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16회 순회명사 시낭송회 / 증평·괴산
문향 그윽한 고장 가득 낭랑한 시어들…
한종수 기자 | h3325@hanmail.net
승인 2015.09.22 20:00:15
▲ 16회 ‘순회명사시낭송회’가 22일 증평과 괴산에서 각각 열렸다. 증평문화회관(사진 위)과 괴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출연한 지역 인사들과 문인, 시낭송가들은 수준 높은 낭송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증평·괴산=동양일보 한종수·하은숙 기자) 독서광 김득신의 고장 증평과 홍명희의 혼이 서린 괴산이 시의 향기로 가득했다. 동양일보 문화기획단이 주관한 ‘2015 순회 명사 시낭송회’가 22일 오후 2시 증평문화회관과 오후 7시 괴산 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열렸다.
이날 증평 명사시낭송회는 오호준 청주연예예술인협회장의 트럼펫 연주 ‘눈물 속에 피는 꽃’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 증평지역 명사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했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이채 시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 우종한 증평군의회 의장은 이제민 시 ‘가을단상’, 최건성 증평문화원장은 김득신 시 ‘서원의 수령과 더불어 수락정에서 놀다’, 김장응 증평문인협회장은 조상기 시 ‘지금도 증평에 가면’, 김창호 괴산증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안도현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낭송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시낭송가들의 낭송도 눈길을 끌었다.
장경미 시낭송가는 오탁번 시 ‘타지마할‘, 권영희 시낭송가는 문정희 시 ‘우리들 마음속에’, 허형도 시낭송가는 윤동주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김은숙 시낭송가는 김설하 시 ‘날마다 이런 날이게 하소서’를 낭송하며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또 허지영 시낭송가가 조철호 시 ‘백두산 야생화들을 위하여’를 낭송했고 서금석·안현숙 시낭송가는 김현태 시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를 합송했다.
다양한 예술공연도 마련됐다. 바리톤 최재성씨는 윤용하 곡 ‘보리밭’을 노래했고 정미영(벽파 춤 연구회)씨가 한국무용 ‘소고무’를 선보였다. 특히 봉복남 증평예총 지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경기민요’을 들려줘 큰 박수를 받았다.
2015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괴산에서도 명사 시낭송회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동양일보문화기획단과 괴산예총이 주관하고 충북도, 괴산군, 중원대, (사)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괴산 출신 문인들과 기관·단체장, 시낭송가, 괴산중, 괴산북중, 오성중 학생 등이 자리를 함께 해 시낭송을 경청했다. 행사장은 우리지역 명사들의 애송시낭송에 대한 군민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윤충노 괴산부군수가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박인석 괴산여성단체협의회장이 도종환 시 ’가을 사랑’을, 변주섭 괴산예총 지회장이 자작시 ‘비 오는 산길’을 낭송했다.
박연석 괴산군의회 의장이 윤동주 시 ‘서시’를 낭송한 데 이어 곽명옥 한국부인회 괴산지회장이 김남조 시 ‘후조’를, 장재영 괴산문화원장이 김현승 시 ‘아버지의 마음’을 들려줘 박수를 받았다.
임정주 괴산경찰서장이 안도현 시 ‘스며드는 것’을, 전원태 괴산고 교장이 문병란 시 ‘꽃씨’를, 허형도 시낭송가가 윤동주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낭송해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김창호 괴산·증평교육장이 안도현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윤남진 괴산군의원이 이해인 시 ‘친구야 너는 아니?’를, 성양수 괴산군사회단체협의회장이 오세영 시 ‘바닷가에서’를 낭송해 큰 감동을 전했다.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은 마무리 인사를 통해 “동양일보가 매년 시·군을 순회하며 명사 시낭송회를 개최하는 것은 메마른 이 사회에 문화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고급문화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라며 “살기 좋고 정감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데 시가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양일보 http://www.d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8985
가을단상
이제민
고추 말리는 아낙네의 손
가을걷이하는 농부의 얼굴
가을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긴긴 기다림으로
간절함으로
한 해의 풍요를 기도하던 일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가을은 무르익어 가고
이른 새벽부터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가을은 깊어만 가고
하늘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은 높아만 가네.
가을 그림자
길게 늘어지면
한 해의 내 그림자도
편히 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