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관으로 유명한 봉평. 작고 앙증스런 메밀꽃이 필 때면 몇 차례 가 본적이 있는 곳이다. 그래도 느낌은 매번 달랐다. 봉평면을 접어들자 메밀의 고장임을 절감했다. 여기 저기 메밀 음식과 연관된 식당들이 즐비했다. 이곳에서 메밀음식 전문점 미가연(味家宴)을 운영하고 있는 오봉순(47)대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넘쳐난다. 메밀 요리에 관해서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다.
"제가 메밀에 미치니까 이 일을 합니다. 제 분야 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메밀 음식을 제가 좋아하고 미쳐야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의 이런 신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쉽게 알수 있다. 경남 밀양에서 식당업을 했던 그가 오뚜기처럼 일어서기를 세 번. 그러다 바람을 쐬러 봉평을 잠시 들른 것이 17년째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그는 각종 장사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가다듬었다.
"초기에는 태기산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부침개 장사를 비롯 길가 옥수수 장사, 포장마차 우동장사, 장아찌와 어울린 나물 비빕밥집에 이어 지역에서 꽤 유명한 고깃집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일본에서 온 손님이 메밀로 장사를 하면 전 세계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에 업종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메밀로 승부수를 띄웠다. 무농약 재배 곡물인 국산 쓴메밀 싹으로 각종 요리를 만든 것이다. 메밀싹 요리를 개발한 만큼 이 분야에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음식 프로그램에 거의 다 얼굴을 내밀었다.
"음식사업을 25년 정도 하다 보니 메밀만한 요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로지 메밀 요리 개발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주 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오직 국산 쓴메밀입니다. 오래 전부터 고혈압, 당뇨등에 좋다고 알려진 곡물인 쓴메밀은 영양가가 많고 일반 메밀보다 루틴(비타민P)이 70배 이상 함유되어 있거든요."
그의 말을 듣다 건물 한쪽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 눈길이 간다. 면발같이 가는 글씨체로 쓰여진 메뉴판에는 메밀싹 육회와 메밀 물막국수, 메밀 비빔막국수, 메밀싹 묵무침, 메밀 묵사발, 메밀 전병, 메밀싹 나물 비빔밥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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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 묵사발 |
| 그는 잠시 후 직원에게 그의 손길이 배어든 메밀과 관련된 요리들을 한상 가득 차리게 했다. 완전 메밀 잔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모양새를 띈 요리일지라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먼저 메밀 물 막국수를 권했다. 육수에 대해 느껴 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육수가 음식 맛을 좌우한다는 점도 밝혔다.
"손님들이 육수에 호감을 가집니다. 일반적인 육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가 만드는 육수에는 아카시아 꿀과 배 등이 들어 갑니다. 원액은 3일 정도 숙성을 시켜야 만들어집니다. 제대로 된 육수를 위해 여기에 매달려야 합니다. 단가를 계산하다보면 이런 육수를 만들 수 없습니다. 마니아들이 메밀 물 막국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게 아니겠어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메밀 물막국수를 들자 담담하면서도 향기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노란색을 띤 면발은 부드러웠다. 이어 메밀 전병과 메밀싹 묵무침을 맛 보았다. 배추, 두부, 파, 양파, 청양고추가 들어간 메밀 전병은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가 직접 메밀을 갈아 만든 메밀싹 묵무침은 부드러웠다.
"제가 만드는 요리는 공식이 없습니다. 맛깔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요리들은 전부 제 손을 거쳐 나가지만 먹는 방법도 가르쳐 줘야 요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손님들의 눈 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면 거의 음식에 만족감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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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 전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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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위에는 아직까지 차례를 기다리는 음식들이 많았다. 국내산 대관령 한우를 쓴 메밀싹 육회, 몇 가지 나물로 음양을 맞춘 메밀싹 나물 비빔밥,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김치로 맛을 낸 메밀 묵사발은 물론 산마늘, 토마토, 콩잎, 무장아찌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가 이처럼 많은 메뉴를 개발 한 것은 그 만의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식쪽에는 문리가 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관한 질문은 답을 잘 하는 편입니다. 집에 가면 다른 책은 안 보아도 요리책은 꼭 봅니다. 음식을 통해 손님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손님들이 저의 이런 마음을 아는 것 같아요. 지역민들이 우리집을 많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싶은 그의 배려를 알기 때문이다. 그는 노부모를 모시고 오는 손님들이나 장애인들에게도 한결같이 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메밀 요리나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여기에는 몇 년전 열반한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편 신현구(55)씨는 그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 메밀싹 육회
"아내의 메밀 음식 솜씨는 누가 뭐래도 최고입니다.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즐거워집니다. 아내에게 무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음식점을 하면서도 식당 인근에 있는 단칸방에서 시어머니를 10여년 모셨거든요. 아내는 그동안 음식점을 통해 얻어진 이익금 중 일부를 지역 어르신들과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그런데도 베풀었다는 마음이 없습니다. 메밀 음식 박물관을 염원하고 있는 아내를 돕고 싶습니다."
아내의 자랑을 틈틈이 하던 남편이 다른 일 관계로 밖으로 나가자 오 대표 역시 밭에 일이 있다며 덩달아 일어섰다. 그러면서 남긴 한 마디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봉평 막국수 뽕순이를 좀 보러 오세요. 제가 식사 한 끼 내겠습니다." 음식점 문을 열고 씩씩하게 나서는 그의 뒷 모습이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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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먹고싶당....................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야 보았네요. 그렇잔아도 그동안 많은 문학관을 돌아 다니면서도 정작 이효석 문학관은
방문하질 못했습니다.
내년 메밀꽃이 필 무렵엔 꼭 한번 다녀와야 할것 같네요. ^^
미가연에 들은적이 있는데..., 참맛있었어요.
메밀싹과 관련된 새로운 메뉴를 계속 발전 시키고 있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