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World Baseball Classic)』와 『프리미어 12 (Premi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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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WBC (World Baseball Classic : 이하 WBC) 대회가 오는 3월 6일부터 22일까지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야구 국가 대항전인 『WBC (World Baseball Classic)』는 2005년 야구가 올림픽에서 제외되자, 미국의 MLB (Major League Baseball)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설립한 WBCI가 주관하여 신설한 대회입니다.
WBC의 1회 대회는 1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2006년에 개최되었습니다. 이어서 2회 대회는 2010년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이라는 Big event를 피해 한 해 빠른 2009년에 개최되었으며, 이후부터는 매 4년마다 개최하기로 기획하여, 2013년 제 3회 대회가 개최된 데 이어, 4년만인 금년에 제4회 대회가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WBC는 정작 주최국인 미국에서 그 인기가 시들합니다. 그 동안 치루어진 3차례 대회에서, 1회와 2회 대회에서 일본이 우승을 했고 , 3회 대회에서는 도미티카 공화국이 우승을 했으며, 정작 미국은 2회 대회에서 4위를 한 것이 고작인 탓이 큰 듯 합니다. 물론 MLB 소속 선수들을 망라한 최강의 미국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고충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WBC는 아직은 MLB의 인기를 넘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은 WBC 운영의 주체인 MLB 사무국의 대회 수익금 배분 방식을 둘러싼 갈등에 있습니다. 물론 1회 대회부터 주최측인 WBCI가 각국 선수단을 초청하는 형태로 항공료와 체재비 등을 부담하고 있고, 대회 입장료는 물론 중계료, 각국 대표의 스폰서料 및 기념품 라이선스 등 모든 수입을 합한 뒤 경비를 제외한 수익을 참가국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WBSI의 배분 시스템에 따른 결과, 2009년 제2회의 경우 우승국인 일본에게는 13%, 준 우승국인 한국에게는 고작 5%의 배당을 한 반면, 주최측인 WBCI에 돌아간 수익은 66%에 달했습니다.
WBC 대회 후원 기업의 70%가 일본기업임을 감안할 때 일본 야구연맹에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가져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만 합니다. 일본은 2013년 제 3회 WBC 불참을 고집하다가 막판에 가까스로 참가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 부활이 확정되면서 그 동안 잠잠하던 『세계 야구 소프트볼 연맹』 ( WBSC : World Baseball & Softball Confederation)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폐지되면서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로부터의 배당금 지급이 중단되어 재정적으로 고전하고 있던 WSBC는 일본의 재정지원을 받아 『WBSC 프리미어 12』라는 국제 대회를 창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가뜩이나 WBC의 수입배분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일본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야구 흥행도 도모할 겸 선뜻 재정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WBSC 프리미어 12』는 2011년에 폐지된 야구 월드컵(Baseball World Cup)의 부활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 야구소프트볼 연맹(WBSC)의 前身인 국제야구연맹(IBAF)은 1938년 영국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설립된 야구 국제 단체이며, 2011년에 폐지된 『야구 월드컵』의 원래 주관 단체였기 때문이고, 이에 비하면 WBC의 주관 단체인 WBCI는 임의 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orld Baseball Softball Confederation)은 국제야구연맹(IBAF : International Baseball Federation)과 국제소프트볼연맹(ISF : International Softball Federation)이 2013년에 통합하여 설립된 단체로서 한국을 비롯하여 141개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兩大 대회 주최측은 역시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 년도를 피해 대회 일정을 잡았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1회 대회
2016년 브라질 올림픽
2017년 World Baseball Classic 4회 대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회
2019년 WBSC 프리미어 12 2회 대회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회
위 일정에서 보듯이 결국 매 2년마다 2개의 야구 국가대항전이 교대로 열리게 된 셈입니다.
한편 다소 복잡한 WBC 대전 방식에 비해 PREMIER 12는 대회 기간이 14일에 불과할 만큼 빠른 진행을 위한 시스템으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WBC』 대회 흥행을 우선시하는 MLB 사무국이 『PREMIER 12』에 MLB 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하고 있고, 『PREMIER 12』의 상금 규모가 『WBC』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며, 창설 초기의 대회 운영이 미숙하여 우왕좌왕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게다가 후원국인 일본이 준결승 일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짠 것으로 드러나는 등 WBC 대회 못지않게 잡음이 많았습니다. 잡음의 내용은 애초부터 『일본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경우』라는 전제를 세워, 일본이 준결승에서 승리해 결승에 진출하면 상대국보다 하루를 더 쉴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국제대회에서 이런 식으로 특정 국가를 위한 ‘조건’을 달아놓고 경기 일정을 짜는 것은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일본이 『흥행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한다 해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준결승에서 하필이면 우리나라를 만났고, 우리가 이기면서 일본은 우승을 위해 『잔머리』를 썼다가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뒤지다 9회초 4점을 몰아치면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었고, 결승전에서는 미국을 8:0으로 가볍게 제치고 우승의 기쁨을 누린 바 있습니다.
아무튼 이미 3회 대회를 치르면서 자리를 잡은 『WBC』와 새로이 對抗馬로 등장한 『PREMIER 12』가 미국 MLB와 일본의 샅바 싸움 성격을 띠면서 두 국제대회의 향후 향배가 자못 궁금해 집니다. 아직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 우리나라는 누가 어떤 rule을 만들던 당분간 실력으로 이들을 제압하는 수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