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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시와산문』의 회고와 전망
김영자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지향하는 문학 전문지 『시와 산문』이 1994년 봄에 창간되어 올해 봄 28주년을 맞게 되었다. 이는 곧 창간 30주년을 준비하며 새로움을 모색해야 할 시기임을 환기해준다. 본지 창간 정신과 제2 법고창신의 다짐은 그동안 순수 문학 전문지로서 자리매김한 『시와산문』이 앞으로 제2 도약의 길을 열어 가야 할 밑받침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에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짚어 보는 일은 더 밝은 미래의 길을 여는 일이다. 뿌리내림이 더 튼튼해지고 새잎이 나서 줄기가 더 힘차게 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2 도약의 길에 들어선 본지가 새 희망을 품고 전진하기 위함이다. 지난봄 통권 113호를 열며 본지 발행인은 한국 문예지 100년 역사 중 3분의 1에 가까운 28년을 한 호의 결호도 없이 묵묵히 걸어왔음을 밝히고 자부심을 피력한 바 있다.
Ⅰ. 한국 문예지와 『시와산문』 창간호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한국 문예지 100주년 공동 심포지엄이 있었다. 김동인, 주요한, 전영택 등이 중심되어 1919년 2월 1일 자로 창간된 문학동인지 『창조』를 최초의 문예지로 보고 100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창조』의 첫 면에는 주요한의 시 「불놀이」와 김동인의 소설 「악한 자의 슬픔」이 실려있었지만, 1994년 2월 1일 발행한 『시와산문』 창간호에는 첫 면에 특집 박태진/이충이 대담을 실었다. ‘현대시의 방향과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은 발행인의 창간 정신이 담겨 있어 창간사를 대신했다고 볼 수 있기에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새 봄맞이하는 마음으로, 얼굴 쓰다듬듯 여섯 편의 시와 시인이 쓰는 산문, 기행문, 수필, 단편 소설로 구성된 창간호를 어루만지며 다가오는 30주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회고하고자 한다.
194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詩作 생활을 한 박태진 시인은 대담에서 밝히고 있듯이 6·25로 인한 부산 피난 시절에 한국 시인협회 창립회원으로 사업 간사를 맡았던 일과 박목월, 김용호, 이상로 등 문단 선배들을 회고하고 있다. 특히 교류가 각별했던 김수영 시인, 박인환 시인, 김경린 시인과의 일화도 소개되어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머리를 깎고 나타난 김수영 시인이 영어를 잘해서 대구의 미군 수송 관계 부서에 취직을 시켜 준 일이며 서신 왕래가 잦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세계 2차 대전 후 이른바 전후 문단의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문단 흐름에 새로운 포인트가 생기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는데 한국 문단은 굴곡진 시대의 영향으로 세계 문단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다시 말하면 세계 문단은 이미지즘, 심벌리즘을 벗어나 새로운 시 세계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우리 한국 문단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잃어버렸던 언어를 찾는 집착이 심했다고 술회한다. 세계 2차 대전 후 새로운 ‘문학적 호흡’의 움직임이 빠르게 대두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한국 문단의 문제점과 방향을 제시한다.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 새삼스럽게 옛날의 시감을 쫓아 가려 하지 말고 오늘을 느끼는 말, 오늘을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언어를 찾아 나선다면 오늘의 시는 반드시 옛날에 쓴 시보다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고 피력하였다.
그러면서도 ‘오늘의 시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대담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담을 숙지해보면, 전후 암울한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 박태진 시인이 영국 주재원 시절을 보내며 세계 문단의 흐름을 체험하고 읽어냈던 시론과 본지 창간 정신이 맥을 잇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박태진의 시론집 ‘현대시와 그 주변’, ‘새로운 시는 투철한 개성에서’ 등을 통해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본지 창간 30주년을 준비하며 오늘의 시, 새로운 시와 녹색 시의 관계 설정은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Ⅱ. 오늘의 시, 새로운 시를 찾아서
2004년 겨울 호와 2005년 봄호, 2005년 여름호에 ‘새로운 시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진행된 특집 박태진/이충이 대담을 의미 있게 살펴보았다. 이 대담을 주목하는 것은 김수영, 박인환, 박태진 중심으로 논하면서 본지 창간 정신의 배경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대담은 ‘한국시의 정체성’을 짚어 보고 ‘새로운 시의 가능성과 그 모색함’에 목적이 있으며 새로운 시는 남과 달라야 하고 투철한 개성이라야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늘의 시는 정감이 아닌, 의미 즉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달려있다는 내용을 읽어 낼 수 있다. 무슨 의미를 부여받았든 혹은 받지 못했든 간에, 새로운 의미성이 없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의미성이란 무엇인가? 최소한 오늘의 –이즘에 있어 한국이라는 역사성, 한국의 언어, 사회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영, 김경린 시인이 새로운 시를 찾아 꾸준히 나아가고 있음을 소개한다. 자기 존재 이유가 없으면 시를 말할 수 없으며 시는 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울림을 주고 있어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그러면 시적 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기가 사는 방법, 자기의 의미성, 존재 이유 등 그 안에 사는 사회적인 의미나 역사 속에 비춰본 자기 인생 자체이다. 김수영에게 온몸으로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 시적 진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몸으로 쓴다’는 말은 시가 살아 있어야 하며 살아서 움직이는 자체가 시라는 것이다. 일상 속의 아픔과 고통을 통해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김수영이 새로운 언어로 전력투구했던 시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시’는 무엇인가? 박태진 시인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합동 시집을 낼 때 ‘새로운 시’를 시도하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시’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출간한 경험을 강조하며 새로운 의미성이 없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고 술회한다. 박인환의 시가 서정시를 발전시켰다면 후대 시인들은 더 발전된 새로운 시를 써야 한다는 요구를 제시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서정시는 우리의 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시인은 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시는 인생 자체에 대한 것이며 시는 진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시는 인생에서 부여하는 진실의 의미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서정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서정시는 시가 아니다’라고 해서 한때 문단이 들끓었던, 야단이 났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미 발레리는 1920년대에 서정시는 시가 아니라고 선언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자신의 감성에 넘쳐 시가 먼저 울어버리면 안 되는 것, 나만의 시를 쓴다는 것은 치열한 시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박태진과의 대담에서 이충이 시인은 지성과 감성 혹은 시적 진실을 성취한다면 오늘의 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태진 시인도 시의 진실은 지성만으로도 또는 감성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성을 뛰어넘는 지성이라야 하며 진실에 도달해야 함을 밝힌다. 한국시의 정체성을 짚어 보는 ‘새로운 시를 찾아서’의 대담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인의 투철한 개성에서 오는 것임을 후배 시인들에게 강하게 요청하고 있음도 주목할 일이다.
『시와산문』 창간 특집으로 진행된 첫 회의 대담과 2004~2005년에 계속된 세 차례의 대담, 총 네 차례의 대담내용을 살펴본 것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늘을 사는 시인의 책무와 본지 『시와산문』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일환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줄기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Ⅲ. 녹색시와 생명주의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비롯된 기후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인류 모두가 깨닫고 있는 시점時點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진과 산불과 홍수와 가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갖 재난 현상을 목도하며 직접 겪고 있다. 구체적인 현상들이 연일 우리 생활을 엄습하며 위협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인데, 즉 한 몸의 공동체인데 인간의 탐욕 때문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의 참상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는 물론, 시인은 무릇 자연과 생명의 존귀함, 그 존엄을 회복해야 할 책무가 있지 않은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생각 할 때마다 유명한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은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연설문, 1854년 미국 서부에 거주하던 인디언족 추장의 연설문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 아프면서도 가슴은 뛰었고 온몸을 휘감았던 따뜻함의 내용은 다른 표현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 기억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연설문 일부를 인용하여 그 뜻을 다시 한 번 새기고자 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은 망각해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있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홍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중략…)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으므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 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동안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악취에 무감각하다.
오늘의 시, 새로운 시를 위하여 생명주의를 주창하며 녹색 시 운동을 시작했던 창간 즈음의 기억이 상기된다. 녹색시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들어본다면, 먼저 녹색시인상, 녹색수필상을 제정하여 꾸준히 힘써 왔던 점을 빠트릴 수 없다. 또한 『시와산문』 초창기에 활약했던 김재황 시인은 ‘시와 만난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난 100종 들꽃이야기’ 등을 썼는데 창간호에서 ‘시인이 쓰는 산문’에서 제비꽃과 박정만 시인, 동자꽃과 황금찬 시인을 조명하며 시인들과의 일화를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시와산문문학회와 녹색시인협회의 역할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문인협회 강원 인제 지부와 연계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고 내린천 노루목산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시를 이야기했던 일, 숲속에서 시낭송회를 하고 자연보호 활동을 했던 일이 생생하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와산문』에서 추구하는 녹색문학(녹색시, 녹색수필 등)이 단순히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 환경시, 생명시 등 생태 문학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넓게 생각해보면 불가佛家의 삼종세간三鐘世間, 다시 말하면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 유정세간有情世間, 무정세간無情世間을 포함한 모든 것이 생명공동체이며 한 몸 공동체임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생명의 가치, 그 생명의 존귀함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함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Ⅳ. 목요 카페와 문학기행 및 세미나
목요 카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진행을 잠정적으로 멈추고 있지만, 그동안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카페를 열어 진행하였다. 시를 공부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시인들과의 교류를 위한 장場이기도 하다. (사정상 2006년에서 2008년까지 3년 동안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수요 카페를 운영함) 그동안 목요 카페에서 꾸준히 지속되어 온 내용을 돌이켜 본다.
‘한국 현대시 202편’을 60년대 전후, 70년대 전후, 80년대 전후, 90년대 전후로 살펴보았다. 한국 문단에 큰 영향을 미쳤던 서정주, 김수영, 김춘수 등 여러 시인의 시 세계와 작품을 분석하고 감상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간략해서 언급해보면, 2003년에 프란츠 카프카, 퀸터 그라스 등을 중심으로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하였다. 2004년에 르네 샤르, 파블로 네루다, 옥타비오 파스, 베르톨트 브레히트, 앙드레 말로를, 2016년에는 수요 카페를 운영하여 베를렌느, 에즈라 파운드, 이브 본느프, 파울 첼란, 앙리 미쇼, 보르헤스 등을 조명하였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샤를 보들레르, ‘오늘의 시’와 ‘녹색문학’을 주제로 운영하여 담론을 나누고 많은 시인의 작품을 조명하였다.
잠시 운영했던 수요 카페를 2009년부터 목요 카페로 운영하면서 초대 시인을 초청하여 담론을 나누고 체험적 시론을 듣는 등 교류를 시도하였다. 구상 시인, 서정주 시인을 스승으로 모셨던 이승하 시인과의 대담,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시에 대해 진솔함을 나누며 시집 ‘메롱메롱 은주’를 건네주던 김점용 시인, ‘어눌한 자전의 시 이야기’란 주제로 자작시를 이야기하던 박완호 시인, 당시 주목을 받고 있던 유종인 시인 등이다. 2013년부터는 국내 시인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낭독하고 조명했다. 간략히 소개하면 기형도, 김명인, 이성복, 정진규, 이제하, 신대철, 김종해, 이하석, 김광규, 이승훈, 윤석산, 김종삼, 김영태, 강인한, 이가람, 마종기, 황동규, 이민하, 이규리, 황정산, 문태준, 하종오, 나호열, 하재봉, 정끝별 등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시력이 좋지 않아 자료 준비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이충이 선생님과 카페 참여를 위해 매번 전주에서 올라와 늦은 밤차로 내려가던 정희수 시인의 열정이 그립다.
해마다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문학기행을 실시하였다, 기행 중 세미나와 시 낭송을 개최하고 문인들과의 친교 시간을 마련해 신뢰를 쌓아갔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문학기행을 떠 간략히 올려본다.
2009년 6월 6~7일과 걸쳐 녹색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정희수 시인의 초청으로 ‘녹색시의 전개와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의 문학 포럼을 개최하였다. 부안 변산 해넘이 타운에서 정휘립 교수는 녹색시가 인간다움을 회복시켜주고 그 인간적 위의威儀와 존엄성을 고양시켜 나아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녹색시학의 요체는 신생의 의지 및 창조적 생명성으로 집약되어야 함을 토론하였다. 2010년 6월 5일~6월 6일에는 오늘의 시와 녹색 시를 위한 ‘한국 문학의 제자리 찾기’란 주제로 포럼을 가진 바 있다. 그 외에도 전주 문학기행 중 경기전에서 시 낭송의 밤을 가졌으며 최명희 문학관, 전북 문학관을 방문하고 전주지방의 문화를 접한 귀한 기회를 얻었다. 2012년 6월 16일 ~6월 17일에는 홍성 용봉산 청소년 수련원에서 이승하 교수와 함께한 하계 세미나를 열어 ‘시인들은 핵과 원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라는 주제로 원전을 다룬 시 20편을 통해서 시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어떻게 열어 가야 할지 모색한 바 있다.
그동안 가까운 파주에서부터 멀리는 제주, 영주, 산청, 삼척, 함평, 전주, 부안, 홍성, 평택, 안성, 무의도, 장봉도 등 지방 문협 지부와 연계하기도 했던 문학기행 후 많은 회원은 의미 있는 작품을 쓰고 발표하였다. 문학기행 등 각종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현대시의 갈 길을 제시하고 ‘우리는 이제 시냇물 졸졸졸, 살구꽃 피던 고향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격려해 주시던 해맑은 표정의 박태진 시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Ⅴ. 전망과 제언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시인들은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시의 샘을 찾아가는 고통의 여정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희망의 길, 진실의 길, 아름다움의 길을 열어 세우며 걸어가는 시인의 길은 치열함이 없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길이다. 그러기에 계간 『시와산문』은 창간 목표에서 밝혔듯이 필력을 갖추고도 발표 지면을 얻기 힘든 신인, ‘오늘의 시(Sitz im Leben, 삶의 상황)’를 쓰는 신인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필력 있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을 최우선의 존재 목적으로 삼으려 한다고 제2 도약의 길에 들어서서 천명하고 있으니 앞으로 『시와산문』의 미래를 주목하며 전망해 볼 수 있겠다.
그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면, 회원들의 바람직한 활동을 위해 동인 활동을 강화하면서 『광화문시』, 『시의밭』, 『시와녹색』, 『녹색수필』 등을 발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1994년 제1회 ‘서울 시인상’을 제정한 이래 ‘녹색시인상’, ‘녹색수필상’, ‘한국시인상’, ‘아시아시인상’, ‘시인이 뽑은 시와산문작품상’을 제정하여 시인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신인 발굴을 위하며 2016년 제1회 ‘신인문학상’을 제정하여 시, 에세이, 평론 부문에 고료 17,000,000원 지원하고 있으며 2022년 올해는 응모자 218명, 총 작품 수 994편으로 점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음은 괄목할 만하다. 아울러 추천제를 병행하여 신인을 발굴하고 있음도 바람직하다.
또한 ‘이충이문학상’을 제정 공포하고 2022년 10월 31일까지 응모 마감 중이며 12월에 제1회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다. 아울러 『시와산문』의 창간 정신을 새기며 본지의 뿌리를 정립하는 고 이충이 시인의 문학전집 발간이 올해 6월 중에 있을 예정이다. 또한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와 『시와산문』의 문학적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김영수 시인의 번역으로 인도네시아 SKSP와 시와산문 카페에 작품을 올리고 교류의 폭을 넓혀 가고 있음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1999년 유네스코 제30회 총회에서 3월 21일을 ‘세계 시의 날’로 제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앞서 1908년 ‘소년’지에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처음 발표된 날을 기념하여 1987년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우리 민족은 시를 사랑하는 민족, 시의 샘물이 흘러넘치는 세상, 좀 더 따뜻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한줄기 한 줄기의 빛으로 시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그러나 요즈음 시를 읽는 독자보다 시인들이 더 많은 세대, 혹자는 시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여기저기 수많은 문예지가 발간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사라지는 문예지와 시인들이 증가하는 이 시기에 『시와산문』의 역할을 심도 있게 논의해 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또한 좋은 작품을 쓰고도 발표 지면을 얻지 못하는 많은 필자와 경직된 문단 풍토의 현실에서 어려움을 풀어가고자 했던 『시와산문』의 창간 정신은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지향하는 문학 전문지’로서 가치를 확립하고 좀 더 의미 있는 30주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시는 오늘의 일상에 대한 신화적 서술이다. 신화적 서술은 이미 마련된 권위의 사실에 앉아 있지 않고 기존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찾는 데 있다.’라고 이충이 시인이 ‘시의 격조’에서 밝혔던 점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의 시, 새로운 시, 생명주의와 녹색시의 길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앞으로 열어 가야 할 길을 어떻게 더 넓혀 가야 할 것인지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모든 생명의 고귀함, 그 존엄함은 인간과 자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짧게 살펴보았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서 문학사의 중심축을 이루며 대두된 생명주의는 『시와산문』의 바탕이며 오늘의 시, 새로운 시와 녹색의 의미는 깊고 다양해서 한 마디로 정립할 수 없지만 시는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리듬과 함께.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김지하, 「생명」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