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밀양사람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소설. 수필. 고전 스크랩 언덕 위에 썬크루즈 / 이시은
풀꽃 추천 0 조회 80 17.03.17 21:41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언덕 위에 썬크루즈

 

                                                                                       이시은

 

정동진 바닷가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썬쿠르즈 호텔이다.

 

정동진은 조그마한 바닷가 간이역에 불과한 곳 이었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지상파 방송인 서울방송에서 1995년 1월 9이부터 1995년 2월 16일까지 SBS 광복 5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영되었던 24부작 드라마이다. 수도권방송 이었던 SBS가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7개의 지역 방송국을 개국하는데 영향을 미친 대단한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기위해 길거리에 사람들이 줄어들어 ‘모래시계’가 귀가시계라고 불려졌을 정도다.

 

이후 여행사들은 드라마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면에 나오는 정동진역과 바닷가를 상품화하기 시작하여, 동해 관광 코스로 열차가 운영되기도 했다. 이곳이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은 최초의 지역이 아닌가 한다. 그 유명세에 이끌려 정동진 바닷가를 들렸던 때는 조용한 바닷가 조그마한 간이역이 해변에 접해 있었고, 드라마를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모래사장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후 다시 문학행사에 가던 중 들렸던 정동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것이 절벽위에 서 있는 선크루즈 였다. 그토록 큰 배가 절벽위에 올라 있지 않은가. 너무나 신기했다. 궁금증이 일었지만 일행들과 동승을 했기에 궁금증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의 느낌 때문 이었는지 수차례 썬크루즈호텔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썬크르즈호텔을 바라보면 대단한 지각변동으로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깍아지른 절벽 위에 걸쳐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바다로 미끌어져 들어가 항해를 할 것 만 같다. 내부에 들어서면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큰 배를 어떻게 가져다 놓을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폐선을 분해하여 조립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조선소에서 만들어 육상의 썬크루즈를 건축한 것이다.

 

이러한 특별성이 있어 미국 CNN방송국이 ‘당신이 실제하리라 믿지 못하는 호텔’을 소개하면서 세계12개의 기묘한 호텔 선정에 여섯 번째로 소개를 했다. “항해를 꿈꾸지만 배멀미를 걱정하는가? 그렇다면 한국의 썬크루즈호텔이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개성과 특성을 중시하는 데는 건축도 마찬가지 이다. 이토록 독특한 구상이 세계 12대 특별한 호텔로 선정 될 수 있는 안목인 것이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즐겨 찾는 곳이 전망대와 원형 찻집이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면 동해의 푸른 물결 위를 항해하는 듯 한 착각이 인다. 정동진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다정하게 보이고, 금방이라도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나타날 것 같다.

 

언제 바라보아도 망망한 바다 검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동해 바다다. 바다를 바라보는 해돋이 공원의 정원수들은 남국의 어느 휴양지에 머무르고 있는 듯 이국적 풍경이고, 조각공원의 장승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듯하다. 풀장과 전용 해수욕장은 투숙객들이 여가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넓은 면적의 공원은 이국적 풍경과 토속적 냄새를 담아내고, 호텔을 들어서는 입구는 서구의 궁전 정원을 거니는 느낌을 준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동남아를 거쳐 유럽을 항해하는 느낌이라 언덕위에 선크루즈는 기발한 아이디어 임을 실감하게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최 상부에 자리한 원형 찻집이다. 주변이 유리창을 통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차를 마시는 동안 조금씩 시계처럼 돌아가 자리를 옮기지 않고도 다른 방향을 볼 수가 있어 몇 갑절의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미동으로 움직이는 느낌은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는 듯하다.

 

조각 공원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가 서서히 자리를 옮겨가며 다른 풍경을 안겨다 주어 호텔의 사방을 관망 할 수 있다. 한 시간에 한 바퀴를 도는 찻집에서 맞는 해돋이와 해넘이는 그저 말을 잊은 채 묵묵히 경관을 응시하게 한다. 붉게 바다를 달구고 떠오르는 해돋이도 아름답지만, 으스름 속에 얼굴을 드러내는 보름달은 유리창의 각에 따라 여러 개의 달이 되어 따라온다.

 

찻잔을 앞에 놓고 바다를 딛고 들어서는 달빛을 맞이하는 풍광은 얼마나 아름답고 그리운 시간으로 기억될까. 이런 시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낭만에 젖어들 것이다.

 

모래해변을 낀 조그마한 간이역이 동해를 대표하는 관광코스 중 하나가 되고, 이토록 특별한 호텔이 들어 설 수 있게 된 것도 모래시계 드라마의 영향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큰 인물이 나면 그 그늘이 깊듯이, 크게 성공을 거둔 일에는 그 만큼 파급효과도 크다. 더 좋은 드라마가 제작되어 한류열풍이 더해가고, 썬크루즈호텔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다음검색
댓글
  • 17.03.17 22:17

    첫댓글 지난해 우리부부가 여행중 일박하면서 어떻게 배를 끌어 올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답주셨어 고맙습니다.

  • 작성자 17.03.18 10:08

    저도 그 점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 17.03.18 06:55

    함 가보면 좋을것 같내요...ㅋ

  • 작성자 17.03.18 10:09

    가 볼 만 한 곳입니다.

  • 17.03.20 15:24

    상세한 소개 고맙습니다()

  • 작성자 17.03.24 08:13

    감사합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