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굼벵이 같은 나도 - 최하림
죽음조차도 빛이 푸르게 만물을 그리워하며
산 밑으로 돌아가는 봄날에는
여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치마 가득 바람을
맞는다 아지랑이들이 각각의 냄새를 풍기며
오얏나무에서 배꽃나무에로 넘실넘실 이동한다
벌들이 잉잉거린다
사방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피라미들이
물 위로 떠오르고 나무들이 우듬지로 물을 나르면서
가지 끝 귀를 세운다
오늘은 굼벵이 같은 나도 몸을 뒤척이며 꽃상여처럼
찬란하게 봄을 엿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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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하는 詩
오늘은 굼벵이 같은 나도 - 최하림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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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07:3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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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동감으로 제 겨등랑이가 간지럽네요
겨울의 혹한이 지나면 봄이 금방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