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感遇)
감우사수지일(感遇四首之一) ㅡ장구령
孤鴻海上來(고홍해상내)
池潢不敢顧(지황부감고)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矯矯珍木巓(교교진목전)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高明逼神惡(고명핍신악)
今我游冥冥(금아유명명)
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
외로운 큰 기러기 바다에서 날아와
작은 못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옆을 보니 한 쌍의 푸른 새가
삼주수에 둥지를 틀었구나.
높고 높은 진귀한 나무 꼭대기에 깃들고 있으면
턴환 맞을 두려움이 없겠는가?
아름다운 옷은 남의 질투를 받고
높은 명성은 귀신도 미워한다네.
지금 나는 드넓은 하늘에서 노닐고 있나니
주살을 가진 자들이 어찌 나를 잡겠소.
✔張九齡(678~740): 字는 子壽, 山東省 曲江人으로, 開元 연간에 명재상으로 칭송을 받았다.
✔孤鴻[고안] : ‘鴻(홍)’은 큰 기러기이며 ‘雁(안)’
보다는 크다.
✔池潢 : 저수지이다. 池塘[지당: 못, 웅덩이]을 가리킨다. 물이 괴어있는 작은 못.
✔雙翠鳥[쌍취조] : 일명 對翠鳥(대취조)라고도 한다.
翠鳥: 물총새로서 일명 魚狗라고도 하는데, 물고기를 잘 잡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등에 파란빛의 깃털이 있다. 《異物志》에, “翠鳥는 모습이 제비와 같은데, 붉은색이고 수컷인 것을 ‘翡(비)’라 하고, 푸른색이고 암컷인 것을 ‘翠(취)’라고 한다. 여기서는 李林甫(이임보)와 牛仙客(우선객)을 지칭한다.
✔三珠樹: 고대 신화에 나오는 나무이다.
《山海經》에 “삼주수는 염화국 북쪽에 있는데, 赤水 가에서 자란다. 나무의 모습이 측백나무와 같은데 잎사귀는 모두 구슬이다.
✔矯矯: 높아서 위태로운 모습이다.
✔金丸: 새를 잡는 탄환이다.
✔美服患人指 高明逼神惡: 사치하고 교만하면 벌을 받는다는 비유이다. 중국의 속담에, “천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병이 없이도 죽으며, 현귀한 집안은 귀신이 그 집을 엿본다.”라는 말이 있다.
美服(미복)은 물총새의 아름다운 깃털 빛을 高明은 호화스러운 집이 높고 밝은 것을 비유하고 있다.
✔弋者何所慕 : 弋者(익자)는 주살을 가진 사람으로, 여기서는 자신을 노리는 사람을 뜻한다. 揚雄의
《法言》에, “큰 기러기 아득한 하늘을 나니, 주살을 가진 자들이 어찌 잡을 수 있으리오.[鴻飛冥冥 弋人何簒焉]”라고 하였다.
✔慕[모]: 一作 篡(찬)은 탈취한다는 뜻이다.
➡이 시는 장구령의 시로서 모두 10句인데 隔句(격구: 한 句씩 건너서) 用韻(용운: 韻을 사용)
하였고, 全詩(전시: 전체의 시)가 物(물: 풍경)을
읊으면서 비유하는 手法으로 쓰여졌다.
당시 장구령은 李林甫(이임보)와 牛仙客(우선객)과의 알력으로 이미 재상직에서 파면되었으나 이임보와 우선객은 조정에 있었다.
그러므로 詩중에 ‘孤鴻(고안: 외로운 기러기)’으로 자신을 비유하고, ‘雙翠鳥(쌍비취: 비취새 한 쌍)’를 위 두 사람에 비유하여 강력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翠鳥(취조)가 연못가의 珍木(진목: 진기한 나무)
위에다 둥지를 쳤다고 해서 총알을 겁내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못하나, 기러기는 창공에 날아 도리어 소요
자적하며 인간세상의 시비득실을 잊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美服患人指 高明逼神惡 (미복환인지 고명핍신오)>
의 句로서 小人(소인: 소인배)이 高位(고위)에 있음을 풍자하여 또한 어찌 能히 오래 가겠느냐고 한 것이다.
➡바다로부터 날아온 외로운 기러기는 저수지 따위
는 돌아보지 않는데, 옆을 보니 화려한 깃털을 지닌 물총새 한 쌍이 진기한 나무인 삼주수 위에 둥지를 틀었다. 그들은 높은 珍木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지만, 새를 잡으려는 탄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려하게 옷을 입은 부귀한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높은 지위를 차지한 권세가들은 귀신이 증오하여 해를 입을까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지금 나는 한 마리 외로운 기러기처럼 광막한 하늘 위에서 노닐고 있으니, 나를 노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빌미로 삼아 나를 해칠 수 있겠는가.
➡장구령의 〈감우〉는 총 12수이다.
蘅塘退士가 2수만을 선정하여 실었는데, 章燮이 注疏本에서 2수를 추가하여 4수를 실었다.
<感遇>는 과거에 겪은 일에 대한 감회를 시로 쓴다는 뜻이다. 장구령은 재상직에 있다가 權臣 李林甫ㆍ牛仙客과의 알력으로 인하여 荊州刺史로 추방되었는데, 이 시는 재상에서 파직된 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장구령은 자신을 한 마리의 기러기에 비유하고,
그와 상반되는 존재로서 물총새를 대비시켰다. 화려한 색채의 깃털을 자랑하며 ‘삼주수’와 ‘진목’ 같은 진기한 나무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물총새는 부귀와 권세를 지닌 자들을 상징하며,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누리던 부귀와 권세로 인하여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광대한 바다로부터 날아와 아득한 하늘을 나는 기러기는 혼탁한 政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움과 고고한 정신세계를 상징한다.
➡[集評] 曲江之感遇出于騷 射洪之感遇出于莊 纏綿超曠 各有獨至 ㅡ淸 劉熙載의 《藝槪》 卷2
: 曲江(張九齡)의 <감우>는「離騷」에서 나왔고,
射洪(陳子昻)의 <감우>는「莊子」에서 나왔는데,
曲盡함과 超曠함은 각기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射洪: 四川省에 속한 縣 이름으로, 陳子昻이 살던 곳이다.
감우사수지일(感遇四首之一)
孤鴻海上來(고홍해상내)
池潢不敢顧(지황부감고)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矯矯珍木巓(교교진목전)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高明逼神惡(고명핍신악)
今我游冥冥(금아유명명)
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
감우사수지이(感遇四首之二)
蘭葉春葳蕤(난엽춘위유)
桂華秋皎潔(계화추교결)
欣欣此生意(흔흔차생의)
自爾爲佳節(자이위가절)
誰知林棲者(수지림서자)
聞風坐相悅(문풍좌상열)
草木有本心(초목유본심)
何求美人折(하구미인절)
난초잎은 봄에 무성하고,
계수나무 꽃은 가을에 교결하구나.
흡족하도다. 저마다의 삶이니,
저절로 좋은 시절이 되는구나!
누가 알아주랴! 숲 속에 사는 자의 삶을,
바람 소리 들으며 모여 앉아 즐긴다오.
초목에도 본 마음 있거늘,
어찌, 꼭 미인에게만 꺾이려하리?
감우사수지삼(感遇四首之三)
幽人歸獨臥(유인귀독와)
滯慮洗孤淸(체려세고청)
持此謝高鳥(지차사고조)
因之傳遠情(인지전원정)
日夕懷空意(일석회공의)
人誰感至精(인수감지정)
飛沈理自隔(비심리자격)
何所慰吾誠(하소위오성)
숨어 사는 이, 돌아와 홀로 누우니
고요한 마음지키어 외로운 마음 다 씻었네.
이러함 지킴은 높이 나는 새의 덕택,
그리하여 멀리 사는 분, 긔는 내 마음 전하네.
밤낮 공연한 생각
누가 나의 지성을 알아줄까?
나는 것과 오르는 것이 논리가 서로 다른데,
내 충심을 위로할 자, 그 누구일까?
감우사수지사(感遇四首之四)
江南有丹橘(강남유단귤)
經冬猶綠林(경동유녹림)
豈伊地氣暖(개이지기난)
自有歲寒心(자유세한심)
可以荐嘉客(가이천가객)
奈何阻重深(나하조중심)
運命惟所遇(운명유소우)
循環不可尋(순환부가심)
徒言樹桃李(도언수도리)
此木豈無陰(차목개무음)
강남에 단귤나무
겨울이 지나도 푸른 숲이네.
어찌, 그 땅의 기운이 따뜻함이리오!
스스로 추위 이기는 마음이 있어서지.
반가운 손님 돗자리 되어야지,
어찌하여 장애가 그리도 깊은가!
운명이란, 우연히 만나는 것.
돌고 돌아 억지로 찾지는 못하리.
부질없이, 복숭아와 오얏만 심어라 하지 말라!
이 나무엔들 어찌, 쉴만한 그늘이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