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씀바귀를 먹고 아들이 장원급제하다 옛날 경상도 어느 고을에 한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그 고을에 서당을 설립하여 학생들을 가르쳤다. 어느 해에 동료들과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그 고을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중에 한 가지 사건이 생겼다. 배에 탄 일행 중에 한 사람이 볼 일이 있어서 배가 고향으로 오는 도중에 있는 작은 나루에 정박하였다. 선비가 뭍에 내려서 강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한 여인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선비가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 보았더니 한 부인이 앉아서 울고 있었다.
선비는 울고 있는 부인이 측은지심( 惻隱之心)이 들어 부인한테 물었다. “부인께서는 어찌하여 그렇게 슬피 울고 있습니까?” 부인이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제 남편이 관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실수로 정부의 돈 은화(銀貨) 13냥(兩)을 결손(缺損)시켰습니다. 며칠 안에 현령한테 13냥을 갚지 않으면 제 남편이 저를 종으로 팔아서 빚을 갚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한테 젖먹이 아들이 있는데 제가 종으로 팔려 가면 제 아들은 젖을 먹지 못해서 굶어죽을 것입니다. 선생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부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계속 통곡하며 울기 시작하였다. 선비가 부인을 측은하게 여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와 같이 한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 동료들인데 모두 서당의 훈장입니다. 한 사람이 한 냥씩만 기부하여 부인을 도와드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부인께서는 눈물을 거두시지요.”
선비는 말을 마치고 곧 배로 돌아와서 배에 타고 있는 동료들한테 부인의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여러 사람이 한 냥씩 내서 부인을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으나 한 사람도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선비는 자기가 2년 동안 모아서 갖고 있던 13냥을 모두 털어서 부인에게 주었다. 은화 13냥은 적은 것이 아니다. 부인의 한 가족을 모두 구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입에서 침이 마르도록 선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데 배가 고향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선비가 갖고 있던 식량이 바닥이 나 버렸다. 그러나 선비는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배에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비를 책망(責望)했다. “자기 분수에 맞게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소? 누가 당신을 먹을 양식도 살 돈이 없는 사람인 줄 알겠습니까? 갖고 있던 모든 돈을 털어서 남을 도와 준 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입니다.”
선비는 어쩔 수가 없어서 배 안에서 인정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밥을 얻어먹었다. 그것도 겨우 허기만 면할 수 있을 뿐이고 한 번도 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선비는 밥을 얻어먹을 수도 없어서 이틀을 꼬박 굶어야 했다. 마침내 고향 마을에 배가 도착하자 선비는 집으로 달려가서 부인에게 밥을 달라고 재촉했다. “부인! 내가 지금 무척 배가 고프니 빨리 밥을 좀 지어 주시오.” 그 말을 듣고 부인이 대답했다.
“집 안에 쌀이 한 톨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옆집에 가서 쌀을 좀 꾸어 오면 되지 않겠소?” “집에 쌀이 떨어진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저는 옆집에서 여러 반 쌀을 꾸어다가 먹고 지금까지 살았어요. 그리고 옆집 사람들에게 당신이 돌아오기만 하면 꾸어 주었던 쌀을 즉시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집에 돌아왔는데 어떻게 또 옆집에 가서 쌀을 꾸어 온단 말이오.” 선비는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일어났던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에게 들려주었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나서 말했다. “형편이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러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신 것은 잘 하신 것입니다. 뒷산에 가면 제가 평소에 배고플 때 먹던 나물이 많이 있는데 그것을 캐서 갖고 와서 삶아서 같이 먹읍시다.”
부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대바구니를 옆에 끼고 산으로 올라가서 씀바귀를 한 바구니 뜯어 왔다. 부인은 씀바귀를 푹 삶아서 남편에게 한 사발을 주고 자기도 배부르게 먹었다. 그 뒤부터 선비 부부는 날마다 뒷산에 올라가서 씀바귀를 캐서 갖고 내려와서 삶아서 먹기도 하고 죽을 끓여서 먹기도 하고 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했다. 식량을 구하는데 쓸 돈을 처음 본 사람을 도와주는데 쓴 대가로 선비 부부는 몇 달 동안을 쓰디쓴 씀바귀만을 먹고 살아야 했다. 그런 어느 날 밤에 그날도 선비 부부가 씀바귀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잠을 자고 있는데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수염을 길게 기르고 도포를 입은 한 선인(仙人)이 나타나서 말했다. “그대들 두 사람이 훌륭한 덕을 쌓고 가장 좋은 약초인 씀바귀를 삶아서 먹었으므로 그대들은 장차 큰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 밤 잉태한 아이가 내년에 태어 날 것인데 그 아이가 자라서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여 세상을 밝게 할 큰 인물이 될 것이니라!”
과연 그 다음 해 선비의 부인은 아들을 낳았고 아들은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다. 아들은 자라서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나라를 빛낸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말이다. 이 말보다 더 훌륭한 이치를 담고 있는 말을 찾기 어렵다. 사람이 하는 행동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먹는 음식에서도 그렇다. 쓴 것을 먹으면 길하고 좋은 일이 생기고 단 것이나 기름진 것을 먹으면 흉하고 재수 없는 일만 생긴다. 씀바귀는 사람들이 흔히 먹는 음식 중에서 맛이 가장 쓴 것이다. 쓴 것을 먹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씀바귀를 먹으면 제일 먼저 뇌에 산소와 미네랄을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되어 머리가 좋아진다. 그 다음에는 몸속에 있는 모든 염증이 없어진다. 위염, 장염, 위궤양, 췌장염, 간염 등 염증이 사라지고 새살이 빨리 돋아나온다. 씀바귀는 가장 훌륭한 암 치료약이기도하다. 나는 지금까지 씀바귀탕으로 수많은 염증 환자들과 암환자들을 치료했는데 많은 사람들한테서 좋은 효과가 있었다. 특히 위암,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 자궁암 등 소화기관의 암과 여성들의 생식기관과 관련된 암에 효과가 좋다. 씀바귀를 먹으면 재수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씀바귀는 모든 나물 중에서 가장 명예로운 이름이 붙은 나물이다. 우리 옛 사랑방에서 거처하는 선비들은 씀바귀를 사나귀채(舍那貴菜)라고 불렀다. 사랑방 사(舍)에 어찌 나(那) 귀할 귀(貴) 나물 채(菜)이다. 사랑방에서 어찌 이토록 귀한 채소인가? 하는 뜻이다. 안댁에서 사는 부인들은 씀바귀를 댁나귀채(宅那貴菜)라고 불렀다. 안댁 댁(宅)에 어찌 나(那) 귀할 귀(貴) 나물 채(菜)다. 안댁에서도 어찌 이토록 귀한 채소인가? 하는 뜻이다. 씀바귀는 남자들한테는 전립선염, 양기부족 등에 좋은 효과가 있고 여자들한테는 생리통, 생리불순, 냉증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씀바귀의 효과가 이러하니 씀바귀를 먹고 자식을 낳으면 똑똑한 자식을 낳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씀바귀는 남자 여자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들한테 좋은 채소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아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교훈이 담긴 이야기다. 나도 오늘 해거름에 씀바귀나 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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