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영어 회화를 돕는 책들
영어회화를 정복할 수 있다는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들은 주변에 널려있다. 모두 다 서로 자기가 직접 극복한 것들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방법으로 누군가가 영어회화를 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별로 듣지 못한다.
내가 접하고 따라 해본 것들만 해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미드 대사 외우기, 영어 필사하기, 인도인처럼 말하는 법, 단어 암기법, 어학 학습기 따라하기 등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영어회화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내 영어 밑천이 보잘 것 없는 것이 우선을 큰 몫을 할 것이다. 어쨌든 그러다보면 늘 제자리걸음이다. 그 동안 매년 미국에서 한 달씩 생활을 해도 영어는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다. 어쩌다 한 문장이 들릴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쩌다가 였다.
동영상을 보면 연음을 특히 강조한 영상들도 있어서 그것을 따라 해보기도 하지만 동영상을 벗어나면 확장성이 별로 없었다. 그러던 차에 다시 재미있는 이름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지연의 『영어책 10번만 읽으면 네이티브 된다』라는 책이다.
미드를 외워도 안 되는 영어를 영어책 10번 읽어서 네이티브가 된다는 말이 조금은 황당해보였지만 어쩐지 구미가 당기는 말 같기도 하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영어회화 극복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는 문법책으로 회화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그의 특이한 공부법은 그 동안 영어회화를 익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나처럼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내 깨달은 방법이 한 권의 영어책을 반복함 읽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같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반복하면 영어의 구조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서 충분히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방법은 한 권의 책을 얼마나 끈기 있게 붙들고 하는지가 관건이다.
두뇌 싸움이라기보다는 엉덩이 싸움이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여러 번 봐야 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다. 슬럼프가 올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에 비해 슬럼프 탈출도 훨씬 용이했다고 한다. 이 방법은 먼저 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한다.
말하자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영어책 한 권만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어 내려가라. 그리고 한 번 더 반복해서 보면 된다. 적게는 열 번, 많게는 스무 번을 읽으면 영어 구조가 머릿속에 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비밀은 바로 뇌의 신경세포인 시냅스에 있다. 신경세포 돌기 끝은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전달하는데, 가벼운 반복을 하면 할수록 익숙한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시냅스가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스트레스 없이 장기 기억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방식은 로버트 마우어가 그의 저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는 설정한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중간에 작은 목표들을 만들고 그 목표를 하나씩 야금야금 해결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두뇌가 눈치 채지 못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시냅스가 활발하게 연결되는 두 번째 방법은 생생하게 읽는 것이다. 머릿속에 영상을 그리면서 읽는 것이다.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뇌에 자극을 주어 잘 잊지 않게 된다.
그리고 중학교 수준의 문법책을 읽으라고 한다. 문법책으로 읽다보면 어떤 규칙인지 알고 읽기 때문에 문장 구문을 쉽게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문법책을 마치 회화 책처럼 ‘이 상황에서 이렇게 사용해야지!’하고 상상하며 소리 내서 읽으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정답을 잘 골라내는 시험용이었다. 언어로서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영어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잘 찍는지가 관견인 교육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영어교육은 언어로서의 영어로 절대 활용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 방식은 기존 학창시절 동안 배웠던 영어 방식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학교 영어 교육과는 완전히 반대로 했다는 말이다. 영어 문법책 한권을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입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가 권하는 영어 공부 방법은 자기보다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만만하게 느껴지는 책을 선정해서 반복해서 적게는 열 번, 많게는 스무 번을 익는 것이다. 술술 입에서 나올 때까지 큰 소리로 읽으라는 것이다. 손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되 그저 소리만 내어서는 안 된다. 생각 없이 읽는 것은 안 읽는 것보다 못하다. 영어 문장을 읽되, 이 문장의 의미를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그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서 감정 이입을 한 채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는 것이다.
감정이 들어가게 되면 재미도 느낄 수 있으며 실전처럼 훈련하는 것이다.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영어가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소리 내어 읽기의 요령이다. 무조건 반복 주기를 짧게 그리고 같은 내용을 많이 입력한다.
저자는 이렇게 소리 내어 읽는 학습을 위한 책은 문장 구사 자체가 힘들 때는 말의 근간이 되는 문법책이 좋다고 한다. 문법책을 선정할 때에는 설명이 많은 것보다는 예문이 많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설명과 예문이 4:6 또는 3:7 정도가 좋다고 한다.
예문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읽다가 막힐 경우 어휘가 문제인지, 그 문법을 모르는 것인지 확인하려면 문법책이 제격일 것이다. 설명을 읽고 예문을 읽었을 때 이해가 된다면 그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휘가 어려울 경우 그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만약 여행이 급하다 싶으면 아예 여행 회화 교재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기왕이면 mp3 파일을 제공하는 교재면 더 좋다. 실전에 활용해야 하는데 발음을 모르면 난감하기 때문이다. 여행 회화 교재를 선택할 경우는 가급적 얇은 것이 좋다.
여행 영어는 딱 100 문장만 말할 수 있어도 충분하다. 또한 영어에 흥미를 갖고 싶다면 스토리가 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선택한 소설을 폈을 때 모르는 어휘가 한 문장에 서너 개 이상 된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구성이 좋은 책, 내용이 좋은 책보다는 가볍게 반복해서 읽기에 무리가 없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공부한 방식은 4장에 소개가 되어 있다. 같은 내용을 10회독을 하는 것인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 이 책의 영어회화 극복 노하우
1회독 : 녹음 파일을 들으며 소리 내어 읽기
-녹음 파일을 들으며 발음을 익히고 따라 하기에 초점을 맞춘다.
-녹음 파일을 듣고 따라 하게 되면 소리 단위와 단어의 발음을 알게 된다.
2회독 : 녹음 파일을 들으며 영어의 리듬을 익히기. 영어를 영어답게 발음하기 위한 작업이다.
-영어의 높낮이, 길게 발음하는 것과 짧게 발음하는 것에 집중해서 듣고 따라 하면 된다.
-연음으로 읽기, 내용 보다는 소리에 집중한다. 이해하는 내용이 없어도 괜찮다.
3회독 : 녹음 파일을 들으며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기
-3회독은 녹음 파일을 흉내 내는 데 초점을 둔다. 물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2회독을 하면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문장을 찾을 것이다. 그 문장들을 집중 공략한다.
4회독 : 제목과 설명에 동그라미 치며 읽기
-영어의 어순을 머릿속에 구체화할 차례다.
-짧은 문장이 익숙해지면 긴 문장까지 확장하기도 쉬워진다.
5회독 : 주어와 동사를 덩어리로 읽기
-주어 + 동사가 보이면 최대한 한 호흡에 읽으려고 하라
-주어와 동사 사이가 떨어져 있을 경우에도 최대한 주어 동사는 한 호흡에 읽도록 한다.
6회독 :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의미 덩어리로 읽기로 영어 구조를 잡아주는 시기다.
-문장을 조금씩 크게 보는 단계다. 주어 + 동사 뒤에 오는 것까지 묶어서 보는 연습을 한다.
-무조건 길게 묶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덩어리로 읽는다.
7회독 : 중요한 설명에 하이라이트 하기
-7회독에서는 6회독부터 조금씩 보였던 문장 구조를 확실히 굳히기 위한 위밍업을 한다.
-같은 것을 반복함으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8회독 :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문장 앞에 하이라이트하기
-입에 붙는 문장을 골라내라
-여기서 하이라이트하는 문장은 ‘입에 붙는 문장’이어야 한다.
9회독 : 빠르게 읽어라
빠르게 읽는다는 것은 반복 주기가 빨라진다는 말이다.
잦은 반복 주기가 정보를 영구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빨리 내용을 읽고 자주 반복하면 애써 힘들게 외우지 않고도 무의식이 기억하게 할 수 있다.
10회독 : 상황을 상상하며 대화하듯 읽기
-이미지 트레이닝을 적극 활용한다.
-감정 이입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다보면 영어의 구조가 자연스레 들어오게 된다.
5장에서는 영어회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스터키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6장에서는 영어 발음을 보다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본 내용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부록에서 질의응답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