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2019년에 3.1절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봉한 영화인데 오늘 3.1절날 TV 에서 104주년 특집 으로 영화편성하여 시청한 소감 입니다, 배우 고아성이 유관순 열사 역을 맡았는데, 역시나 연기를 잘해서 보는 나도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는 3.1 운동 이후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본 독립운동 관련 영화들은 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유관순 열사와 8호실 여성들이 주인공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근현대사 시간에 일제 강점기에 대하여 배울 때 남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웠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 있는 삽화도 안창호, 안중근, 김구, 이봉창, 윤봉길 등 거진 다 남성 독립운동가들 뿐이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기억 나는 건 유관순 열사의 사진 정도. 언젠가 내가 모르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생소한 이름을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이런 분들도 계셨구나, 그런데 왜 나는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성들 또한 남성 못지 않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열심히 독립운동을 했는데 왜 똑같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똑같이 독립운동을 했으나 후손들에게 이름 하나 전해지지 못한 그 분들의 희생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18살 어린 나이에도 일본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았던 유관순 열사의 결의가 너무나 대단하다. 유관순 열사보다 세상을 많이 겪어본 나는 모진 고문과 탄압에 굴하지 않고 멀어져가는 독립을 두 손으로 꼭 붙잡을 수 있을까. 과연. 분명 유관순 열사도 어쩌면 두려웠을 것이고, 후회도 했을 것이고,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편하게 지내는 삶을 한번쯤 상상해봤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숨이 다하는 날까지 결코 굽히지 않은 유관순 열사의 뻣뻣함을 보며 고결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 하고, 성적으로 가혹한 행위를 당해야 하고, 함께 독립운동의 전선에 나가 싸우고 싶어도 만약 내가 남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조 섞인 말을 하며 애써 불공평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시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하고 기구했다. 다방에서 차를 따르던 옥이는 친한 언니의 태극기를 든 손이 일본 순사에게 잘리는 것을 보고 만세를 부르짖었다. 기생 향화는 돈을 벌기 위해서 온갖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지만 그래도 일본 놈들에게는 술을 절대 따르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사람 취급 받지 못해도 나라가 뺏기는 것은 막아보고자 만세를 부르짖은 향화. 옥이와 향화는 시간을 다시 돌려서 그 순간으로 돌아간대도 여전히 만세를 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옥이와 향화를 천하다는 이유로 손가락질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옥이와 향화 같은 사람들이 독립운동가가 될 수 없다면 대체 누가 독립운동가인 것인가? 독립운동가도 자격이 있어야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다른 여성들은 특사로 먼저 석방되고 홀로 감옥에 남은 유관순 열사. 이미 모진 고문으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보며 유관순 열사가 8호실 동기들과, 면회 온 오빠와 향화랑 출소 이후 미래를 이야기하던 장면이 떠올라 너무 가슴 아프고 슬펐다. 그 순간만큼은 해맑은 10대 소녀였던 유관순 열사. 출소하면 오빠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싶고, 부모님의 기일에 부모님의 묘를 찾아뵐 것이라고 미래를 그리던 소녀 유관순은 그렇게 출소 2일 전 감옥에서 순국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또한 감옥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컬러로, 감옥 안의 일들은 흑백 화면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묘사 때문인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더욱 비극적이고, 삭막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그 분들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음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온당한 대우를 해 주길 바란다. 언젠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현재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앞잡이로서 떵떵거리며 살던 친일파는 해방 이후에도 떵떵거리며 살지만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했던 독립운동가들은 오히려 나라로부터 외면받은 듯한 모순된 현실. 이러한 모순을 보고 과연 앞으로 누가 그들처럼 발벗고 나서서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가끔은 친일파 청산도 제대로 못한 나라가 과연 국민들에게 '애국'을 강요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변절하는 행위를 절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시길바란다, 3.1절에 꼭 봐야 할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고 나니 역시나 감정 소모가 커서 두 번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부디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늘 잊지 않겠습니다.
|
첫댓글 저도오늘이영화를
보았습니다
글을 잘쓰셨네요
다시 영화가 생각나는데
흑백으로 만들고
주인공의 연기도 매우 휼륭했네요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이화에 월백님 감사합니다,나라를 위해 투쟁하는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꽃띠의 나이
순수한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과 얼이 느껴지고 존경스럽네요.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사진보는데 눈물이 핑돌았어요....
러키님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속
한 일원으로서, 희생하신
많은 분들을 생각해보는
귀중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