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째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두 맛있게 먹고있지 석환이 아빠 자두 따느라 애썼는데
언니가 맛있는 밥 한번 살테니까 만나자'
후훗!
세째언니는 살아가는 멋을 아신다
이럴때 공짜 좋아하는 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누가 대신 덕을 본다더니.
자두를 따느라 생채기 천지인 그의 팔과 손을 볼 때마다
나는 말하지 않았는가. '차라리 자두나무 베어버립시다
딱 한나무만 남겨놓읍시다' 내 생각은 참으로 얕다.
가까운 은마 아파트 뒤쪽에서 만나기로 했으므로
걸어서 갔다. 뭐 사십여분 거리지만 그와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은 결코 길지 않다. 신이나서
조잘거리는 나는 참으로 공짜를 좋아하는 하위동물임이 분명.
참으로 푸짐한 식단이다. 냄새가 나지 않는 얇게 잘 저며진
돼지고기 수육에 칼칼한 무채 무침, 홍어무침, 감자전
그리고 야채사라다, 칼국수, 죽까지 계속 먹는다 먹어.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산인해. 언니들이 자두 따느라
애쓴 그 쪽으로 접시를 자꾸 민다. 그날 그의 몸무게는
거짓말보태지 않고 2kg증가. 자두 따느라 흘린 땀 전부 보충.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냥 헤어질수야 없다.
우리집으로 이동. 큰언니 세째언니 작은오빠 그 넷이서
고스톱에 완전 몰입. 그래도 가끔 내게 신경을 쓴다.
'나는 혼자도 잘 노니까 관심 끄세요'
나는 정말 혼자도 잘 논다. 읽어봐야 할 게 쌓였다.
이렇게 언니 오빠들이 모이는 날 나는 저녁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한다. 더운데 밖에서 먹지 뭐 했다가 아니야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집에서 따슨 밥 먹을 텐데 내가 해야지 하다가
계속 고민중인데 큰언니가 말했다. '저녁은 내가 산다'
와우!! 이렇게 반가울수가! 고민 끝!!
점심을 하도 잘 먹어서 저녁 생각이 없으나 추어탕집에 갔다
일인분으로 둘이서 냠냠. 집에 있는 내 아들, 당신의 조카꺼까지
포장주문해 주시는 큰언니 넓은 마음 덕에 저녁 걱정도 끝! 야호홋!!
돈만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저축하라는 말.
돈이야 써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을 저축해놓으면
평생 보험이라는 말. 이제사 뒤돌아보는 중이다.
내 체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나는 나만 알고 살고있다.
내 가족만 알고 살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이웃을 돕고 봉사하지 않는가. 부족한 나를 핑계대지 말자.
내년에는 그가 막대기로 휘둘러 따내린 자두라도 열심히 주어야지.
'자기 덕분에 오늘 내가 엄청 호강하네 점심 저녁 공짜로 먹구'
슬쩍 팔을 끼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나를 그가 내려다본다.
어린 딸을 바라보듯 정이 담뿍 담긴 웃음 띤 눈빛으로.
다 자두때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