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또 뵈네요."
설린은 그녀를 다시 본 것이 까닭없이 반가웠다.
"아...네..."
"이 곳에서 좀 묵으려고 하는데,방 있어요?"
"그럼요... 이 곳으로 오세요."
그녀는 설린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작지만 깨끗하고 볕도 잘 드는 곳이었다.설린은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봉당에 앉아 야채를 다듬고 있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설린은 상쾌하게 말했다.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들고 웃으며 답했다.
"아녜요.혼자 해도 충분해요.그리고 손님인데..."
"뭘요.심심해서 그래요."
설린은 성큼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그런데요.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시장에서 전 그 그 쪽..그러고 보니 뭐라 불러야 할 지
모르겠네?"
설린은 베시시 웃는다.
"편하게 부르세요.아...이름이 편하려나?
전 민주라고 해요."
"아...민주씨? 이름 기억하기 쉽네....전 설린예요.
시장에서 민주씨 마주치고 바로 시장 나와서 이 곳
으로 온 건데,어떻게 저보다 먼저 와있어요?"
"당연하죠.전 버스로 왔는데요."
"여기까지 오는 버스가 있어요?"
"그럼요.여기도 사람사는 마을인데요."
"그렇구나...그럼 난 괜히 다리품 판 거네?"
민주는 소리없이 웃는다.
잠시 야채를 다듬던 설린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연다.
"근데,이 근처는 민박집이 없을 것 같은데,있네요?"
"아...이 집도 민박이 있을 위치는 아니죠?"
"네..."
"옛날엔 민박집이 이 곳 말고도 많았어요.그런데,언제부
턴가 사람들이 문을 닫고 떠나더니...지금은 우리집 밖에
안 남았네요?"
"아...네..."
그러고 보니,주변에 있는 집들에선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곳 처음이시죠?"
"네.이 근처에 가 볼만한 있어요?"
"글쎄요...아...있어요.그런데 처음 오신 분은 혼자 가기
좀 그런데...가는 길이 좀 위험하거든요..."
"그래요?그럼 민주씨가 같이 가주면 되겠네.."
설린은 싱긋 웃는다.
"싫어요?"
"네?아뇨...그래요.."
"후후..혼자 와서 심심할 뻔 했는데,잘 됐네?"
"혼자....오셨어요?"
"아..네...."
설린의 목소리가 갑자기 어두워진다.
"아..배고프다...우리 밥 안 먹을래요?"
"네?시장하세요?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민주는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가더니,상을 봐 온다.그런데,
수저 한 벌밖에 없다.
"어...?같이 안 먹어요?"
"손님하고 어떻게...먼저 드세요."
"전 혼자 밥 못 먹어요.같이 먹어요."
설린은 반억지로 민주와 같이 상에 앉는다.
"참...다른 손님은 안 뵈네요?"
"네...설린씨 밖에 없어요."
"후후...그럼 내가 딴 손님 올 때까지 민주씨하고 놀아도
되겠네?여기 전세낸 셈두 되구..."
"네..."
그러고는 민주는 입을 다문다.설린은 말을 더 걸까 하다가 관두기로 한다.말없이 이른 저녁을 먹는 두 사람의 상 위에 붉은 망사천이 스르르 덮인다..........