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차 금선암 계곡에서 때 이른 반딧불들이 쭈꾸미를 향하다가 길을 잃어
헤맨 산행
산행지 : 모악산 금선암-매봉-금선암
산행일시 : 2008년 3월18일 화요일 맑음 17:30-19:30
참여 : 전귀옥, 김자미, 최성복, 권양택, 김몽현, 한태순, 김수영(7명)
매주 화요일을 맞이하면 아침부터 손품 파느라 바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인터넷 산행지를 찾아 누비는데 그치고 만다.
인터넷 산행지는 호감이 가지만 시간이 허락할 것 같지 않아 이리보고 저리보곤 했지
만 정하질 못하고 방과후 모임 장소에 나가 회원님들께 모악산엘 가자는 말이 저절로 나오니 모두들 만족해한다.
역시 모악산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인지라 다른 델 다녀오거나 기웃거려도 아무 말 없
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안아준다.
금선암 주차장에 주차하고 간식을 배급받은 바나나를 배낭에 넣느니 배속에 넣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입안 가득히 몰아넣는데 산고양이가 우리 모습을 째려보고 있어 총무가
카메라를 줌인하여 찰칵하니 낼름 피해 버린다.
난 고양이가 버틴 길목으로 안내하니 김자미 선생은 이 길이 맞느냐기에 자신 있게 말
하고 나서서 한참 가니 길은 없고 금선암 채전밭이 있을 뿐이다.
오늘은 초장부터가 헤맴으로 시작된다.
오만한 나는 코가 납작하여 되돌아서서 금선암 극락보전 옆으로 돌아서니 ‘금선암 능
선길’이라는 목재 안내판이 우릴 안내한다. 계단과 깔끔한 밧줄이 잘 설치되어 있기에
우린 잠시 ‘찰칵’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니 김몽현 선생은 등에 땀이 솟는다기에
우린 웃음으로 그 조크에 화답했다.
한참 오르니 오솔길이 펼쳐진 평길이 우릴 상큼하게 만든다.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한참 걸으며 환담을 나누는데 내리막길은 없고 가도 가도 오르
막길만 버티고 있는 곳에 이르니 환담은 그치고 거친 숨소리만 들리고 이마엔 옥구슬
만 흘러내리는데 마침 벤치가 우릴 반기기에 우린 주저 없이 앉아 달콤한 귤을 먹으니
꿀맛이다.
쉼을 마치고 오르고 오르니 정상 철탑이 바로 코앞이다.
시계를 보니 18시30분.
붉은 해는 뉘엿뉘엿 변산 앞바다 쯤 떠 있기에 간단히 기념촬영을 마치고 해지기 전에
하산을 마치려고 바삐 서둘러 염불암 쪽으로 가는데 아무 푯말이 없는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이 나오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내려가는데 길이 비단길 이상으로 부드럽다.
낙엽이 쌓인 길이어서 무릎 관절에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무릎을 약간 구부린 자세로 속
력을 내어 하산하는데 길은 점점 급경사이다.
이런 길로 오르려면 상당히 힘들 것 같은 경사가 심한 길이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해지기 전 하산을 마치려고 권양택 선생하고 같이 날쌘돌이처럼
나서면서 간간히 뒷사람들에게 우리 위치를 알리기 위하여 ‘야호’를 외쳐대니 다행히
바로 회답이 메아리쳐 온다.
그런데 내려갈수록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인지 길이 비좁아 자세히 살펴봐야만 길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여 은근히 걱정이 되는데 노란 표지기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
어 우릴 안심시킨다.
점점 주위는 어두워지고 앞 사람은 윤곽만 보일 뿐인데 길 끝은 보이질 않아 은근히 걱
정이 앞선다.
어슴푸레 보이는 낙엽길은 끝나고 계곡 바윗길이 길의 흔적을 감추고 말아 우리를 혼
란케 한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드디어 나뭇가지에서 나풀거리는 노란 표지기를 보
고 뒤 따라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마침 간편복과 운동화 차림의 최성복 선생이 여
기저기 길을 찾는 중에 뒤따라오는 우리 팀들의 랜턴불빛이 보이는데 마치 반딧불처럼
보인다.
우리 일행들 모두 모여 계곡 바위에 서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집단사고 과정을 거치
는데 그냥 계곡을 타고 무작정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정상 길을
찾아 갈 것인가 의논하는 과정에서
“어느 누가 이런 길로 안내했나?”
하는 불평 한 마디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우리 하늬뫼들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
특히 모처럼 이 힘든 코스를 산행하는데도 육중한 몸매를 가진 김몽현 선생은 비지땀
을 흘리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우릴 안심시킨다.
솔직히 나도 이 길이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
혹시 우리 차가 주차된 금선암이 아닌 엉뚱한 곳이면 어찌하나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 팀들을 믿는 우린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전번에도 간간히 이런 경험을 통하여 어려움을 이겨낸 전력이 있고 우리의 협동심을
믿었기 때문이리라.
인제 정적감만 감도는 밤인지라 계곡의 물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참으로 난감한 터에 부지런한 육군 대위 출신인 최성복 선생이 군대시절의 독도법 기
술을 발휘한 덕인지 육감으로 편안한 길을 찾아내어 우린 환호성을 지르며 바윗길은
끝나고 푹신거리는 길이 우릴 편안하게 해 준다.
최성복 선생은 표지기 하나를 놓고 육감으로 꽁꽁 숨어버린 길을 찾아낸 것이다.
김몽현 선생은 표지기 하나가 이렇게 산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며 노란 표지기를 연신 칭송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랜턴에 의지하며 야간 산행의 묘미를 느낀다며 자신도 당장 랜턴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한다.
편한 길을 따라 가는데 감각이 우수한 전귀옥 선생은
“이 길은 아마 금선암 계곡길일 것이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바로 금선암에 이를 것이
다.”
라고 말하는데 난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 ‘제발 그래 주었으면.’ 할 따름이다.
한참 걸으니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무조건 반갑다. 불빛 따라 가는데 대숲길이 나오는데 낯익다.
나만 낯익은 게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가 비로서 이 길이 금선암 뒷길 대나무 숲이라며
아주 좋아한다.
이윽고 금선암의 환한 불빛이 우리들에게
“길 잃은 자들이여, 수고 많았노라. 이젠 안심하고 지상의 서방세계, 가정의 품으로 돌
아들 가거라”
하는 것 같다.
우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하는 데 대하여 감사하고 三樂 중의 나머지 一樂을 즐
기기 위하여 삼천동 수산시장에 차를 대라고 권양택 선생이 부탁하기에 수산시장에 이
르러 전에 갔었던 곳에 들어서니 자리가 꽉 차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 10여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기에 쭈꾸미 1kg에 얼마나 하느냐고 물으니 4만원이라고 한다.
작년에 비해 100% 인상되었다.
정말 요즘 물가 폭등 실감난다.
기름값이 오르니 원자재, 곡물가격이 덩달아 춤을 추니 우리 서민들 등이 휘청거린다.
하는 수 없이 이웃 가게에 기웃거리니 손님이 한 팀만 덩그라니 앉아 있어 썰렁하다.
가격도 물어보니 5천원이 싸다.
우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리에 들어서면서 이웃집엔 손님이 넘쳐 자리가 없는데 이
집은 손님이 없어 스트레스 받겠다고 종업원에게 물으니 개의치 않는단다.
이럴 때도 있으면 저럴 때도 있지 않겠느냐며 마치 세상을 초월한 사람처럼 말하니 물
어본 내가 속물처럼 느껴져 부끄러움이 찾아든다.
어둑한 산중에서 헤맴을 마치고 왔는지라 굴풋한 때에 먹음직한 쭈꾸미가 들어오기에
가스 불에 팔팔 끓는 냉이 양푼에 굼실거리는 쭈꾸미를 집어 넣으려고 하니 이미 칼질
당한 쭈꾸미가 본능적으로 집게를 피하는데 우리 인간은 더 열심히 집어 뜨거운 물에
담그니 굼실댐이 대번에 그치고 색깔은 약간 분홍색을 띈다.
우리에게 인사차 온 주방장은 바로 분홍색을 띨 때 먹어야 연하고 맛있다며 우리에게
어서 드시라고 권하기에 집어 들어 초장에 묻혀 먹으니 바로 별미다.
그리고 아울러 술도 몇 순배 돌아가는데 권양, 김몽현 선생 두 분이 각 2병을 거뜬하게
해치우고 만다. 다음으로 생선회와 식사가 나오는데 맛이 조금은 별로이다.
그리고 밥을 맛있게 냉이국에 비벼 준다기에 먹어보니 맛있다고 장담한 말이 적절치
못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물론 쭈꾸미와 생선회로 홀쭉한 배를 가득 채웠으니 그런 점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하
여튼 별로였는데 나중에 끝마무리까지 우리를 서운하게 만들어 역시 이 집은 파리 날
릴 만 하다라는 생각이 앞선다.
손님이 많으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우린 권양 선생이 한 턱 잘 낸 덕분으로 배불리 먹어 오늘 산행의 풀코스인 삼
락의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그리고 힘든 산행에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 주고 또한 즐겁기 짝이 없는 산행이었다고
말하는 김몽현 선생이 고맙고 우리 회원에게 감사함을 느낀 반딧불 산행이 그저 좋기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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