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日 “수출규제 해제” 韓 “WTO 제소 철회”
[한일 정상회담] 한일 갈등 3년8개월만에 봉합
NSC 차원 경제안보대화 출범… 반도체 소재 3개품목 공급망 복원
‘수출 우대국 배제’ 원상회복은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2019년 종료 파동을 겪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완전히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적용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우리 정부는 대일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중단 등 안보와 경제에 걸쳐 복합적으로 꼬여 있던 양국 관계가 3년 8개월 만에 정상화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 尹, 기시다에 “지소미아 정상화 법적 절차 종료”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징용) 해법 발표로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고 발전한다면 양국이 안보 위기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양국 간 사전 논의가 되지 않았던 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밟겠다”고 발언했고, 책상을 보던 기시다 총리는 놀란 듯 고개를 든 뒤 끄덕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지소미아 정상화는 2019년 종료 파동 이후 현재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인 지소미아의 ‘조건부’ 딱지를 떼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정보 등 2급 기밀 이하의 양국 군사정보들은 지소미아를 통해 현재도 공유되고 있으나 협정의 법적 지위가 불완전한 상태다.
양 정상은 이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 한미일, 한일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북한 핵·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언급한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윤 대통령은 또 한일 정부가 안보, 경제, 인적 교류, 첨단과학, 금융외환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포함해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소통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한일 간 최고위급 경제안보협의체가 꾸려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중단됐던 한일 안전보장 대화, 차관 전략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 고위급 한중일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의 필요성에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 日 ‘화이트리스트’ 원상복구는 아직
한일 양국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조치와 우리 정부의 WTO 제소 취하를 각국의 제도 변경 등을 거쳐 늦어도 이달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수출 규제가 해제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3개 품목을 수출할 때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간단해지고, 일본 정부의 허가 기간도 단축된다. 한국 기업으로선 3개 품목 수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수출 규제 해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신뢰 구축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며 “한일 경제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양국 공조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조치에 대해선 일단 양국이 조속히 원상회복되도록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신규진 기자,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