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미각이라면 으레 술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이 명주(銘酒)를 양조하는 杜氏(とうじ: 술을 빚는 기술자)의 비법도 비법이려니와 우선 마산의 물이 좋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냇물이나 우물까지도 감로수라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마산 근방의 감천리에 세차게 흘러내리는 냇물로써 술을 빚은 탁주맛은 흡사 청량사이다 맛이다.
” 경남신문 전신인 마산일보 사장을 지낸 김형윤(1903~1973) 선생 유고집 ‘마산야화’의 ‘銘酒(명주)’ 한 대목이다.
▼선생의 글을 보면 일제시대 당시 마산에서는 완월폭포수, 지금 몽고정으로 불리는 광대바윗샘물,
구 형무소(오동동) 앞에 있는 통샘물, 성호초등학교 샘물이 유명했다.
이 물들은 형무소 재소자들의 음료수로 상용했고 몽고정 물은 구마산 석교(石僑)양조장과
신마산 금촌레몬공장은 물론 진해에서 양조장을 하는 일본인 청주공장에서도 술통째로 수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지도에서 말살되기 전후해서 당시 마산시내에는 일본인들의 청주공장이 수십개 설치되었는데
나라 전체 청주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마산의 좋은 기후와 수질이 지금의 ‘무학’을 탄생시켰다.
(주)무학은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제조하던 소화주류공업사를 시작으로 1965년 최위승 현 명예회장이 중심이 돼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 희석식 소주 ‘무학’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모체이다.
무학은 1973년 경남지역 36개 양조장을 통폐합·흡수하면서 무학주조(주) 법인체로 새 출발하게 된다.
이후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진주·울산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무학주정의 설립으로
제품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여 공급함으로써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경남 소주 시장의 약 84%를 장악하고 있는 무학이 3월 들어 새로운 ‘강자’와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산주류 ‘처음처럼’을 인수한 롯데칠성음료가 3일 첫 롯데상표가 찍힌 라벨을 생산하면서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국구’인 롯데소주는 국내 소주시장의 대표격인 ‘진로’와 대격돌을 벌이겠지만 롯데의 기반인
부산은 물론 경남의 유통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향토소주 무학이 수성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만 도민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진호 경제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