 HDD처럼 S-ATA 케이블로 연결되니 그만큼 빨라지게 된다. 실제로 SSD에 윈도우를 설치해 사용해보면 부팅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HDD의 저장매체는 디스크였지만, SSD는 이렇게 작은 메모리 칩에 저장한다
노트북에 최적화된 SSD
SSD의 크기는 기존 HDD보다 훨씬 작아서(SSD의 크기는 대략 명함이나 신용카드 2개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트북에 탑재하면 노트북 전체의 무게도 줄어든다. 특히, 노트북에서는 기존 HDD에 비해 사용 전력이 낮아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때문에 새로 출시되는 고성능 노트북에는 SSD가 탑재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한 모습
물론 SSD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현재의 HDD와 같이 대용량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제품화된 최대 용량이 고작 250GB 정도 밖에 안되니, 대용량을 원한다면 좀더 기다려야 하겠다. SSD의 최대 용량이 HDD의 최대 용량을 따라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용량도 적은 편이지만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2009년 10월 30일 현재, 128GB정도 용량의 SSD는 약 40~50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아무리 성능이 높아도 가격대비 성능이 낮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일반 HDD는 1TB 제품이 대략 10만 원 정도이다.
앞으로 한동안 HDD는 일반 용도의 TB급 고용량에, SSD는 특수 용도의 수십 GB급의 저용량에 적용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게도 된다. SSD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을 만큼 대중화된다면, 신용 카드만한 디스크에 자신의 데스크탑 환경을 저장하여 컴퓨터 디스크 슬롯에 끼우기만 하면 어디서든 평소 쓰는 그 환경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핸드폰 USIM 카드를 다른 핸드폰에 꽂으면 저장 정보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