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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친환경’은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에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됐다. 먹고 마시는 것부터 주택과 자동차까지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인기를 얻고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지구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돼 자연을 보존하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한 자원인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기술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의류에도 친환경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 브랜드 가운데는 예전부터 재활용 소재를 이용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이나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비용 절감과 이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친환경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재생 섬유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며 세계적인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웅진케미칼(대표 박광업)은 지난해 3월 ‘에코웨이(ECOWAY)’란 브랜드로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을 공급하며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페트병이나 폴리에스테르 원사와 직물, 필름 등 폴리에스테르 제품을 재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개념의 재생 섬유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섬유 생산단계를 현격히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함으로써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활용 소재는 이벤트성으로 생산하는 구색 갖추기 품목 정도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면서도 폭넓게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친환경 제품과 생산 공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 섬유 비율 50% 이상으로 높일 것”
웅진케미칼 섬유사업부 김기호(45) 이사는 “아직 전체 생산 품목 가운데 재활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면서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3년 내 이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웅진케미칼의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원사 생산업체인 데이진(Teijin)의 경우 재활용 원료의 이용 비율이 이미 상당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진이 재활용 제품의 비율을 3분의 2 수준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원료의 순도가 높아야 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재생 폴리에스테르 칩은 일본산의 품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재생 폴리에스테르 칩은 아직까지 순도가 좋지 않습니다. 원료가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수입품을 사용했습니다. 국산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폴리에스테르 원료의 주종을 이루는 페트병 수거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의 경우 페트병을 종류별로 분리해서 수거한 뒤 칩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그냥 한꺼번에 모아서 재활용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잡 성분이 섞이게 되고 순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웅진케미칼이 직접 국내 재활용 원료 생산업체들과 협력해 원료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목표는 생산되는 에코웨이 제품의 원료를 전량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재활용 소재라도 원료의 순도가 높을수록 실을 매끈하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사 생산에 주로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순도를 높이면 흡한속건의 기능성 원사 제작에도 재활용 원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러한 기능성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술 개발과 관리를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활용 섬유인 에코웨이의 제작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거된 페트병 등을 잘게 잘라 조각으로 만든 다음 열을 가하는 등의 공정을 통해 칩(Chip)으로 가공한다. 이렇게 만든 칩을 방사가공을 통해 원단의 재료가 되는 원사로 만들고, 이 실을 기능성 소재와 혼방하면 완성품이 된다. 이러한 공정을 거쳐 항균기능을 강조한 ‘프레쉬에버’와 흡한속건 기능성 소재인 ‘파인쿨’ 등 에코웨이 브랜드의 제품이 생산된다.
재활용 섬유는 친환경적인 개념이지만 오히려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더 든다.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분류해 세척하고 말리는 사전 작업을 모두 사람이 직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칩을 만들고 실을 뽑아내 기능을 부여하는 공정도 일반 섬유보다 훨씬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비용도 많이 들고 만들기도 어렵지만 재활용 섬유는 이제 선택의 차원을 넘었다는 평가다. 아직 국내에서는 초기단계지만, 해외 유명 업체들은 재활용 섬유 사용을 브랜드 가치에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는 추세다.
재활용 원사인 에코웨이로 만든 섬유제품은 일반 폴리에스테르 제품과 거의 동일한 품질을 자랑한다. 염색성이 좋아 색의 발현도 뛰어나며 벌키성도 우수해 착용감이 부드럽고 느낌도 따스하다. 재생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물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은 거의 없다. 기능성 원사와 혼용하면 아웃도어 활동에도 적합한 성능을 발휘한다.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현재 에코웨이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블랙야크와 에리트 베이직, 에레강스스포츠, 프로스펙스 등 레저스포츠 브랜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와 신발 등 레포츠 용품에 많이 쓰이고 있지만, 만능 섬유라고 불리는 별명처럼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다양한 의류와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향후 보다 많은 분야에서 재생 섬유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케미칼의 에코웨이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블랙야크의 경우 지난해부터 친환경 소재의 제품들을 다수 선보였다. 소비자 반응도 좋아 올 시즌에는 친환경 제품 물량을 40% 이상 늘렸다. 특히 올해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코웨이 소로나(SORONA) 소재를 도입하며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친환경 섬유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