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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한 가닥 로프에 생명을 매단채 얼음벽에 오르다. (강촌구곡폭포) 글/사진: 이종원
영하 17도. 워셔액도 얼어붙고, 클락숀도 얼어붙어 작동되지 않을 정도로 매서운 추위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내 역시 함께 하기로 했는데...조간신문에 나온 일기예보를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다. "정수하고
둘이만 갔다와" 할 수 없이 정수와 단 둘이 겨울추위를 만끽하기위해 경춘가도를 달린다. 최근에 진접에서 대성리까지 논스톱길이 놓여 30분이 넘게 걸렸던 길이 딱 10분이면 족했다. 아직 정식개통이 되지 않아 차도 거의 없어 원없이 질주해 보았다. 스릴- 대성리를 지나면 북한강을 따라 달리게 된다. 겨울풍경이 그만이다. 사계절 어느때 달려도 멋진 드라이브코스다. 구수한 된장찌개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처럼 꽝꽝 얼어붙은 북한강 역시 하늘하늘 물안개를 피어내고 있었다. 팔팔 끓인 찌게와 꽝꽝 얼어붙은 북한강 ... 상반된 상황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강촌의 구곡폭포다. 강촌이야 자주 찾는 곳이지만 얼음벽에 사람이 개미처럼 매달린 것는 처음 보았다. 한가닥 로프에 생명을 매단 채 그들의 도전은 시작된다.
구곡폭포는 늘 얼음이 얼려 있고 해가 들지 않아 얼음이 잘 녹지 않으며 움푹 패인 계곡에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세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안전하게 등반에 전념할 수 있어 빙벽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높이 48m. 보기만해도 아찔하다. 밑에서 대기하는 사람이나 올라가는 사람이나 모두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 아래 베이스캠프에서는 작전 지시하고, 루트를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위에서는 스크루를 박아 놓기도 하고 설빙의 상황을 말해주고...얼핏보면 개인운동같지만 어느 운동보다 팀웍이 필요하다. 간큰 여자들도 꽤 보인다. 담요까지 뒤집어 쓰고 커피를 마시며 긴장을 풀고 있다. 그러나 시선은 온통 얼음으로 향한다. 다음에 오를 등반인은 준비 운동하는데 여념이 없다. 가끔 팔뚝만한 얼음이 떨어진다. 5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얼음은 살인무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구경하려면 멀찍이 떨어져야 한다. "정수야..위로 올라가자."
등반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헬밋, 로프, 손도끼(픽켈), 아이젠은 필수다. 암벽등반은 잡고 올라가는 홀더가 있지만 빙벽은 손도끼로 찍는 곳이 바로 홀더다. 손도끼로 찍고 아이젠을 밟으며 야금야금 올라간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것처럼.....
가장 먼저 올라가는 사람을 선등(先登)이라고 하며 올라가면서 스크루를 얼음에 박은 다음 로프를 이어 나중에 올라가는 사람이 그 줄을 벨트에 연결하고 안전하게 올라가게 된다. 선등은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경력 많은 전문가가 앞장선다.
후등은 선등자가 개척해 놓은 루트를 타고 올라간다.
일거수일투족을 보노라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체력과 기술 집중력이 무너지면 생명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얼음의 종류는 청빙, 연빙, 고드름이 있는데 '청빙'은 꽝꽝 얼어 푸른빛이 돌며 손도끼로 찍으면 얼음이 깨지기만 하고 박히지 않기 때문에 빙벽인이 싫어한는 얼음이다. 오늘은 기온이 낮아 청빙이기 때문에 가끔 얼음덩어리가 떨어진다. 그래서 한 로프에 한 명씩만 올라간다. '연빙'은 약간 녹아 물기가 밴 얼음으로 손도끼와 아이젠이 쉽게 박히며 떼기도 쉬어 빙벽하기에 가장 좋은 얼음이다. 빙벽인이 제일 싫어하는 얼음은 고드름이다. 도끼 찍기도 쉽지 않을 뿐아니라 운 없으면 몸이 뒤로 제켜지기 때문에 공포의 얼음이라고 불린다.
선등이 개척해 놓은 루트를 따라 후등이 올라간다. 어렵게 올라갔기에 정상에서 맛보는 환희는 세상 무엇보다 비교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것이 빙벽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산은 정상에 묶어둔 자일을 잡고 눈이 없는 암벽을 타고 내려온다.
정수가 괜히 생떼를 쓴다. "아빠 나도 뾰족신발 사줘. 자꾸만 넘어진단 말야." 정수가 빙벽등반을 감상하고 일기장에 쓴 내용을 옮겨본다. '사람들이 허리에 고리같은 것을 매달고 뾰족신발을 신고, 낫을 들고 빙벽을 올라갔다. 얼음벽은 우리 아파트만하다. 엄마가 그러는데 저기 올라가는 사람은 미친사람들이라고 했다." '정수야..아빠는 구경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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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s Moustaki/ Ma Solitude(나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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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카이 다이빙, 빙벽타기, 번지점프 이런것들을 해보고 싶었는데... 언제쯤 그 꿈을 이뤄보려나.... 겨울을 이기는 사람들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저기 올라가는 사람은 다~~미친사람..?? 그려~~~그렇게 미쳐야 어떤일이던 할 수 있지...좋은 구경합니다.^^*
우후~~얼마나 추울까?.보기만 해도 으시시 해 지는데요...대단한 의지의 사람들~~멋있다~
선등~ 후등 말로는 들어봤지만.. 빙벽등반 하는 사람을 남편네로 둔사람은 항상 불안할껴~~ 바들~바들~ 떨리고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