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과 경험비판/이지아-
아침과 내일 아침은 공통점이 있다. 당신은 이게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무슨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깃털 하나를 떨어뜨렸
다. 오리나 거위의 것으로 생각했는데 집으로 가져와 자세히 보니 쇠백로의 것
이었다. 나는 깃털에 사인펜을 끼워 창문에 날개를 그려보다가 이 글을 쓰기로
하였다. 하지만 쇠백로는 이미 천 년 전에 사라진 조류였다. 신기한 일은 아니었
다. 내가 당신에게 오늘 해줄 이야기는 이 깃털의 나이보다 더 길 것이다.
추운 겨울이었고 비나 눈이 올 것 같았다. 날씨가 사람을 혼란시켰다. 날씨가
사람들을 깨울 수는 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움직이기 때문이다. 날
씨는 중요했다. 다시 말한다. 날씨가 추워서 나무도 춥고 나무가 춥다고 생각하
는 우리가 죄를 짓는 느낌이 아니었으면 한다. 밝혀둔다. 우리는 밖에 있었다.
자판기와 가판대 가까이 가보도록 하자. 자판기는 부서져 있었다. 누군가 자판
기 유리를 깼다. 안에 들어있던 캔들이 우르르 떨어져 있었다. 그중 캔 하나에
피가 범벅이었다. 머리가 깨진 사람이 죽어 있었다. 시체는 얼어서 한 번 더 죽
은 것 같았다. 바로 옆에는 비상등이 켜진 택시가세워져 있었다. 죽은 사람은 택
시 기사이거나 손님일 것이다. 추리해보자. 택시를 같이 타고 가다가 멈추고 죽
인 것이다. 아마 흔들렸을 것이다. 아무 양해도 없이. 이것을 증오나 분노라는
말로 채우고 싶진 않았다. 어떤 경험이었다. 캔과 새로운 경험 비판 이야기. 가
판대가 보였다. 가판대는 따뜻한 홍차 캔을 팔았다. 돈을 계산하는 팔뚝이 보였
다. 팔뚝의 움직임은 운동 같았다. 경쾌하고 빨리 움직였다. 아마 내가 보고 있
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경찰차와 시민들이 모여 들었고 사건이 종결되
는 동안 가판대는 괜히 으쓱해졌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가판대 근처에 모여든 새들은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명이 있
는 것들이 무엇을 알아가면서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눈빛들이 두려웠다. 그
리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두려운 것에 눈치를 보며 지낼 것을 생각하니 깜깜했다.
마치 물건이 살아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런 것을 생각하자니 껌과 휴
지와 빵들이 가여웠다. 가엽다고 생각한 날, 나는 가판대 안에 들어있었다. 배가
많이 아팠고 손님들이 몰려왔다. 참을 수 없었고 도로를 넘어 뛰어가도 해결할
수 없는 거리와 시간이었다. 어떤 이가 내가 들여온 물건 중에서 제일 비싼 생과
일 음료를 달라고 했다. 나의 하체는 가판대 안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어떤 이는
내 인체의 소리와 냄새와 상황을 알아챘다. 어떤 이는 잔돈을 받아들고 비닐봉지
를 들고 갔다. 코를 막고 걸어가는 게 옆 구멍으로 보였다. 어떤 이의 몸에서 오리
깃털이 하나 떨어졌다. 나는 그날 밤, 새벽까지 가판대 안에 있었다. 어떤 이는 취
해 가판대 근처로 다시 돌아왔다. 발로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서 나와라. 나와.
못 나오지?” 어떤 이는 비틀거리면서 가판대 벽에 오줌을 갈겼다. 날씨는 복합적
이고 우리는 공통점이 생기고 우리는 결합된 것 같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라이
터 불을 내 옷에 발랐다. 가판대는 폭발했다.
다시 겨울이 왔고 사람들이 줄지어 태어나고 우주는 신비로웠다. 당신들이 살고
내가 죽었던 시대가 끝났으니까. 이제부터는 당신들이 죽고 내가 오래 살았으면
했다. 나는 다른 것을 알고 있다. 목이 마른 것과 갈증이 나는 것과 목이 타들어 가
는 것에는 공통점이 없다. 새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새들과 가판대는 아무
공통점이 없었으므로 가판대는 신문 진열대를 없애버렸다. 새로운 자판기가 들어
오고 사람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살아갔다. 출근하거나 퇴근하면서 목적 없이 떠나
거나 되돌아올 때, 그들은 자판기 불빛 앞에서 신비로웠다.
나는 신비로운 것을 알고 싶어하는 물질로 다시 태어났다. 해가 지워지는 호수
를 보면서. 그리고 가판대 안에 철로 만든 팔을 넣어주고 떠났다. 나의 가판대와
자판기를 지켜주던 팔이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올 때 가끔,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램프를 들고 와인을 고르러 갔다. 차갑던 캔들은 죽어서 유리병이 되고자 했다.
서로의 안을 보고 싶었으므로. 역사나 감정을 보여도 괜찮은 마지막 밤이었다.
와인병에 원산지가 적혀 있었다. 스페인 체코의 포도 축제를. 무겁고 떫은 맛을
아는 나라. 가볍고 달콤한 잔에. 새들은 여유 있게 나라를 고르면서 살고 싶었다.
와인병들은 날개를 버린 새처럼 우아했고, 사람의 글을 읽지 않았고, 그것은 자
신감 없는 물질이었으며, 언어들이 무엇인가를 끌고 갈 거라는 오해에서 비롯되
었다. 어쩌면 알코올은 우리가 살지 않을 시간을 앞서가고 있는 듯. 1809년이나
1964년도나 2500년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패킹과 검역 없는 금속
들의 행진. 후회했을 때 소화전은 멀리 있었고, 사용방법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각자 다른 지점에 있었다.
-詩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 201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