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마량항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공기에 갯 내음은 더 또렷해지고 정박한 어선들은 마치 하루의 일과를 마친 사람들처럼 서로 기대어 쉬고 있었다. 회색 하늘은 말없이 빗방울을 바다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와 잔잔한 파문을 일며 지난 계절의 이야기를 담아 천천히 부서지고 있었다.
빗방울 사이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노란색 등대는 시간을 견뎌온 흔적을 고요히 드러내고 물결 위에 번지는 모습은 흔들리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마치 돌아갈 방향을 잃지 말아달라며 배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하였다.
우리가 걷고 있는 방파제길은 하늘을 품고 번지는 물빛 속에 흐릿한 추억들이 겹쳐오고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빗물처럼 조용히 드러났다. 바다는 더 깊어지고 마음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마량항의 풍경은 쓸함보다는 따뜻함에 가깝고 외로움보다 사색에 닿아 말없이 서 있는 바다 위 배들처럼 마음도 잠시 멈춰 마량항의 그 멋진 풍경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다 돌아왔다.
첫댓글 언제나 환란모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