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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중심에서 과실수 꽃 잔치
◉배나무 꽃-이화(梨花)
◀작야(昨夜) (매시업:이화에 월백하고) ◼인기현상
◉돌배 나무꽃
◀어느 봄날 ◼손지수✕정민성
◉오얏꽃(자두꽃)-이화(李花)
◀좋은 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멜로망스
◉복사꽃(복숭아꽃)
◀복숭아꽃 ◼유주(ft:소코도모)
◀복사꽃 ◼김구삼(테너)
◉앵두꽃
◀앵두나무 소녀 ◼신미래
◉사과꽃(능금꽃)
◀외나무다리 ◼마이진
◉4월 15일!
4월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날입니다.
동시에 석 달 봄이 전후로 갈라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느낌은 아직 봄이 자리를 덜 잡은 듯합니다.
그런데 절반의 봄이 벌써 지났습니다.
◉곡우(穀雨)가 이번 주 금요일에 들어있습니다.
곡우가 봄의 마지막 절기이니 벌써 가는 봄과 농사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곡우 다음에는 입하(立夏)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이야기를 해야 할 날까지 근처에 와 있습니다.
벚나무가 봄바람에 꽃잎을 날려 보내는 지금 4월 중순에 봄도 함께 흘러가고 있습니다.
◉서둘러 꽃을 피웠던 이른 봄꽃들이 잎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잘생긴 잎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때 과일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며칠 사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과일나무꽃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과일나무들의 화려한 꽃 잔치로 봄이 무르익어 갑니다.
조금 일찍 꽃피우는 매화는 제쳐두더라도 요즘에는 살구와 앵두, 자두, 복숭아, 배, 사과나무의 순서로
과일 꽃들이 등장합니다.
◉사는 곳 산골 마을 텃골에서는 집에서 먹을 과일나무 한두 그루씩 키웁니다.
그래서 이때쯤 텃골은 밝고 눈부신 과일 꽃에 눈이 시리고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에 맴돕니다.
특히 진한 향기로 봄을 일깨우는 텃골 명품 귀룽나무는 물론 라일락, 분꽃나무까지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어
4월 중순 이후 산골 동네는 은은한 꽃향기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이틀 전 배나무가 꽃을 피우면서 꽃망울이 맺힌 사과나무를 빼놓고는 대부분 과실수가 모두 꽃을 피웠습니다.
꽃눈을 튼튼하게 하는 약을 초봄에 뿌린 효과가 있었는지 올해는 더 예쁘고 깨끗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냈습니다.
배나무 꽃이 활짝 핀 배 과수원 모습은 지금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 그루뿐인 집안의 배나무 꽃만 해도 충분하게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요즘 배밭에서는 인공수정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집의 배나무는 고맙게도 근처 벌 나비가 찾아와
열매 잘 맺도록 만들어 줍니다.
◉배꽃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화학당(梨花學堂)’입니다.
1886년에 세워져서 138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초 여학교입니다.
‘배꽃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열매를 맺듯이 배움 또한 그러하리라’
당시 고종과 명성황후가 이 학교에 이화(梨花)라는 이름을 하사하면서 덧붙인 말입니다.
유관순을 비롯한 실제 ‘배꽃’ 출신 여성들은 독립과 건국,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배꽃 하면 생각나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평시조 ‘다정가’(多情歌) 입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두견새)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고려말 문열공(文烈公) 이조년(李兆年)의 평시조입니다.
◉같은 고향 성주 출신인 이조년이 유배 중에 지은 시조입니다.
사랑가처럼 들리지만 고려 충혜왕의 폭정 시절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낙향해서 13년이나 성주에서 지냈던 이조년과 성주 이씨 가문의 흔적과 유적은 지금도 고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다정도 병인양하여 나라 걱정하며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있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퓨전국악 속에 다정가가 메시업으로 들어간 노래를 만나봅니다.
국악 밴드 ‘조선블루스’의 보컬 김우정이 작사하고 키보드 배소희가 작곡한 퓨전국악 ‘작야’(昨夜:어젯밤)입니다.
팬텀싱어 인기현상 팀이 이 노래에 ‘다정가’를 버무린 뒤 새 느낌의 노래로 커버해 팬텀싱어 올스타전 무대에 올렸습니다.
한없이 춥던 겨울이 지나 아지랑이 흩날리고 배꽃이 흩날리는 봄이 오듯 다가오는 ‘작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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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AqHfU8_JWo?si=22NIdRt537rXlWal
◉배나무와 같은 집안인 돌배나무는 배나무보다 당도가 낮고 돌처럼 딱딱한 작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과일로서는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효능이 좋아 약(藥) 배로 불리기도 합니다.
약으로도 차로도 담근 술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돌배꽃은 배꽃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배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이틀 전부터 이웃집 돌배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무를 하얗게 꽃잎으로 덮었습니다.
꽃의 색깔이나 꽃밥의 색깔도 비슷해서 그냥 봐서 가려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굳이 차별점을 찾아보면 돌배꽃의 꽃잎 사이가 조금 더 벌어져 있고 꽃잎 가장자리가 상대적으로 조금 거칠어 보이는 정도입니다.
둘의 성격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배나무 접을 붙이는데 돌배나무가 대목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돌배꽃이 활짝 피어난 어느 봄날을 그린 동요를 만나봅니다.
어린이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동요 ‘어느 봄날’을 남녀 성악가의 이중창으로 듣습니다.
소프라노 손지수와 바리톤 정민성이 돌배꽃 꽃잎에 싸인 포근하고 따사로운 ‘어느 봄날’을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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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 봄꽃을 말할 때 흔히 도리앵화(桃李櫻花)를 이야기합니다.
복숭아꽃과 오얏꽃, 앵두꽃을 그렇게 부릅니다.
부르는 순서는 그렇지만 봄에 꽃피는 순서는 반대로 앵두, 오얏, 복숭아 순입니다.
오얏꽃은 바로 자두나무꽃을 말합니다.
자색의 복숭아라는 의미로 자도(紫桃)로 불리다가 지금은 자두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앵두꽃을 시작으로 자두꽃과 복숭아꽃이 모두 피었습니다.
◉그 가운데 올해 자두나무가 풍성하게 꽃 피워 흑무사, 피자두 등 여러 가지 자두 맛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오얏은 바로 자두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이 말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말이기도 합니다.
7백만이 넘는 성씨 이(李)씨가 바로 오얏 이씨, 자두나무 이씨입니다.
그래서 오얏꽃은 조선왕조의 상징이자 대한제국의 문장이기도 합니다.
확대해석하면 무궁화이전의 나라꽃이 바로 오얏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궁궐에 오얏나무가 많이 심어진 이유입니다.
◉2018년에 방영되고 현재 재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는 유난히 오얏꽃이 자주 등장합니다.
대한제국 시절 무명의 의병 영웅들의 항일투쟁사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의 남녀주인공 이병헌과 김태리가 오얏꽃이 흩날리는 궁궐에서 마주치는 장면에서도
오얏꽃 이야기와 오얏꽃 영상이 등장합니다.
그 장면에 흐르는 ost는 멜로망스의 ‘좋은 날’입니다.
드라마 속 그 장면과 노래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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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꽃 대부분이 흰색을 띠고 있지만 복숭아꽃은 분홍색으로 피어납니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복숭아꽃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요즘 봄철 꽃구경하면 주로 벚꽃 구경을 말하지만 조선시대 봄철 꽃구경은 바로 복사꽃 구경을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사꽃은 조상들이 가장 좋아했던 꽃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그렇지만 집안에는 잘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바람에 약하고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꽃이 워낙 예뻐서 요즘에는 정원수로 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안에 들인 복숭아나무가 지난해 꽃피우고 열매 맺은 데 이어 올해도 더 예쁘고 푸짐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젊은 아이돌 출신의 싱어송라이터가 그려낸 복숭아꽃의 노래를 만나봅니다.
여자 아이돌그룹 ‘여자 친구’의 보컬이자 솔로 활동을 하는 유주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부른 ‘복숭아꽃’입니다.
◉젊은 친구다운 접근이 재미있습니다.
땅에 핀 꽃은 만질 수 있는데 나무에 난 꽃은 바라만 봐야 해서 손에 닿지 않는 곳의 묘한 사랑을 복숭아꽃에 비유했습니다.
도화살(桃花殺)이라는 매력을 지닌 예쁜 꽃이라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재일교포 어머니를 둔 래퍼 소코도모가 피처링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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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은 흔히 복사나무에 핀 꽃이라는 의미로 복사꽃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복사꽃은 문학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꽃입니다.
교사 출신 시인 한승수는 별이 내려와 분홍색 빛의 꽃이 된 것이 복사꽃이라고 그렸습니다.
이 시에 곡을 붙인 가곡 ‘복사꽃’을 들어봅니다.
테너 김구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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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음력으로 3월 7일입니다.
음력 3월을 앵월(櫻月)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봄의 대표적인 꽃으로 대접받아 온 과실수가 바로 앵두입니다.
앵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또 있습니다.
바로 앵순(櫻脣)입니다.
미인의 붉은 입술을 일컫는 말입니다. 작고한 가수 최헌이 불렀던 ‘앵두’라는 노래는 바로 이 앵순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앵두는 백과 중에서 가장 먼저 익는 과일이라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습니다.
원산지는 티벳으로 알려졌지만 고려시대 이전부터 토종 과일처럼 사랑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맛 좋고 영양가 높은 과일이 워낙 많이 등장해서 과일보다는 꽃과 열매를 보는 관상용으로 밀려난 느낌입니다.
하지만 품위 있고 기품 있는 앵두꽃은 집안의 봄기운을 일찍 전해주고 있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가장 먼저 키운 과실수가 앵두나무입니다.
7년이 넘어선 앵두나무가 올해도 과실수 가운데 가장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가장 먼저 촘촘히 열매를 매달 것으로 보입니다.
◉앵두나무는 시골 동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골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들어서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앵두나무에 빗대어 한국전쟁 후 시골의 세태를 담아 만든 노래가 1956년에 만들어진 김정애의 ‘앵두나무 처녀’입니다.
농사일이 힘들어서 봄만 되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던 시대 상황을 그려낸 노래입니다.
젊은 사람이 도시로 떠나 시골 일손이 모자라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어제도 하루 종일 동서 수박밭에 모종 심는 일을 돕고 왔습니다.
‘앵두나무 처녀’ 신미래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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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CW89iBieHY?si=ynSUksVHOFTp7VhE
◉사과꽃은 이제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지나야 화려하고 예쁜 사과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과나무는 약주는 일이 만만치 않아 정원수로 키우기가 쉽지 않지만 조그마한 묘목을 7년 이상 키워 꽃까지 보게 됐으니
정성을 들여보려고 합니다.
사과꽃, 능금꽃 하면 떠오르는 최무룡의 ‘외나무다리’를 ‘현역 가왕’ 한국 대표로 활동 중인 마이진의 노래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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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반가운 비 소식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과일나무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빨리 지는 아쉬움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날씨까지 더워져 막 세상에 나오고 있는 초목들이 목이 마릅니다.
또한 이제 심어놓은 여러 작물도 마찬가지로 목이 마릅니다.
그래서 오늘 내릴 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때 이른 4월 더위도 봄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저래 반가운 봄비입니다. 오늘 하루 초목과 작물, 버섯에 물 주는 일을 쉬어가도 괜찮은 날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