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황상기씨, 그는 2007년 3월 6일 하나밖에 없는 딸 황유미(당시 21세)씨가 그의 택시 뒷좌석에서 숨을 거두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유미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기업의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침대가 있는 방과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형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유미씨는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늘 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12시간 맞교대로 일을 하고, 몇 날 며칠 휴일도 없이 잔업을 하다가 겨우 2년 만에 백혈병에 걸리고 맙니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의 병이 그저 나쁜 운 탓이라고, 아니 어쩌면 대학을 못 보낸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유미씨와 같은 조로 일하던 선배도 백혈병이라고 합니다. 10만 명 가운데 2, 3명이 걸린다고 하는 희귀병인 백혈병 말입니다. 처음 입사를 할 때 신체검사에서 빈혈도 하나 없이 건강하던 사람들이 몇 년 사이에 백혈병이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희귀암에 줄줄이 걸린다고 하니 황상기씨는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딸이 세상을 떠나고, 딸 유미씨와 약속한 대로 왜 유미씨와 동료들이 그런 지독한 병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과정에서, 140명 이상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제보를 했고, 그 사이 알려진 사망자는 2011년 현재 5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황상기씨의 딸 황유미씨는 1년반이라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2011년 6월 23일 마침내 산재로 인정받게 됩니다. 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다른 대부분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알려진 것처럼 청정 산업이 아니다.
그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주요 유독물질은 트리클로로에틸렌(TCE), 시너, 아르신, 감광액 등 6종의 발암물질과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사용된 독성가스 가운데 하나인 포스핀(PH3)을 비록해 자연유산과 월경불순 등을 일으키는 안티몬, 2-메톡시 에탄올 등 40여 종의 독성 위험물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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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