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 낭송회에는 안용태 시인과 만납니다.
오랜 시 활동과 시하늘 회원으로 지내오면서 시력이 12년이나 되는데
드디어 첫 시집을 상재하여 독자들과 만남을 가집니다.
생활 속의 여러 편린들을 시로 솎아올린 그 맛을 함께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일시 :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대구 수성못 레스토랑 '케냐'
-회비: 없음, 단 장소를 2시간 임대하므로 식사 및 음료는 직접 주문하여 드셔야 합니다.
-제공: 詩하늘 여름호, 시집『몽돌』(할인하여 권당 5,000원에 판매함)
-낭송 또는 낭독하실 회원께서는 미리 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용태 시인
-1952년 경북 성주 출생
-2000년 『해동문학』으로 등단
-계간 『詩하늘』사무국장
-한국문협, 국제펜클럽 대구지부, 대구시협 회원
몽돌
-안용태
그렇게 치고도 지치지 않는
너도 너지만
그렇게 맞고도 물러서지 않는
너는 또 무어냐
감포 바닷가
권력에 눈 먼 당파 싸움처럼
물과 파도가 힘 겨루고 있을 때
검은 몽돌 알몸으로 뒹굴며
맨살 찢겨진 잡목 뿌리
감싸 주고 있었다
반야월
-안용태
하늘이 내려앉았다
별들이 아파트 창에 매달려
아우성이다
중산에서 바라보는 반야월의 밤,
반월이 무색하게
가늠하지 못할 거대한 은하가
금호강에 실려 끝없이 흘러간다
손 내밀어 잡을 수 있다면
이 밤, 함께 휩쓸려
갈 데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
가출
-안용태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이가 집을 나갔다
나도 집을 나왔다
이윽고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혼자 집을 지키던 집마저
더는 외로워 못살겠다고 집을 나오자
머물 곳 잃은 해가 눈을 감아 버렸다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물새를 기다리며
-안용태
물새 한 마리가
강물을 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물을 떠난 새는 이미 물새가 아닌데
오늘도 나는 하릴없이 강가에 서서
물수제빌 띄운다
쨍그랑, 청명한 하늘 한 장이
징소리처럼 깨어진다
까탈 부려보아도
오지 않는 사람 오지 않는데
명징한 수면만 깨뜨려 놓고
수습할 수 없는 파문 위로
비상하는 물새를 바라보고 있다
가을편지
-안용태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 들불처럼 번져갈 때
불나방 같던 청춘
태백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철거덕철거덕
가도 가도 끝없는 강원도 산골 철길
분천, 승부, 석포 지나
구절초 서러운 철암, 백산, 통리
도라지 꽃 말고는 전부가 새까만
그래서 더 서러운 탄광촌 도계역,
앞이 어딘지 뒤가 어딘지
사방팔방 막혀 가슴까지 꽉 막혀
차마 마저 읽지 못 하고
까만 스몰복 주머니에 구겨 넣어둔
눈물자국 얼룩진 順伊 편지,
경월 막소주에 취해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이면
기적도 숨차 한 달음에 치닫지 못하는
태백 준령에 기대어 울었지
아스라이 내려다 뵈는 북평역,
보라색 역등이 서러워 꺼이꺼이 울었지
내 사랑의 수몰지역
-안용태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이 물속에 잠겼다
내가 봉당에 쭈그려 앉아
順伊네 살구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만 해도
냇물은 얼어 붙어 풀릴 기미 없었고
살구나무는 그저 삭정이에 지나지 않았다
철거 계고장이 왔을 때도 설마
마을이 물속에 잠기리라 믿지 않았듯
그런 順伊가,
꽃을 피우리라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어김없는 계절은 살구꽃을 피웠고
꽃진 자리 젖꼭지가 아파 죽겠다던
그 쬐그만 가시내가
망나니 같은 개살구 하나가
입 하나 가득 침 고이게 할 줄이야
내가 그 고약한 입맛에 진저리하며
살구나무를 감아 오르던 호박넝쿨처럼
스스로 제 몸 풀지 못 해 발버둥쳤지만
물은 이미 차올라
봉당을 삼키고 지붕을 삼키고
어느 날 나는
농익어 짓무른 살구가 되어
수몰되어 가는 마을 속으로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만촌동의 하늘
-안용태
맘 여린 사람들이 울 없이 살던
도시 변두리
척박한 땅 일구어
고추도 심고 호박도 심고
발바닥 뜨겁도록 살아 온 나날들,
비 오는 날은
늙은 수양버들 무릎에 앉아 낚시를 했지
월척 한 놈 잡으면 떠나리라
미끼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십여 년 찌를 지킨 만촌동,
지금은 메꾸어져 공원이 된 연못가에
화석이 된 붕어 가시가 울타리로 자라고
머리에 무스를 바른 개구쟁이 녀석들
덜 익은 호박을 따서 공차길 한다
고추밭을 짓밟고 도심이 한 발씩 몰러와
벽돌을 쌓아 담장을 높일 때,
벽과 벽 사이
이웃은 모르는 사람으로 와서
모르는 사람으로 살다 가고
저절로 갇혀 버린 우리 안에서
올려다보는 빠끔한 하늘,
하늘은 깊은 우물처럼 우수에 젖어
거기 우물 속에 빠져 있는 작은 별 하나
만촌동 하늘에 깜박이고 있다
개망초꽃
-안용태
철없던 시절에 만나
함께한 세월이 스무 해라니
꽃다운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살아도
기댈 곳이란 내 야윈 어깨뿐이라며
방천 둑 걸으며 하얀 웃음 날리던 아내,
잠에서 깨어 부스스 눈 떠 바라보면
서로 민망하던 얼굴이 지금은
한 송이 풀꽃처럼 밉지 않은 건
살 부비고 살아온 세월 탓이랴
옹색한 살림 장식품이란 종이 접어 만든
학이며 별, 샘플 화장품, 꼬마 인형 따위
굳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당신 맘 내가 모를까,
부챗살 같은 자잘한 날들 묶어
바람 한 번 일으켜 보겠다고
가계부 한 장을 백지로 넘기며
피는지 지는지 구분되지 않는 웃음을
개망초 대궁 생채기 위에
밤마다 밤마다 하얗게 매달더니
당신은 기어이 피워내고 말았구나
저어기 강 건너 방천 둑
조무래기들 함성처럼
당신 닮은 꽃이라며 굳이 외면했는데
그 자잘한 것이,
멀리서 바라보는 개망초 꽃이
저리도 큰 목소리 내지를 줄이야
숨은 그림 찾기
-안용태
나는 알아
네가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네가 내 살 깊은 곳 천연두 흉터를 알듯
나는 네 머리카락 속에 감춰둔 기계충
흔적을 알고 있지, 그래 알아
우린 서로가 무엇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너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시를 쓴다,
순수치 않으면 한 줄도 긋지 못할 일을 하면서
네가 그린 그림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바늘 같은 솔잎이 대파 굵기로 확대될 때 아!
지난여름 송충이가 스쳐 간 솔잎의 상처까지
너는 그려놓았구나
너의 완벽한 그림에 숨은 그림 찾기란
부질없는 일인 줄 알지만 나는 너를 찾고 있다
그래 알아
애당초 너에겐 숨길 그림이 없었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너의 숨은 그림에 집작하고 있다
거봐, 너의 소나무 둥치 속에 숨겨둔 나이테를,
그건 너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 알아, 분별없는 아이가 억지 부리듯
내가 네 그림을 헤집어 투정하고 있다는 것을
겨울나기
-안용태
그 겨울의 황량한 들녘은
바람 부는 쪽으로 해가 기울고
마른 꿀밤 잎 서걱이는 날은
끝 모를 무명실에 연을 달아 날렸지
멀어지던 연줄에 편지를 띄우면
답장의 설렘으로 팽팽해지던 연줄,
겨울 해는 짧아 어둠은 이내
발등에 내리고 그대 모습
연줄 어디쯤에서 끊어졌는지
물레에 감겨오는 연줄은
풀어지는 저녁 연기 한 자락인 듯
돌아오지 않는 답장인 줄 알면서
오늘밤 다시 나는 편지를 쓴다
소식 몰라 미어지던 가슴마저도
겨우내 연 만들어 날리다 보면
갈피 속 묻어 둔 꽃잎처럼
조금씩 조금씩 바래어지겠지
아버지와 풍뎅이
-안용태
뙤약볕에 앉아 깡소주를 마신다
이마 가릴 이파리 하나 없는 들 가운데
도리깨질 하시던 아버지 떠올리면
차마 그늘에 쉬지 못해
선 자리 앉아 붉은 해를 마신다
너 뙤약볕에 앉아 깡소주 마셔 봤니
그게 그리 독한 줄 몰랐던 나이에
꽁지 잘린 풍뎅이로 집 떠나오던 날
아버진 깡소줄 병째 마시고 나는
그림자만 남겨 둔 채 산모롱일 돌았다
가우, 바위, 보
운명은 그렇게 결정 나는 걸,
풍뎅이 잡아 목 비틀어 놓고
팽이 돌지 않는다고 떼쓰던 내게
도리깨 날로 보릿단 뒤집으며
“이눔아 시상 없어도 저 혼자선 못 일어나”
거역이랄 건 없지만 고집대로 떠나와도
본데없이 자랐단 말 듣지 않고 살았는데
아버지 떠올리면 화부터 난다.
화려한 두 날개를 펼쳐 보이려
당신의 풍뎅이는 멀고 먼 하늘을 날아 왔는데
실개천의 꿈
-안용태
개울을 떠나 산모롱이 돌아올 땐
난 그저 조잘대는 개천이었지요.
강물이 되거나 바다가 된다는 꿈
한 번도 가져본 일이 없었답니다
녀석들 대처로 떠난다기에
앞서가는 조각달 꼬리별처럼
어딘 줄도 모르고 흘러만 왔어요
날 밝자 달도 별도 놓쳐버리고
함께 떠나온 친구마저 잃어버렸어요
돌아보니 아득한 가야산 자락
어머니, 어머니 불러볼 때는
이미 나는 개천이 아니었어요
대가천 여울목 물살도 어우르고
낙동강 둔치 감자 꽃도 피우고
검푸른 무청 머리카락 흔들며
시름겨운 사람들 가슴 속에 흐르는
붉고 뜨거운 강이었어요
달구벌 사람들과 노래 부르며
바다로 흘러가는 낙동강이었어요
첫댓글 상재하신 시집 『몽돌』로 낭송회를 갖게 되어 반갑습니다.
낭송하실 분은 미리 찜하셔서 외워오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1. 몽돌-
2. 반야월 - 길손 남효만님
3. 가출 - 가우 박창기님
4. 물새를 기다리며 - 후광 배경자님
5. 가을편지 -
6. 내 사랑의 수몰지역 -
7. 만촌동의 하늘 -
8. 개망초꽃 - 뚜버기 박종천님
9. 숨은 그림 찾기- 김양미님
10. 겨울 찾기 -
11. 아버지와 풍뎅이- 류석 손남주님
12. 실개천의 꿈 -
축하합니다.^^ 오랜 숙성으로 무르익은 시편들과 만나게 될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컴이 복구 되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시하늘의 사무국장님의 날이라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와 축하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날 소주 한 잔 권할께요
길손님도 한 편 낭독 하시지요?
반야월 로 한번 낭송해 보겠습니다. 울 아버지 고향이니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모든 일에 열정이신 시주머니님 항상 고맙게 생각 합니다
안용태시인! 축하, 축하합니다! 시집을 받고 눈 한 번 떼지 않고 끝까지 읽었네요, 모처럼....... 삶의 흔적과 안시인의 체치가 그대로 배어나는 시편들........감동적이었습니다. 더욱 정진해서 큰 시인 되소...........!
존경하는 찬솔님, 칭찬으로 알고 정진 하겠습니다
사무국장님, 첫 시집 상재하심과 시낭송회를 거듭 축하합니다.
멀리 계셔도 가까이 계신듯 정감있는 들까치님, 두분 건강하세요
숨은 그림 찾기 찜 합니다
양미님 나 말 잘듣죠,
사무국장님! 축하드립니다~ 물새를 기다리며 ... 물수제비 띄우면 세개 정도는 퐁당 퐁당 뛰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며 .... 읽어 보겠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후광님의 낭송을 기다립니다.
멋진 사무국장님!
첫 시집 상재를 큰 기쁨으로 함께 축하드립니다^^
파란하늘호수님도 한 편 낭독하시면 좋은데요?
만촌동의 하늘은 안용태 시인이 직접 낭독하면 좋겠고 저는 가출을 낭독하겠습니다.
모두 안녕하시지요^^참석토록 노력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뵙겠네요.
글라디님과 함께 오세요..........
안용태 시인님 축하드려요
집안일 봐 가며 참석토록 노력하겠습니다.
집안일이 솜나리님 오시게 도와주면 좋겠는데..............
집안일이란게 둘째아이 기말고사와 막내아이가 혼자 있을 상황이 될까봐서요
안용태 시인님 첫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저도 그 날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오셔서 고운 목소리로 낭송 한 편 하셔야지요.
그 날 좋아하는 시인께서도 오실 예정인데.............
안용태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일이 바빠 참석이 어렵긴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길
빌겠습니다
멀리서 마음 보태주셔서 고맙습니다_()_
안용태시인님 첫시집을 내시니 얼마나 감회가 남다를까요?! 좀 늦은 편이죠?
안선생님을 뵙고 축하 드리고 싶으나 어쩐지 시하늘 낭송회는 이제 가고싶은 마음이 없군요
융통성없는 저를 이해해주십시요 언제 한번 뵐날 있겠지요 축하드립니다!!
소여언니께서 그런 마음이시니 저가 많이 슬픕니다. 출판기념회나 시 낭송회를 시하늘에서 했던 문인 들도 잘 찾아 주시지 않는 썰렁한 자리를 채워주시던 언니~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기쁘고 좋아서 저는 이리 저리 청하며 전화도 참 많이 했지요. 이번에도 전화를 하겠습니다. 언제든지 마음이 열리면 오십시오. 문은 더 크게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 안용태 시인, 시집 '몽돌'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문운이 창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제게도 차례가 돌아오면
'아버지와 풍뎅이'를 낭독하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_()_
선생님, 건강하시죠 ?
먼저 모임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와서 참 아쉬웠습니다.
선생님이 많이 아끼고 정을 쏟은 시하늘에서
낭송하는 시를 들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텐데...... 이번엔 아쉽지만
뚜버기님이 올려주시는 동영상으로 잘 감상하겠습니다.
안용태시인님의 시집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저는 개망초꽃을 찜할까 합니다.
뚜버기님의 멋진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날 이후 카페에 들리지 않았드니 많은 인사가 와 있네요 일일이 답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보리향님 대신 답글 달아 주세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