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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대로.文化大路. (최상대의 건축공간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思空 최상대
소헌문화예술아카데미
교양강좌(2016.04.02)
수필의 세계 / 구 활 (수필가, 전 매일신문 논설위원)
구 활 수필가는 경북 경산시 하양에서 태어나서 경북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11월 현대문학으로 등단하고 매일신문 문화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저서로 ‘그리운 날의 추억제’, ‘아름다운 사람들’, ‘시간이 머문 풍경’, ‘하안거 다음날’, ‘고향집 앞에서’, ‘바람에 부치는 편지’, ‘어머니의 손맛’, ‘풍류의 샅바’, ‘맛있는 여행’, ‘선집 정미소 풍경’, ‘선집 어머니의 텃밭’, ‘선집 어둠 속의 판화’ 등이 있으며,
매일신문 주간지에 ‘구활의 스케치 기행’ 100회를 연재했고, ’구활의 풍류 산하‘를 5년 4개월 동안 270회 연재했으며, 팔공 메아리(대구시 동구 소식지)에 ‘스케치 기행’을 12년간 연재했다.
현대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문학), 원종린문학상(대상), 대구광역시 문화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 강의에 앞서
‘수필의 세계’를 강의 주제로 정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수필의 세계를 알겠습니까.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前兆)라는 시에서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하늘을 보려면 네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고 했어요. 저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볼 수도 없고 30년 넘는 세월 동안 산문을 써 왔지만 수필의 세계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여러분을 만난 김에 제 나름대로 터득해온 산문에 대한 노하우를 털어 놓겠습니다. 우선 시 한 편.
찔 레 꽃 / 송 찬 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1. 수필 쓰기
수필은 물론 시든 소설이든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하고 둘째 재미 속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미 속에 감동 즉 눈물이 흐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글 속에 철학이 들어가는 것은 차후 문제다.
그렇지만 재미에 너무 치중하면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눈에 보이는 것을 상세히 쓰려고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에 무게를 두고 내 자신의 생각을 글속에 투영시켜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잦은 퇴고밖에 다른 길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짚신장수 부자의 이야기를 해야 함)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여자를 꼬시는 것과 같다. 재능을 갖고 태어나야 한다. 여자를 꼬시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연습하면 잘 되는 것 같지만 기본적인 재능이 없으면 한계에 부닥친다. 그렇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을 앞지를 수 있다.”
-글은 제목이 좋아야 한다. 책 제목은 판매에 절대적 영향,
Nature지에 ‘개미의 종간 협동과 노동’이라고 했더니 보는 사람이 없어 다시 ‘개미 세계의 루이비통’이라 했더니 읽더라.(최재천교수의 말)
조개와 고추, 밤하늘 블루스,
-시를 열심히 읽자.
시를 많이 읽고 외워두면 글을 쓸 때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시어들이 문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정독한 결과의 산물이자 기쁨이다. 청마 유치환 선생의 경 북대 부임 첫날에 한 말. 시인 도광의를 예로 들면서 그가 대건고 교사 시절 학생 들을 지도한 방법과 문하에 많은 문인을 배출한 경험을 이야기 한다.(안도현, 박덕 규, 하응백, 서정윤)
-신문 등 미디어 자료 활용하기.
신문과 인터넷에는 쓰고자 하는 모든 자료와 인용할 예문이 무한정 널려 있다. 신 문, 잡지, 인터넷을 볼 때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 하나라도 메모를 하거나 스 크랩하는 습관을 기르자.
필자의 경우 현재 스크랩 자료는 50권이 넘으며 메모하는 노트도 일 년에 두 권 정도이다. 색인표를 붙여 필요할 때 볼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 둘 것.
-아름다운 상상을 많이 하자.
시나 소설 그리고 수필은 상상의 산물이다. 물론 체험을 기본 바탕으로 하되 체험 속에 상상을 삽입하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요즘 수필은 허구여서는 안 된다 는 소리는 틀린 것이다. 허구 즉 거짓말이 아니라 아름다운 상상을 글로 표현하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수필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일찍이 찰스 램이나 안톤 슈낙도 아름다운 상상을 글로 적어 명 수필을 만들어 냈다.
-미술, 음악, 무용, 공연 심지어 가요부문에 까지 지식을 쌓자.
산문이 고급으로 도약하려면 예술 부문 중 타 장르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 술관에도 자주 가서 안목을 넓히고 공연장을 드나들면서 연극과 오페라를 봐야 한 다. 자주 음악을 들으며 예술적 소양을 쌓아야 한다. 특히 음악은 잠자는 영혼을 깨워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달에 한두 장의 CD를 사서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각종 스포츠의 기본 룰은 알 필요가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우리 생활 이야기에 스포츠를 접목할 필요를 느낄 때가 더러 있 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는 물론 골프까지도 약간의 상식은 필요하다.
-영화보기를 게을리 하지 말자.
영화 속에는 명대사가 많다. 그 대사를 은근슬쩍 차용해 오면 글이 고급스럽게 바 뀐다. 명대사는 노파의 마음도 뺏을 수도 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카드가 잉그릿드 버그만에게 “당신 눈동자에 건 배”(Here looking at you, kid.)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런 대사를 사랑하는 연인으 로부터 들으면 아무리 강심장의 사람이라도 잠시 숨이 멎을 지경이 될 것이다.
-모방은 진화다. 끊임없이 모방하라.
모방하고 도용하여 변형시켜라. 쉐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7세기 페르샤의 민담 레일라와 메즈눈을 통째로 베낀 것이다.(기타리스트 에릭 클렙튼의 명곡 레일 리가 바로 주인공 레일리다.) 로미오...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재탄생 시 켰다. 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뮤직 비디오 버전이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이다. 베끼는 솜씨에 따라 걸작과 졸작 모조품으로 분리된다. 다산의 많은 저술도 남의 책을 재편집한 것이며 안대회 정민교수의 저서도 고전 중에서 테마가 비슷한 골라 엮은 것이다.
문학 작품은 모방이 끝날 때 시작된다. 슬픔이 진화하듯이 모방도 끊임없이 진화 한다.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
2. 여행과 수필문학
낯선 지역의 해맑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여행은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곳곳의 바닷가와 섬 지역 그리고 사람이 자주 찾지 않는 오지 산골 또는 낯선 도시의 시장도 훌륭한 여행지다. 낯선 지역 탐방은 글을 쓸 수 있는 소재의 보고이며 젊어지는 묘약을 먹는 효과가 동시에 있 다.
보들레르는 “여행은 고귀한 영혼과 탐구하는 영혼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고 귀한 작업”이라고 했으며 자신도 “내 집 보다 여행지 숙박소에서 더 편안함을 느 낀다.”고 했다.
몇 달 전 어느 도서관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제는 ‘여행과 문학’이었다. 제 가 서두에 이런 말을 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세상을 살아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100세 장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세상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 보다 이승이 낫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도 하나 같이 오래 살기를 원했습니다. 유대 민족의 지성 중의 한 사 람으로 순례자의 삶을 살았던 야곱은 130세에 이르러 “인생은 짧고 사악한(few and evil) 것”이란 말을 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무두셀라라는 영감은 969년을 살았어도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노아의 대홍수 때 익사했다고 합니다.
후대에 이르러 히포크라테스 선생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습니다.
객관적 인생은 짧아 보이지만 직접 살아보는 주관적 인생은 매우 깁니다. 그렇지 만 인생이 짧고 긴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은 아주 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있기 때문 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도 재미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조물주께서 빛과 어둠, 해와 달, 세상을 만드시고 난 후 허리를 펴고 돌아보니 중요한 걸 빠뜨린 걸 알았습니다. 천지는 그런대로 잘 꾸며 졌는데 산천만 있으니 밋밋하고 재미가 없 어요. 그래서 깨소금 같은 재미를 뿌리기로 했지요. 재미의 주인공으로 아담과 이 브를 만들어 그들에게 사랑과 우정, 질투와 증오, 성공과 실패 등을 심었답니다. 지금도 조물주는 자신의 작품인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며 ‘보기에 참 좋구나’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물주가 만든 세상과 그 세상 속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수시로 떠납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제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재미있는 세상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행입니다. 우리의 정서를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여행과 문학이라고 생각됩니다.“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의 관광 실태는 이렇다. 차량 식당 숙소 예약, 가족 친지 동창 출 발. 밥과 술 먹고 노래방(부산 갈매기, 고장 벽시계, 안동역에서) 아니면 2차 또는 고스톱. 외국여행은 깃대만 보고 귀국.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릭 프롬은 사랑은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용 기가 문제, 여행도 사랑처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용기가 문제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소심한 자는 평생 떠날 수 없다. 더 이상 안전한 삶에 대한 미련이 내 발목을 잡게 둬서는 안 된다. 꽃 보다 청춘, 할메, 할배가 사랑받는 것은 그들이 나를 대신해서 가보고 싶은 먼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기 때문.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 관광은 빛을 보는 여정, 여행은 빛 뒤 어둠까지 봐야하는 여정. 관광객이 눈으로 즐거워 할 때 여행자는 가슴 아파할 기회를 얻어 그걸 삶 의 화두로 삼아(오드리 헵번의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여행 ,은퇴후 봉사)
은퇴 후 아프리카를 여행한 오드리 헵번의 유언 (64세 죽기 1년 전 X- MAS 아 들에게)
*아름다운 입술= 친절한 말
*사랑스런 눈= 좋은 점만 보기
*날씬한 몸= 음식 배고픈 사람에게
*아름다운 머릿결 =버림받은 아이가 너의 머리 쓰다듬게
*아름다운 자태=어려운 이 함께 걸어라
*누군가를 도울 손이 필요하다면 너 손을 쓰면 된다
*나이가 들면 왜 손이 두 개인지 알게 돼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해,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손
-나의 여행방법(따라할 필요는 없음)
집에서 찰밥 두 끼. 식당에서 밥을 사 먹지 않는다. 길 옆에서 밥하고, 라면 끓이 고, 회 치고. 단 지방 명품 음식 제외. 기절낙지, 법성포 굴비 정식, 목포 민어회, 해남 유선여관 한정식, 주문진 복어회 등.
-여행은 느리게
여행은 일정에 쫒기면 안 된다. 프랑스 쌍소 교수의 느림의 미학 소개.
한가로이 거닐 것, 말하기보다 남의 말 듣기, 권태 속 느긋함 즐길 것, 즐거운 몽 상에 빠질 것, 열린 자세로 결과를 기다릴 것,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거나 추억이 새겨진 나만의 장소를 만들 것, 글을 쓸 것, 남을 비판 또는 질투하지 말고 무리한 요구도 하지 말 것, 가벼운 술 한 잔의 여유를 즐길 것. 느림은 게으름과 다르다.
-행선지 주변 문화유산 조사
여행의 격을 높이기 위해 사찰, 민속마을, 정자, 서원, 누각 탑 마애불 등을 인터넷 으로 챙김. 일출과 일몰 월명암의 달구경, 그리고 트레킹 코스까지.
-도반 명칭
기장, 항법사(네비), 사무장, 스튜어디스
항공기로 격상
-식탁의 꽃
코스모스 꽃이 주변에 많으면 결혼식장처럼, 야생화 갈대 강아지풀 풀잎
(지심도 선착장, 평창 정자 풀잎)
-시집 지참
행선지의 전설과 히든 스토리, 시인들이 그 지역에 관해 쓴 시를 준비하여 기회 봐서 낭송,
서울의 시애라(詩愛羅)라는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임, 산과 강을 찾을 때 항상 시 한 수나 문장 한 줄을 읽었던 옛 선비들의 풍류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모임. 116회 산행, 천산대학 결성,
하루 여행을 끝내고 잠시 목로주점에 앉아 막걸리 시켜 놓고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 주지 않았다”를 낭송하면 옆에 앉았던 사람들까지 디비진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 정 호 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R)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안치환 노래)
-우리 몸은 음식으로 장소를 기억
여행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무진장한 이야기를 만들 어 낸다. 그것이 쌓여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되며 나아가서 문화가 된다.
강섬 돔(녹동과 마량), 자연산 대형 우럭(묵호), 복어(거진) 자연산 대형 광어(서천 마량), 민어(지도 송도), 병어와 덕자(지도와 송도), 농어(남창), 참돔(격포), 전복 (노화도 완도 보길도), 낙지(벌교와 녹동), 문어(여수), 주꾸미(완도와 격포 서해), 갑오징어(완도와 군산), 큰 해삼,(주문진 우보식당 최광국 자연산 없으니 오지 마 세요)
-여행 시기
성수기 때는 숙소와 생선 값이 배 이상 비싸다. 낙지 3~4천원짜리가 1만원 이상. 여름 해수욕철엔 우린 방학에 돌입, 좀이 쑤시면 남들이 찾지 않는 산으로 간다. (예 월출 콘도 4만원) 그리고 비수기 때도 주말은 피하는 게 좋다.
-쉽게 여행하는 방법
지인 중에 운전을 취미로 잘 하는 분을 미리 모시는 게 관건. 몇몇 친구들이 뜻을 맞춰 가까운 곳부터 맛 집 순례도 좋고 눈요기 여행을 슬슬 시작하여 점점 강도를 높여가면 쉽게 뜻을 이룰 수 있다.
-단골 등록
자주 가는 어시장에 단골로 등록. 쉽게 생선 시세를 알 수 있고 자연산 생선을 구 할 수 있다. 벌교, 녹동, 주문진, 마량, 완도, 기장 등등.
-추천 여행지
봄 선암사, 화엄사
가을 전남 지도 증도 임자도
여름겨울 다 좋음.
추울 때 경북 봉화 석포·승부간
눈길 트레킹 12km 최고
눈꽃열차 운행.
-내가 여행하는 이유
중국 육조시대에 종병(375~443)이란 이는 젊은 시절에 산수간을 돌아다니며 즐기 다가 늙어 노쇠해서는 산천을 찾아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옛날에 가 보았던 산 천을 그린 산수화를 방안에 펼쳐놓고 상상으로 그림 속을 거닌 것을 ‘누워서 노닌 다’는 뜻으로 와유(臥遊)라 했다. 나도 생애의 끝자락이 외롭지 않도록 신나는 와 유를 즐기기 위해 부지런히 여행길에 나서고 있다.
3. 다시 돌아가서
일상적 소재에서 탈출하자.
요즘은 일간 신문 신춘문예의 소재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한 때는 우리 주변 가 정사와 시부모 남편 아이들 그리고 잡다한 생활 언저리의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뤘 으나 이젠 많이 달라졌다. 파노라마 같은 큰 이야기 속에 아주 작은 씨앗 같은 것 을 건져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작업들이 대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예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돌못과 옹기를 구울 때 그릇과 그릇이 붙지 말라고 사이에 끼우는 왈바리라는 돌 등 금년 매일신문 신춘 문예에는 조율사, 신라문학대상에는 빗자루, 경북일보 문예대전에는 꽃살문(14년) 소풍(15년)이 뽑혔습니다.)
-연애감정을 가져라.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은 항상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움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는 미당의 시구처 럼 그리움은 지구의 종말이 오는 날까지 영원한 문학의 소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글 속에 사람이야기를 넣어라.
옛날 피천득 한흑구 이양하란 수필가들이 살아 있을 적에는 글속에 이야기가 없어 도 훌륭한 수필이 되었다. 지금은 스토리텔링 시대로 접어들어 글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가서 맛을 내곤 한다. 바람 없는 바다 보다 파도치는 바다가 더 멋 이 있듯이 글속에도 이야기란 양념과 조미료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재미란 뭔가. 재미는 바로 스토리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재미가 없고 얘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축구와 연속극은 왜 보나. 우선 재미있고 보고나서 주변 사 람들과 수다 떠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요즘 공모전의 작품들은 첫 문장부터 재미라는 냄새를 풍기지 못하면 예심에 올 라가기 힘들다. 무거운 소재를 잡아 거룩하게 철학을 집어넣고 교훈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려 들면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게 현실이다.
요즘 미술관이 지향하는 최고 가치도 재미다.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발렌타 인데이에서 진행자가 콧수염을 달고 나와 설명했고, 음악은 비틀즈의 렛잇비가 흘 렀다. 주택을 개조한 작은 미술관이 이삼십 대 젊은 층을 끌어들인 것은 재미가 바탕이 되었으며 요즘은 이곳을 와 봐야 ‘멋 좀 아는 애’로 치부된다. 이곳은 젊은 세대의 문화 핫 풀레이스다.
-좋은 책을 읽어라.
책은 우물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샘물과 같은 존재다. 많이 읽으면 아무리 퍼내도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 ‘불휘 기픈 낢근 바람이 아니 묄세, 새미 그픈 물은 가뭄 에,,,’어쩌구 하는 용비어천가를 읽어보면 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이 저절로 풀려 나온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소로우의 월든,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정비석의 산정무한, 고 은의 나의 산하 나의 방랑,(절을 찾아서 개작) 그리고 장영희 교수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을 권하고 싶다.
책을 읽다가 멋진 문장이 나오면 즉시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면 ‘농장은 팔아도 풍경은 내가 소유하기로 했다’. ‘정조 관념이 강한 새들도 둥지 안 에서는 순결을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등등.
-가난의 경험 없이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없듯이 수필도 많은 경험을 해야.
객주의 작가 김주영의 이야기. 재학 시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친구가 고급공무 원이 되어 소설 습작을 열심히 했는데 소설가가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가난에서 체득한 경험이 없었고 뼈저린 아픔이 없었기 때문.
작가는 청송 진보 장터의 막걸리 국밥집 주모의 아들로 태어남. 엄마가 밤에 외 간남자를 들이면 어린 그는 냉돌 골방에서 잠을 자야 했고 새벽에 남자가 떠나자 엄마는 아들을 안고 울었다. ‘잘 가요, 엄마’란 자전적 소설을 써 놓고 책을 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내기로 했음.
김원일 이문열도 마찬가지. 모든 소설에는 작가의 과거 히스토리가 녹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평범한 눈과 일상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으로는 평범한 글밖에 쓰지 못한 다. 평범한 글은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 상금과 명예가 걸려 있는 공모전은 더더 욱 그렇다. 끼가 느껴지는 글을 써야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신기한 것을 글 로 엮어내야 한다. (예 등 굽은 소나무는 바람맞이 언덕에 서서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의사 친구에게 청진기를 빌려 비틀어진 가슴에 대고 소나무 가 겪고 있을 외로움의 도수가 몇 도인지 재 봐야겠다.)
-광기가 내 비치는 글을 써야 한다.
광기는 열정이다. 열정이 식은 글은 죽은 글이다. 열정은 노력과 부단한 사유에서 나온다. 작가라면 무한히 분출되는 열정을 갖고 덤벼야 한다. 자신감을 앞세우지 않는 싸움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골퍼의 퍼트는 자신감을 갖고 쳐야 잘 들어간다.
-유행가를 불러라.
유행가 가사집을 서가에 비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쓰다가 갑자기 유행 가 한 소절을 삽입하고 싶을 때가 있다. 유행가 가사가 곧 시라는 사실을 알면 가 사를 천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묵호 어시장 공동화장실 앞 잔디밭에서 세 사람이 고기상자 세 개를 겹쳐 상을 만들고 위스키 한 병에 맥주 여섯 병을 폭탄주로 마 신 일화 소개. 그 때 목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톡 튀어나와 선창가로 날아갔다. 갈 매기야 갈매기야 너는 나를 버얼써 잊었나, 부산 갈매기야.)
여러분 중에 사랑 한두 번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첫사랑이 못살면 가슴, 잘 살면 배, 같이 살자면 머리 아프다) 첫사랑이 성공한 예는 겨우 0,2%. 사랑이 괴로우면 노래를 불러야, 나훈아의 배신자여 같은 걸로.
나는 패티김, 김추자, 임희숙, 들고양이, 적우(하루만), 레일리의 노래를 좋아한다.
-예술을 사랑해라.
예술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면 문학이 되고, 빛의 아름다움은 미술, 소리는 음악, 행위는 무용이다. 모든 예술은 같은 끈에 묶 여 있는 굵은 동아줄이다. 무릇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학문이 예술이다. 바닷가에 놀러가서 예쁜 돌멩이 하나를 줍고 싶은 그 마음이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돌멩이가 문양석이라면 이미 그림을 애호하는 마음이며, 형상석이라면 미켈란제로 와 같은 조각가의 소질이 내부에서 꿈틀대고 있으며, 산수경석을 주웠다면 산천을 사랑하는 선비의 자질이 있으며, 추상석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졌으면 추상화가 가 될 소질을 타고 난 것이다. 다만 예술가가 되지 못한 까닭은 노력이 모자랐으 며, 둘째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도 용기가 있어야 하고 여행도 용기가 있는 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금빛 과일이다.
산에가 서 멋진 딱따구리와 후투티의 새소리를 듣고 아름답다고 느끼면 이미 음악 가가 된 것이며 그것에 못 미친다 해도 음악애호가는 되어 있는 상태다.
-좋은 글은 평이하게 읽히는 글
산문을 난해한 시처럼 쓰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관념들을 거 르지 않고 퍼질러 놓은 글은 조악하다. 너무 현학적으로 기운 글도 좋지 않다. 수 필은 객관적인 명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주장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글의 길이가 짧아도 명쾌함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 수련을 통한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사유의 뜰 평수를 넓혀야 하고 자기 성찰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상습절도범과 강도가 산문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까. 정신에 양식이 되는 수필을 쓰는 국회의원을 본 일이 있는가. 정치라는 토양은 문학과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 다. ‘겨울공화국’을 쓴 시인 양성우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쓴 시를 읽은 기억이 없다.
-화려한 수사는 금물
화려한 수사는 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수필은 함축미가 있어야 한다. 초고를 쓴 후 줄이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200자 15매를 12매 정도로, 그것은 군더더 기를 없애는 방법이다. 조청을 고아내듯 졸이고 졸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형용사 와 형용구가 간 곳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연조가 그리 깊지 않으면 미사려구를 쓰고 싶어 한다. 그건 화장을 진하게 하면 예뻐지는 줄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사려구를 많이 써 보 면 언젠가는 끝이 보인다. 여인들 중에 진짜 멋쟁이는 생얼에 루쥬만 살짝 바르고 스카프 하나 목에 두르는 것으로 끝을 낸다. 글도 그래야 한다. 쉽게 읽히면서 술 술 내려가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글이 좋은 글이다.
노자는 대교약졸을 설명하면서 큰 기교는 졸한데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만만 하고 당돌하고 거만하기까지 했던 추사도 제주 유배 8년을 보내고 나서 자신이 마 지막으로 기거할 집의 당호를 수졸산방(守拙山房)으로 정했다. 졸한 것을 지킨다는 뜻이다. 피카소는 게르니카란 대작에서부터 춘화까지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그렸 다. 그 그림들이 하나 같이 고가이지만 만년에는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그런 동심의 세계를 그렸다. 그는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데 무려 60년이 란 세월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글도 그렇다. 우선 단순해야 한다. 청아한 종소리처럼 맑고 은은해야 한다. 자기 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현학적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또 재미있게 하느라 고금 소총식의 Y담을 늘어놓아선 더더욱 안 된다.
글은 솔직하게 써야한다. 없었던 사실을 부풀리거나 거짓말로 지어내서는 안 된 다. 아름다운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다.
-자기 색깔과 자기 목소리
K-pops을 보면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선배가수들의 창법을 따라 하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에 자기 색깔을 입히라고 주문한다. 글도 그렇다. 진화된 모방 은 허용 되지만 흉내 내기를 해서는 안 된다. 표절,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의 치부 인 논문 표절과 같은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통한 지식축적과 인격함양이 중요하며 다양한 경 험과 창의적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열린 사고를 갖자.
수필은 나의 반성과 성찰을 통해 과거를 비추고 있는 미래의 통로를 내다보는 일 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치우침이 없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주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해야하고 눈길 속에 사랑이 담 겨 있어야 한다.
사랑을 묶어 싼 보따리를 풀어보면 정작 그 속에 사랑은 간 곳 없고 그리움, 미움, 애틋함, 눈물 같은 게 잔뜩 들어 있다. 수필도 그래야 한다.
-문화유산답사를 하라.
빛나는 유적들을 답사하는 것은 옛날 선비와 고승대덕 그리고 돌과 나무를 다듬 었던 석수와 목수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리고 답사는 옛 선비들과 친구 가 되는 지름길이다.(나의 3개월 보름 동안의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문화유산전문 강사요원 양성 코스를 이수한 경험 설명)
중국의 이백, 소동파, 도연명, 백거이, 두보, 한유의 시는 물론 우리나라의 유명한 선비였던 고산, 다산, 추사, 혜장선사, 초의선사, 공재 등의 프로필을 비롯해서 그 들의 사상과 학문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절집의 내력을 알아야 한다.
선운사와 미당 그리고 동백, 전등사의 주모와 도편수 이야기, 미황사의 주춧돌에 새겨진 바다생물 조각들의 연유, 선암사 홍매와 뒤깐, 화엄사의 흑매, 단속사 터의 정당매란 매화, 월정사 계곡의 세조와 문수보살 이야기, 정암사의 수마노 탑, 청룡 사 뒤 바우덕이 무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과 미완의 단청과 공포, 도피안사의 철 불 등등. 수덕사의 일엽스님과 화가 나혜석의 이야기. 사찰은 이야기의 창고이자 교훈적 가치가 있는 역사 유물이다.
문화유산 답사는 따뜻한 감성을 앞세워야지 차가운 이성을 앞세우면 안 된다. 사 찰 한 곳을 7~8번은 가봐야 한다. 춘하추동 비, 눈, 그믐밤, 새벽, 보름 달 등.
-테마 수필을 쓰도록 노력하자.
지금 초보자들이 쓰고 있는 수필은 퍼즐게임의 한 쪼가리에 불과하다. 하나의 큼 직한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아 떨어지는 테마 수필을 쓴다면 집필지원 공모와 문학상 공모전에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나는 서정수필에서 문화유산답사, 풍류, 절집 이야기, 시골음식, 여행과 음식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왔다.)
-수필의 소재
소재를 정하는 일은 어렵지만 과감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소재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과감히 떠나야 한다. 시어미, 올케, 시누이, 친정 부모, 남편, 아이 이야 기는 이제 너무 진부하다. 그걸 쓰려면 수채화에 유화 물감을 덧칠하듯 전혀 새로 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도 자주 그렇게 하면 물린다. 주변의 것을 소 재로 잡으면 글들이 밋밋하고 고저장단이 없다. A가 쓴 글이나 B가 쓴 글이나 대 개가 비슷하다. 그래서 공모전에서도 잘 뽑히지 않는다. 요즘 신춘문예와 공모전에 는 신선하고 낯선 이야기가 대상을 차지한다. 작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그 걸 확대 재생산한 다음에 내 자신의 이야기나 견해를 투영시켜야 한다.
-유머를 활용하자.
외설 내지 포르노에 가까운 유머는 글 속에 넣으면 글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 나 야하진 않지만 그래도 은근슬쩍 에로틱한 유머를 연한 소스를 뿌리듯 하면 한 결 재미가 있어진다. (처칠 무거운 물건)
-글은 솔직하게 쓰자.
내 치부를 드러내는 한이 있어도 글은 솔직하게 써야 한다. 그건 진실이 최후 승 자가 되는 원리와 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 찬 세상에 산다는 것이다. 글다운 글 역시 의미와 감동이 있어야 된다.
-글쓰기 6원칙
1)글 쓰지 않고 작가가 될 수 없다. 매일 써야 한다. 김원일 이문열
2)고쳐 쓰라. 금테 두른 문장이 손가락에서 샘물처럼 솟아나길 기대하지 마라 고쳐 쓰면서 점차 나아진다.
3)읽어라. 열정적인 독자가 아니면 작가되기를 꿈꾸지 마라. 읽고 또 읽어라.
4)관찰해라. 사람이든 사물이든 섬세하게 살피고 마음을 열어라.
5)경청해라.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대화에 참여해 묻고 귀담아 들어 라
6)자신을 믿어라. 화법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당신만의 화법을 찾아 밀어부쳐라.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알아두자.
사랑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새 글속에 쉽게 풀려 나오게 된다.
재미있는 에로(?)시를 쓰는 시인들을 소개하면서 수필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런 실험적인 수필은 어떨까하고 질문을 던져본다.
(예)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 치마, 러브호텔
오탁번의 폭설, 굴비,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마지막 섹스의 추억,
최승자의 Y를 위하여
이정록의 참 빨랐지 그 양반 등등.
한계령(寒溪嶺)을 위한 연가(戀歌) /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치마와 팬티의 이중주
치 마 / 문 정 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문정희(文貞姬,, 1947~ 전남 보성)
동국대 국문과 학사/석사, 서울여대 문학박사. 동국대 고려대 교수 역임.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시인 등단. 진명여고 재학시절에 펴 낸 첫시집 <꽃숨> 이후 많은 시집 및 수필집 발간.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동국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 수상
팬 티 / 임 보
-문정희의 '치마'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ㅡ,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
임 보(본명 姜洪基, 1940~전남 순천)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 졸업. 성균관대 문학박사.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인 등단. 1974년 첫시집 <임보의 시들> 이후 2011년 <눈부신 귀향> 등 14권의 시집 및 많은 동인지와 시론집 펴냄. 필명 임보(林步)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에서 따온 것이라 함.
임 보가 문정희의 시를 읽고 답시로 쓴 것이다. 여성성에 대한 예찬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굳이 남자를 들러리로 세워 평생 '신전'을 맴도는 관광객으로 묘사한 것에 발끈했나 보다. 치마군단에 맞서는 부대를 바지군단으로 하지 않고 '팬티군단'을 선택한 것이, 임보의 탁월한 전략이다. 신전이며 갯벌궁전이라고 황홀해 하지만, 거기가 참배객도 관광객도 끊어진 곳이라면 얼마나 적막하겠느냐고 여존남비를 뒤집어놓는다. 그리고 열쇠를 꺼낸다. 천하의 명품 대문이라도 열쇠 없으면 말짱 황이다. 그 열쇠보관소, 팬티! '치마 신전' 관광객의 맹렬한 일갈도 만만치는 않다.
신 전 / 이 석 희
-치마와 팬티를 읽고-
너무 늙어버린 신도에게는
경배하는 마음조차 사라졌는가
옷이 벗겨진 채 무릎 꿇려도
참배를 갈망하던 신도였건만
신전 주위를 맴돌긴해도
신의 눈에 띌새라 겁먹었는가
참배객의 발길이 닫힌 신전은
재 너머 성황당처럼 적막하구나
첫댓글 4월 2일<소헌문화예술아카데미> 구활선생님의 특강 내용입니다.
멋집니다. 두고두고 교과서 삼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하필 그날 수필문예회 문학기행이 있어 귀한 강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아쉬움 어떻게 아시고 최상대 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조경숙 선생님 말씀에 격한 공감을^^
한동안 바빠서 읽을 겨를도 없었고
아예 출력을 해서 읽어 볼 참입니다~
너무 격하면 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