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마지막 날 큰아들이 병역의무를 위해 귀국했다.
20대에 박사학위취득 목표라는 첫 단추는 잘 채웠다.
이제 취업하고 결혼하는 문제가 남았다.
주위에서 중매를 서겠다는 사람이 많이 있었으나 취업이 우선이었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 박사로 국내의 일류급회사에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S 종합기술 연구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이 결혼이다.
엄마인 내 마음이 바빠졌다.
어느 날 우연히 지하철 벽면에 붙어있는 결혼 중매 회사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보았다.
상냥한 목소리의 상대방은 아들의 신상정보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내가 먼저 한 전화라 착한 어린이처럼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드님 아주 훌륭하게 잘 키우셨네요, 최고 신랑감입니다."
한껏 치켜세우는 바람에 흐뭇한 마음으로 있는데 느닷없이
"재벌가를 원하세요?"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가 서민인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슈퍼살롱급을 원하세요?"
나는 더 놀라 슈퍼살롱급이 뭐냐고 되물었다.
재벌급 아래 단계인 듯 설명을 하는데 너무나 황당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에 재력 운운이 더 이상 말할 기분이 아니게 만들었다.
그 뒷이야기는 더 황당했다.
전문직 신부와 맞선을 보려면 입회절차를 밟아야 하고 입회비가 800만원이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휴~우하는 한숨만 나왔다.
이튿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어제 그 상담원이 입회비를 50% 깎아주겠다고 생색을 냈다.
반기기는커녕 시큰둥한 내 반응에
"그럼 입회 전에 원장선생님과 면담 스케줄부터 잡죠. 언제가 괜찮을까요?"
원장선생님이 바로 유명한 원로배우 Y여사이다.
내가 그 말에 감지덕지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리 아들의 조건이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쪽에서 적극성을 띈 것이다.
재벌가와 슈퍼살롱급 등장에서 그런 느낌이 왔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퇴근한 아들에게 운을 떼었더니 깜짝 놀라면서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튿날 아침에 또 아침 문안 인사차 전화를 했다며 상담원은 작정하고 시작했다.
아들에게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말라고도 했으나 다음 날 아침에 또 전화가 왔다.
"아드님에게 중매 회사라고 하지 말고 어머니 친구 분이 소개하는 자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가 막혔다.
그럴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으나 몇 번 더 전화가 왔다.
그들도 사업이니 이익 창출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가 이렇게 곤욕을 치를 줄 몰랐다.
결혼 중매 회사가 다리를 놓아 결혼을 해도 만족보다는 허망하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운이 좋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혼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거금의 성혼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매 회사가 난립하니 과장광고도 난립하는 것이다.
전문직종 청년에게 일당을 주고 거짓 신랑감으로 맞선 자리에 내보낸다는 황당한 일까지 있다고 한다. 외모가 반반한 여성도 거짓 신붓감으로 맞선 자리에 내보낸다고 한다.
이 모두는 결혼정보회사의 홍보감으로 맞선횟수를 채우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 마을 총각과 저 마을 처녀를 맺어주던 사랑의 끈이 돈벌이 사업으로 변한 세태가 씁쓸함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옛말에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하면 뺨이 석대라던 말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중매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고 성사되어도 가벼운 사례로 끝났던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슈퍼살롱급이 아닐까?
적령기의 아들을 가진 엄마가 중매회사에 문을 두드렸다 너무 높은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한 씁쓸한 경험담이다.
2007.3
첫댓글 큰일날 뻔 했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조건만 따져서 결혼하면 너무나 무섭고 걱정되잖아요.
그리고 결혼할 자녀가 있으면 슈퍼살롱급은 논할 수는 없지만 한번쯤은 겪을 일일겁니다.
저도 경북대 나온 사람들의 자녀끼리, 또는 아버지가 연구소에 있는 자녀끼리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전화가 왔어요.
아무리 좋은 배필감도 본인이 선택해야 되지 억지로는 절대로 안되더라구요. 저의 아들도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아무리 친구나 지인들이 소개해 줘도 끄떡도 않고 아주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나 데리고 오고 싶을때 데리고 오라 했어요...
당사자들 마음에 들어야함이 첫째조건이지요.
배금주의가 팽배한 현재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지만, 중매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이런 류의 전화가 오는데 한 번 당한 일이라 냉정하게 끊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결혼을 너무 느긋하게 생각해 엄마 마음이 탑니다.
36세인 작은아들이 아직도 많이 느긋해 하니까요.
저도 아이가 셋이니 이런 경험이 왜 없었겠어요
둘째는 중매는 절대로 안나갈거라고 처음부터
선언을 하니 그애 성격을 아는 엄마로서 말도
못부치고 큰아들과 딸을 아는분이 직접 중매회사를 하시니 전화가 와서 응한적이 있는데
영 아니었어요~ 슈퍼살롱 ㅎㅎ 이제는 그차도 없어졌는데 무슨급으로 이름 바꾸었을지 궁굼하네요
둘째가 소신이 뚜렷했네요.
아름다운 신부감이 있었으니 자신있어 하지 않았을까요?
알아서 배우자를 데려오면 좋겠어요.
우리 둘째는 36세인데도 아직 느긋하게 생각하는지 회사에만 열심히 다니고 있어 애가 탑니다.
부모 나이가 워낙 많아서죠.
@36회 김옥덕 우리첫째가 동생도 먼저보내고 여자친구도 없이 지내고 있을때 너무 답답해서 금지언니께 하소연 했었어요..
그때 금지언니가 배필은 다 있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위로해주셨었는데 진짜 배필은 있더라구요~~ 언니도 너무 애태우지 마시고
잊어버린듯 기다려 보세요. 틀림없이 이쁜아가씨가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