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일본 교과서 왜곡기술에 관한 문제는 이번 지진 참상과 무관하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되어 온 것이니 그렇다 손치더라도, 방사성 오염수를 한마디 상의 없이 해상 방출한 일은 우리나라에 대한 무례와 무시임에 틀림없다.
그런 무례와 무시를 일삼는 일본에 대해 우리의 대응은 어떠했는가를 생각해보자.
일본 지진?해일 피해가 발생한 뒤 우리 정부의 지원 대책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성금 모금 또한 거국적이었다.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종일방송을 편성했으며, 한류 연예인들은 상상을 초월한 거금을 내놓았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자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공평하지 못한 처사는 늘 뒤탈을 불러일으킨다. 아이티와 동남아 그리고 중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지진이 났을 때와는 달리 일본에게만 성금이 쏠렸다면 연예인들의 이번 처사는 일본 컴플렉스를 의심케 한다.
가까운 이웃이어서 온정이 더해졌다면, 몇 년 전 수해로 아직도 복구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 강원도 이재민들에게도 그런 사랑의 손길이 가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아프리카와 북한의 주민들에게도 그랬어야 했다. 또한 일본 폭압으로 짓밟혀진 채 아직도 가난하고 소외된 삶을 청산하지 못한 노인세대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병행되었어야 한다.
내 노래를 좋아해서 모인 팬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고교생인 딸아이가 일본 지진모금을 자기는 절대 낼 수 없다고 담임과 힘겨루기(?)하다 왔다는군요. 이유인즉 불행한 천재지변이라 가슴 아프지만, 지난 아픈 역사가 용서되지 않으며, 우리보다 부자나라이고, 앞으로도 시시때때로 독도문제로 우리를 열 받게 만들 것이고…. 등등의 이유를 대는군요. 성경에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 미워하는 자의 나귀가 짐에 깔려있어도 도와줘야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저도 내심 내고 싶지 않은 것은, 아직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고 따르지 못함이니 하느님께 죄송하고 슬프네요.
이 학생의 생각이 다 옳다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장에 간다고 해서 갓 쓰고 장에 가지는 않겠다’는 자존감 높은 이 학생은 획일적인 사고에 휩쓸리거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아직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가 터지기 전에 올라온 글이니 예언을 한 셈이 된다. 또한 일제 강점기를 경험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도 아픈 역사는 각인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준다.
최근 충북 괴산군이 지진피해돕기 모금활동 중단과 함께 모금액을 환불해 주거나 독도지킴이 성금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조변석개하는가? 일본이 어려워졌을 때 온정을 베풀면 다시 그것이 우리에게 온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 아닌가?
정말로 그랬다면 통제된 언론에 눈과 귀를 송두리째 맡긴 채 혼이 팔려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 한 셈이니, 이제는 자중하자. 그리고 하늘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어려움을 당한 이웃나라를 도우려는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스스로 그 빛을 바래게 하지 말자. 누군가를 돕는 일은 도움을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간직하게 해준다. 한순간의 감상에 흔들리지 말고 돕는 일조차 신중하자. 일본의 참상으로 어려워진 이웃들을 바라보면서 일깨워진 나눔의 영성으로, 내 주변에 시급하게 도와야 될 이웃은 없는지 한 번 더 돌아보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해 복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일깨워준다.
우리의 온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막장으로 나오는 일본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신속하고 거국적인 대책을 세워줄 수 없을 것 같다.
이 딜레마를 다시 일본 컴플렉스라고 해야 하는가?
우리가 복음적 가치와 하느님의 정의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는 대목이다.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첫댓글 ㅎㅎㅎ 복사해서 보여줘야겠네요...ㅎㅎㅎ
저도 신문 뒤적이다 발견하고 반갑게 읽었습니다.^^
안나가 고3이라 요즘 힘 들어 했어요. ( 고3이 무슨 쇠도 아닌데 학교에서 11시 30분까지 잡아두니..ㅜ.ㅜ.)
근데 영양제 보다 더 힘이 난다고 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 자존감있는) 표현이 최고였다나...
늘 가슴 따뜻하면서도 현명한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기도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