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민박 - 김 수 복
옥탑방으로 이사온 후 며칠 동안 밖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빗소리가 가슴을 두드리고 가끔 새들이 먼 소식을 던져놓고 건너갑니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길은 너무 멀고 계단은 하늘 가까이로만 뻗어 있습니다. 며칠 쉬다 보면, 능소화도 몇 송이 질 것이고 구름 속의 폐렴도 화염을 식히며 지나갈 것이고 멀리 서 있는 상처의 노을도 서산을 넘어 갈 것입니다.
모두 돌려서 내려보내고 홀로 맨발을 씻고 문을 닫고 몇 층의 슬픔을 오르내리며 개울 물소리도 듣고 나뭇잎 스치는 소리도,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도, 쫓기던 소나기 발자국도 듣고 한 며칠 쉬고 싶었습니다.
을지로 5가 방산 시장 골목 안 은하장 여관 옥탑방에서 보낸 그 해 겨울의 빈 의자와 쓸쓸한 전화 몇 통, 밖으로 나돌 수 없었던 침묵 속의 미로들, 출구를 봉쇄당한 슬픔, 자꾸만 내려가고 싶었던 뜨거운 계단, 돌을 던지고 싶었던, 그러나 가 닿지 않았던 막막한 공중, 창문을 열 수도 없었던, 아니 창문이 없었던, 그림자도 지우고 숨어 있었던, 아니 뜨거운 그림자를 가슴에 품고 거리를 뛰었던,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라고만 말했던, 그러나, 밤마다 은하수 흐르는 옥상에서 하늘을 우러러 보았던, 은하장 여관 옥탑방.
옥탑방으로 이사온 후 며칠 동안 앓았습니다. 빗소리가 가슴을 두드리고 지나가고 새들이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먼 소식을 던져놓고 하늘을 건너갑니다. 밖에는 갓 피어난 능소화들이 낡은 계단을 타고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