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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원적월(北轅適越)
북쪽으로 수레를 몰면서 남쪽 월나라로 가려 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北 : 북녘 북(匕/3)
轅 : 끌채 원(車/10)
適 : 맞을 적(辶/11)
越 : 넘을 월(走/5)
동서남북은 일정한 방위지만, 전후좌우는 일정함이 없다. 청나라 때 장조(張潮)가 유몽영(幽夢影)에서 한 말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북두칠성은 항상 북쪽 하늘에 뜬다. 사람들이 이것으로 방향을 가늠한다. 어디서나 그렇고 언제나 그렇다.
전후좌우는 좀 다르다. 내 앞은 마주 선 사람의 뒤이고, 내 왼편은 그의 오른편이다. 수시로 바뀐다. 문제는 이 둘을 착각할 때 생긴다.
다산은 귀양가 있던 벗 김기서(金基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택선고집(擇善固執)함은 그 선택함이 본래 정밀하기 때문이오. 만약 애초에 선택이 잘못되었는데도 굳게 지키는 것만 덕으로 여긴다면 북원적월(北轅適越)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오."
택선고집은 좋은 것을 가려 굳게 지킨다는 뜻이다. 굳게 지키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잘못되면 지킬수록 헤매고 마침내 영 딴 곳에 도착하게 된다.
북원적월은 북쪽으로 수레를 몰면서 남쪽 월나라로 가려 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개청(鄭介淸)은 선조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하께옵서 오늘날 하시는 바를 가지고 오늘날 하고자 하는 바를 구하려는 것은 참으로 이른바 북쪽으로 수레를 몰면서 남쪽 월나라로 가려는 격입니다. 결단코 뜻을 이룰 이치가 없으리이다." 동서남북과 전후좌우를 혼동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의 방향을 착각하면 서울을 가려다 부산에 가닿는 수가 있다.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렸는데 목표에서 딱 그만큼 더 멀어진다.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제대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되는 일이 없다고 탄식하지 말라. 지금 가는 방향이 바른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기차를 잘못 탔으면 머뭇대며 고집을 부리지 말고 즉시 내려 갈아타야 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는지라 적응이 쉽지 않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바꿔야 할 것과 바꿔서는 안 될 것을 자주 혼동하니 문제다. 바꿀 것은 바꾸고, 바꿔서 안 될 것은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반대로 한다. 바꿀 것은 안 바꾸고, 바꾸지 말아야 할 것만 바꾼다. 바꿨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하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덩달아 남 따라 하지 말라. 제대로 똑바로 나름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 北(북녘 북, 달아날 배)은 ❶상형문자로 业(북)은 통자(通字)이다. 사람이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으로, 적에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패배(敗北)를 말한다. 또 사람은 밝은 쪽을 향하며 집도 남향으로 세우므로 반대(反對)쪽을 북쪽으로 삼았다. ❷상형문자로 北자는 ‘북’이나 ‘북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北자의 갑골문을 보면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北자의 본래 의미는 ‘등지다’나 ‘배후’였다. 그러나 후에 가옥의 형태가 남향으로 정착되면서 北자는 남향의 반대 방향이라는 의미에서 ‘북쪽’을 뜻하게 되었다. 즉 北자는 사람이나 집 대문이 남쪽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등 뒤쪽’이라는 의미에서 ‘북쪽’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北자가 이렇게 ‘북쪽’을 뜻하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月(육달 월)자를 더한 背(등 배)자가 ‘등지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北(북, 배)은 (1)북쪽 (2)북가(北家)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북녘, 북쪽 ②북쪽으로 가다 그리고 달아날 배의 경우는 ⓐ달아나다, 도망치다(배) ⓑ패하다(배) ⓒ등지다, 저버리다(배) ⓓ나누다, 분리하다(배)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남녘 남(南)이다. 용례로는 어떠한 지역의 북쪽 부분을 북부(北部),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북으로 보냄을 북송(北送), 북쪽 지방을 북방(北方), 북쪽에 있는 산을 북산(北山), 북쪽에 있는 바다를 북해(北海), 지축의 북쪽 끝을 북극(北極), 앞면을 북쪽으로 둠이나 북쪽에 있는 면을 북면(北面),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북풍(北風), 북쪽으로 향함을 북향(北向), 북쪽으로 올라감을 북상(北上), 북쪽에 있는 마을을 북리(北里), 북쪽 지방을 침을 북벌(北伐), 집안의 북쪽에 있는 뜰을 북정(北庭), 주부가 있는 곳이나 남의 어머니의 높임말을 북당(北堂), 북쪽 또는 북방에 대함을 대북(對北), 남쪽과 북쪽을 남북(南北), 북쪽으로 납치해 감을 납북(拉北), 북한을 탈출함을 탈북(脫北), 북쪽으로 넘어감을 월북(越北), 어떤 기점을 기준으로 한 북쪽을 이북(以北), 싸움에 져서 도망함을 패배(敗北), 북문에서 한탄함이라는 뜻으로 벼슬자리에 나가기는 했으나 뜻대로 성공하지 못한 것을 한탄함을 북문지탄(北門之歎), 북쪽은 말 남쪽은 배란 뜻으로 사방으로 늘 여행함 또는 바쁘게 돌아다님을 북마남선(北馬南船), 북산에서 느끼는 감회라는 뜻으로 나라 일에 힘쓰느라 부모 봉양을 제대로 못한 것을 슬퍼하는 마음을 북산지감(北山之感),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轅(끌채 원)은 형성문자로 辕(원)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 수레, 차)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袁(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轅(원)은 ①끌채(멍에를 매는 부분) ②끌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임금이나 세자가 멀리 거둥하였다가 다시 돌아옴을 회원(回轅), 임금이 타는 수레를 어원(御轅), 우레 소리가 나는 것처럼 한꺼번에 많이 가는 병거를 이르는 말을 뇌원(雷轅), 끌채가 굽은 수레를 곡원거(曲轅車), 수레가 북쪽으로 가는 치욕이라는 뜻으로 곧 임금이 청나라로 끌려 가는 치욕을 북원지욕(北轅之辱), 수레는 남쪽으로 몰면서 북쪽에 있는 연나라에 가려고 한다는 뜻으로 생각과 행동이 서로 어긋남을 이르는 말을 남원적연(南轅適燕), 나릇을 북쪽으로 향하게 해 놓고 남쪽인 초나라로 가려 한다는 뜻으로 의도하는 바와 행하는 바가 서로 어긋남을 북원적초(北轅適楚), 수레의 끌채는 남을 향하고 바퀴는 북으로 간다는 뜻으로 마음과 행위가 모순되고 있음을 남원북철(南轅北轍), 끌채에 매인 망아지라는 뜻으로 남의 속박을 받아서 스스로는 자유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원하지구(轅下之駒) 등에 쓰인다.
▶️ 適(맞을 적)은 ❶형성문자로 适(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啇(적)으로 이루어졌다. 適(적)은 상대방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일, 몇 개의 길이 있는 중에서 어느 것인가를 골라서 나아감, 또 '상대방을 향하다', '적중하다', '적당'이란 뜻에도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適자는 '맞다'나 '마땅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適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啇(밑동 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啇자는 화초 아래에 입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適자는 본래 '길을 골라가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여러 갈래의 길 중에 내가 가야 할 적합한 길을 고른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適자는 '맞다'나 '마땅하다'와 같이 '적합하다'라는 뜻만 남아있다. 그래서 適(적)은 ①맞다 ②마땅하다 ③가다 ④시집가다 ⑤즐기다 ⑥꾸짖다 ⑦전일하다(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 ⑧마침 ⑨맏아들 ⑩큰마누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맞추어 씀이나 쓰기에 알맞음을 적용(適用), 꼭 맞음으로 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맞아 어울리는 상태를 적절(適切), 걸맞아서 서로 어울림을 적응(適應), 사물의 정도나 상태 등이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또는 잘 어울려 마땅함을 적당(適當), 꼭 합당함을 적합(適合), 알맞고 바름을 적정(適正), 무엇에 알맞은 성질을 적성(適性), 법규나 법률에 맞음을 적법(適法), 마침 알맞은 때나 적당한 시기를 적시(適時), 적당함과 부적당함을 적부(適否), 알맞은 시기를 적기(適期),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이 똑 알맞음을 적중(適中), 어떤 격식이나 자격에 맞음을 적격(適格), 음식의 맛이 구미에 맞음을 적구(適口), 잘못을 나무람을 적과(適過), 눈여겨 봄이나 확실히 봄을 적관(適觀), 향하여 감이나 따라감을 적귀(適歸), 꼭 알맞은 정도를 적도(適度), 알맞은 분량을 적량(適量), 심신에 적합하여 기분이 썩 좋음을 쾌적(快適), 가장 적당하고 적합함을 최적(最適), 마음에 들어 매우 즐거움을 가적(佳適), 무엇에도 속박됨이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생활함을 자적(自適), 한가하여 자적함을 한적(閑適),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김을 이르는 말을 적재적소(適材適所),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꾸미고 실상은 그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아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적본주의(適本主義), 입에 맞는 떡이라는 뜻으로 제 마음에 꼭 드는 사물을 이르는 말을 적구지병(適口之餠),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음을 이르는 말을 적지적수(適地適樹), 훌륭한 음식이 아니라도 입에 맞으면 배를 채움을 이르는 말을 적구충장(適口充腸), 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을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을 유연자적(悠然自適), 나릇을 북쪽으로 향하게 해 놓고 남쪽인 초나라로 가려 한다는 뜻으로 의도하는 바와 행하는 바가 서로 어긋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북원적초(北轅適楚), 발꿈치를 잘라 신에 맞춘다는 뜻으로 본말이나 주객을 뒤집음 또는 좋게 하려다 도리어 더 나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월지적구(刖趾適屨),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친구를 좋아하면 먼 곳이라도 피로를 잊고 따라간다는 말을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활과 과녁이 서로 맞았다는 뜻으로 기회가 서로 들어맞는다는 말을 궁적상적(弓的相適),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며 힘이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세균역적(細菌力適) 등에 쓰인다.
▶️ 越(넘을 월, 부들자리 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달아날 주(走; 달아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넘다의 뜻을 가지는 글자 戉(월)로 이루어져, 물건 위를 통과(通過)하다, 넘다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越자는 '넘다'나 '초과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越자는 走(달릴 주)자와 戉(도끼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戉자는 도끼 모양의 창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越자는 무언가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走자가 높은 창(戉)을 뛰어넘는 듯한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戉자가 발음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越(월, 활)은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나라로 ①넘다, 건너가다 ②넘기다, 넘어가다 ③초과하다 ④지나다, 경과하다 ⑤빼앗다 ⑥멀다 ⑦물정에 어둡다 ⑧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⑨흐트러지다 ⑩떨어뜨리다, 떨어지다 ⑪드날리다, 널리 퍼뜨리다 ⑫달아나다 ⑬다스리다 ⑭월(越)나라, 나라의 이름 ⑮이에 ⑯멀리 ⑰및, 와 그리고 ⓐ부들자리(부들의 줄기나 잎으로 엮어 만든 자리)(활) ⓑ큰 거문고의 하면에 있는)실구멍(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높을 탁(卓), 어조사 월(粤), 뛰어넘을 초(超)이다. 용례로는 권한 밖의 일을 함을 월권(越權), 차이가 현격함을 월등(越等), 남쪽으로 넘어감을 월남(越南), 북쪽으로 넘어감을 월북(越北), 국경 등의 경계선을 넘음을 월경(越境),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을 월가(越價), 차례를 건너뜀을 월차(越次), 담을 넘음을 월장(越牆), 겨울을 살아 넘김을 월동(越冬), 어떤 한계나 표준을 넘음을 초월(超越), 월등하게 뛰어남을 탁월(卓越), 뒤에서 따라가 앞이 것을 앞지름을 추월(追越), 우수하고 월등함을 수월(秀越), 다른 것보다 뛰어나게 나음을 우월(優越), 멀리 떨어져 있게 됨을 격월(隔越), 한 회계 연도의 순 손익금 또는 잔금을 차기로 옮겨 넘김을 이월(移越), 남보다 뛰어남을 도월(度越), 깨끗하고 훤칠함을 발월(發越), 소리가 맑고 가락이 높음을 청월(淸越), 침범하여 넘음을 능월(陵越), 국경을 넘어서 남의 나라로 들어감을 범월(犯越), 자기 직무를 완수하고 타인의 직권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근신하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월반지사(越畔之思), 자기의 직분을 넘어 부당히 남의 일에 간섭한다고 인정되는 혐의를 일컫는 말을 월조지혐(越俎之嫌), 밤을 타서 남의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승야월장(乘夜越牆), 서로 멀리 하고 돌아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시약초월(視若楚越), 오나라와 월나라의 다툼이라는 뜻으로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끈질긴 다툼을 이르는 말을 오월지쟁(吳越之爭)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