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월) 오후 7시, 평통사 이주은 홍보팀장의 사회로 <해후> 출판기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 추모 15주기를 맞아 오정요, 조아진, 박비나, 최정민 작가가 웹툰을 만들어주었는데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가 그 작품들을 엮어 <해후>라는 이름의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출판사 나무와 숲)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는 지난 2010년 효순미선추모비건립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추모 10주기가 되던 2012년에는 김운성 작가가 시민들의 성금으로 시민추모비를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사고현장에 부지를 매입하고 미군들의 추모비 부지도 증여받았습니다.
이 과정에도 전교조 민주노총 천주교계와 평통사 등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금에 나서주셨습니다.
이제 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합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날 <해후> 출판기념회는 그 마중물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주은 팀장은 "평화공원을 조성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규명하지 못한 사건의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자는데 있"다고 평화공원 조성의 기본 취지를 소개했습니다.
첫 순서로 효순미선의 죽음을 누구보다 아프게 가슴에 담고 있는 선생님들을 대표하여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의 말씀이 진행되었습니다.
조 위원장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생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건 당시 저는 해남에서 전교조 지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저는 미8군에서 "미군방위"라고 일컫는 카투사를 했는데 남달리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 죽음 앞에 한 교사로서 특별한 감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방 이후 가혹한 질곡의 역사가 너무도 참혹하고, 그 가운데 우리 아이들에게 세대를 넘어선 죽음이 다가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진상규명은 되지 않았고 아이들은 편안한 죽음을 맞고 있지 않다는 회오를 피할 수 없습니다. 웹툰의 숨막힐 듯한 "틈"은 우리 조국의 숨막히는 현 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그 틈, 그러나 허용되지 않았던 그 틈은 마치 우리 조국의 운명을 상징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주신 작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주와 민주와 통일, 새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고 하였습니다.
전교조에서는 출판기념회 직후 기관지 <교육희망>에 광고를 게재하고 학교 현장에서 많이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교조는 출판기념회 직후 기관지에 <해후> 광고를 게재해주셨습니다.
다음은 기지촌여성연대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안김정애 평화공원조성위 공동대표가 인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한반도 평화공존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왔습니다만 미국이 방위비를 두 배 요구하는 등 여전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미국이 어떤 존재인가, 꾸준히 집요하게 묻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여성들이, 딸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고 인사했습니다.
판문점, 평양선언이 이행되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안착되어야 비로소 효순미선이 영면할 것입니다.
다음 순서는 행사 소식을 듣고 자원해서 참가하신 한국작가회의 작가 장우헌 전교조 교사의 시 낭송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세월호 유족 유경근 아버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과 삶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그 전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나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유족입니다. 예은이가 꿈에 나타나서 나는 다 알겠다고 한 것처럼 효순이와 미선이도 진실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결국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예은이가 효순 미선과 하늘에서 웃고 떠들고 잘 지내고, 우리들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아버님의 말씀에 화답하며 위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향린교회 국악선교회 예향의 <기억해줘>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디에 있든 함께하고 기억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노래하고 연주해주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작가 소개 시간으로, 글을 쓴 오정요 작가와 그림을 그린 박비나, 조아진, 최정민 작가가 앞으로 나와 인사했습니다.
오정요 작가는 "처음엔 어떻게 구성할지 막막했는데 마침 모여계신 분들이 웹툰 작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웹툰에 맞는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해후'는 반미문제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뛰어넘을까 고민하다가 효순 미선이를 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리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고싶었습니다. 그래서 '해후'가 나왔습니다. '반딧불이 운동화'는 수많은 미군범죄사가 있는데 효순미선 사건의 각별하고 독특한 점을 생각해보면 시민들이 직접 촛불을 들었고, 이것이 촛불의 시원이 되었다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한 의도가 반영되었습니다. '틈'은 사건 개요를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썼스니다. 이 사건에 대해 보기가 힘들 정도로 직설적인 것은 많은데 대중적인 접근은 별로 없어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괴롭지 않게 그러나 승리적 관점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부족한 이야기들인데,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은 그림작가분들의 실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박비나 작가는 "저는 효순이 미선이 이야기를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고 인사했습니다.
조아진 작가는 "제안을 받았을 때 다른 작가들에게도 제안했는데 선뜻 나서는 분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작업할 때 펑펑 울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2000년대에 의료사고로 동생을 잃었는데 그 후 외면하다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현실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이렇게 인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사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고 인사했습니다.
최정민 작가는 "작업을 시작한 후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와 달라보였습니다. 아이들 생각이 났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틈'은 사건 개요에 관한 건데 잘 모르거나 잊혀진 일들을 다시 알려야 한다, 알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해결되고 변할 때까지 이어가면 된다는 마음입니다. 시간도, 물질적 조건도 어려워 작업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제가 의미있는 일에 쓰여졌다는 게 참 감사합니다."고 인사했습니다.
다음 순서는 한겨레 신문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렸던 고경일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가 서평을 해주었습니다.
고 교수는 "앞서 작가 세 분이 제자들이라 학교에 근무한 이래 가장 뿌듯한 날"이라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고 교수는 "웹툰으로 이 사건을 보여주는 일이 가능할까? 더구나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웹툰은 집중도가 요구되는데다가 스토리와 연출을 해야하는 작업인데 이런 주제로 책을 만든 것을 보고 놀랐다"며 "2017년도 기준으로 웹툰 작가가 4천명이 넘는데 그 작가들 중에서 효순 미선을 기억하고 그리는 작가들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계신 작가 네 분은 문화예술계의 굉장한 보물들이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다음으로 김광진 전 의원이 소개되었습니다. 김의원은 2012년 추모비 건립 당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평통사는 사건 초기부터 대응에 나서 월드컵경기 열기에 묻힐 뻔한 이 사건을 전국적으로 알려내는데 기여했습니다. 진상규명활동과 추모비 건립, 평화공원 조성사업까지 최선을 다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통사 상근활동을 하면서 본 사업의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박석분 조성위 집행위원장이 "또 하나의 해후"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박석분 위원장은 "효순미선과 하늘에서 해후했을 평통사 세 분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문을 떼었습니다. 박 위원장은 "그 세 분은 사건직후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던, 얼마전 세상을 떠난 군산평통사 고 김판태 대표, 2007년 한미 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하고 유서에 "효순미선 한을 풀어달라"고 쓴, 고 허세욱 서울평통사 회원, 여중생 범대위 상임대표를 맡아 효순미선 투쟁을 이끌고 진상규명에 나섰던 홍근수 목사님입니다. 홍근수 목사님은 미군들에 대한 무죄평결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이 사건을 미국 언론과 시민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셨습니다. 평통사는 2005년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결과 운전병은 두 여중생을 볼 수 있었고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에 통신장애가 없었다는 결정적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또한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야 효순이와 미선이가 영면할 텐데 그러자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선 북미간 교착된 협상이 재개되고 싱가포르 성명이 이행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북이 진행하고 있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여 미국은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 등과 같은 조치에 나서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또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이 이행되어야 하고, 그 디딤돌이 되는 군사분야 합의가 조속히, 철저히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냉전수구세력들은 군사분야 합의를 안보붕괴니 국방파괴니 국가적 재앙이니 떠들어대면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분야 합의 이행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가교가 아니겠습니까? 돌이킬 수 없는, 돌이켜서는 안되는 평화의 길,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면 우리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겁니다. 자주평화의 촛불로 우리 가슴에 살아있는 효순 미선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평화촛불을 들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들이 이 땅에서 효순이와 미선이와 해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순서는 효순미선과 또래 청년인 인천평통사 구동훈 회원의 하모니카연주였습니다. 마음 속 깊이 따뜻함으로 채워주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평화공원 설계에 대해 이윤하 교수가 설명했습니다. 삼육대에서 강의를 하며 생태건축일을 하는 이윤하 선생은 얼마전 문을 연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 '꿀잠' 설계와 건축에도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이 교수는 동네 카톡에 소식을 올렸더니 많은 주민들이 책 주문을 하더라며 시민의 힘으로 공원조성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조성될 공원은 벽이 많아서 작가들이 할 일이 많다고, 작가들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조성될 추모공원은 효순이와 미선이가 남기고 간 운동화에 반딧불이들이 가득 들어찬 채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하늘로 가는 집"으로, 지붕이 없는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마지막 순서로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효순미선 또래 청년들과 효순미선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참여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영상 편집도 강시율이라는 효순미선과 동갑인 청년이 맡아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기념촬영을 한 후 저자사인을 받으며 담소와 식사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이 정말 많이 팔려서 이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공원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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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영상 보기 : https://youtu.be/IQelTNeAJ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