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광고] 첫 국산 냉장고, 1대값 850만원(현재 시세)

[새벽애(뎀)]

"식품 냉각기 아니라 저장고예요" 첫 국산 냉장고, 1대값 850만원(현재 시세) 1965년 여름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전기냉장고'가 광고란에 등장했다. 금성사(金星社·LG의 전신)가 발매한 'GR-120'이란 모델이다. 그냥 '냉장고'가 아니라 굳이 '전기냉장고'라고 쓴 것은 당시 꽤 많이 사용되던 얼음냉장고(오늘의 아이스박스)와 구별하기 위한 것. 대당 가격은 8만5000원이었다(조선일보 1965년 7월 22일자). 당시 설렁탕·비빔밥 값(70원)과 견주면 냉장고 값은 오늘의 850만원쯤 된다. 대졸 신입 은행원 10달치 월급(8만원)보다 많았다. 용량이 겨우 120L여서 현재 대형 냉장고(약 830L)의 7분의 1인 것을 감안하면, 요즘 냉장고보다 수십 배나 비싼 귀중품이었다. 빈집에 침입한 도둑들이 이 무거운 쇳덩이를 낑낑거리고 훔쳐 트럭에 싣고 달아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 최초의 국산 냉장고 발매를 알린 광고. 용량이 120L로 요즘 대형 냉장고의 7분의 1수준이다(조선일보 1965년 7월 22일자). 값이 비싸서인지 냉장고 보급은 무척 더뎠다. 국산품 발매 3년 뒤인 1968년 3월에도 전국 가정의 냉장고는 불과 5만대. 인구 600명당 한 대꼴밖에 되지 않았다(매일경제 1968년 3월 28일자). 그야말로 상위 1%도 안 되는 극소수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오죽하면 1966년 서울의 어느 사립 초등학교는 부잣집 아이들만 골라 뽑으려고 입학시험에 '냉장고' 문제를 냈다. TV와 냉장고 그림을 그려 놓고는 '맥주병이 들어갈 곳은 둘 중 어느 물건인가'를 어린이들에게 물은 것이다. 냉장고를 아느냐 여부로 어린이 가정의 재력(財力)을 알아보려던 이 학교를 '한국어머니회'는 '귀족학교'라고 규탄했다(경향신문 1966년 9월 14일자). 냉장고를 처음엔 음식을 차갑게 식히거나 얼리는 기계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꽤 있었다. 제조 회사가 광고문에 '냉장고는 식품을 냉각시키는 기계가 아니라, 일 년 내내 꼭 필요한 가정의 보고'라며 '변하기 쉬운 음식물을 보존'하는 데 쓰라고 상세한 안내문을 계속 실어야 할 정도였다(조선일보 1966년 3월 10일자, 1967년 5월 25일자). 그래도 8월 말이면 선풍기처럼 냉장고가 더 이상 팔리지 않아 재고 처분 바겐세일을 했다. 찬바람 불면 냉장고 코드를 아예 뽑고 사용을 중단하는 집도 많았다. 신문은 '냉장고를 쓰지 않는 겨울엔 내부를 잘 닦고 전체를 비닐로 싸서 꽁꽁 묶어 놓으면 좋다'는 '생활의 지혜'를 기사로 썼다(매일경제 1970년 2월 10일자). 한여름에도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줄면 한전은 냉장고 사용을 삼가 달라고 공고했다(조선일보 1967년 6월 27일자).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범국민적 절전을 지시할 때도 '사용을 제한할 가전제품' 목록의 첫째는 '냉장고'였다(조선일보 1968년 5월 7일자). 출처 : 조선일보 2014.10.29 (컬처/컬처 칼럼) / 김명환 사료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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